[소리시선] 어린이집 부실급식 논란, 언제까지…

사진 설명.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도내 일부 어린이집에서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졌다. 반찬없이 국밥이나 죽만 먹이는가 하면, 겨우 구색만 갖춘 식사가 제공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보릿고개 시절의 한끼라면 모를까.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22일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부실 급식 증거라며 공개한 사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주장에 의하면, 한 어린이집은 급식의 대다수가 죽이었다. 반찬없이 죽만 제공되는 날이 허다했다. 물기조차 빠진 희멀건 죽을 보니 개밥도 이보다 낫지 싶었다. 처음엔 식사 때마다 죽을 새로 쒔지만, 나중엔 ‘조리 2시간 후 폐기’ 원칙도 팽개쳤다. 오전에 만든 죽을 데워서 오후에 다시 내놓는 식이다.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식단표와는 달랐다.

달랑 국밥만 있는 사진도 아연실색케했다. 먹을 게 넘쳐난다는 시대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노동을 위해 식사 시간까지 아껴야 했던 우리네 부모님 모습이 아른거렸다. 하긴 당시엔 물에 밥만 말아먹는 것도 예사였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24~27개월 아이들이지 않은가. 국에 콩나물 또는 미역이라도 보였으니 망정이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예외는 있었다. 당국의 점검이 있는 날이었다. 구색은 갖췄으나, 이 때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소량의 쌀밥과 두부 한 조각이 들어있는 국, 깍두기 대여섯개, 짓이겨진 생선 살….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국산 식재료만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진 어린이집에서 버젓이 외국산을 쓴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곳의 보육교사는 당국의 점검이 있다고 해서 일말의 기대를 걸었으나, 원산지 점검은 하지 않았다고 형식적인 점검 실태를 꼬집었다.

이날 부실 급식 의혹 제기는 도내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이 주도했다. 노조는 지난달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급식소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했다. 

전수조사가 악화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점검이라는 얘기가 나돈다는 것이다. 실제 제공한 급식과 다른 내용의 급식 관련 서류를 한꺼번에 준비하거나, 점검반이 들이닥치기 전에 부랴부랴 식재료를 숨기는 어린이집, 급식실 청소를 하느라 부산을 떠는 어린이집이 많다고도 했다. 

노조는 그러면서 앞으로는 자신들이 부실·불량급식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화가 치민다. 한편으로는 노조의 주장이 다소라도 과장되었길 바란다. 공개된 사진만으로는, 한창 자라나야할 어린이들에게는 주 예수가 명한 ‘일용할 양식’조차 안돼 보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 갖고 장난을 치는게 제일 나쁘다고들 한다. 그 대상이 미래의 동량, 어린이들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죽만 먹였다는 어린이집에서는 원장이 맡은 반 아이들에게만 추가 간식이 제공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왜 하필 제주인가 싶기도 하다. 예로부터 서로를 보듬는데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 휼륭한 미덕은 다 어디갔는지 한탄스럽다. 

전 국민의 공분을 유발한 부실 도시락 파문이 인지 15년이 지났다. 당시는 결식 아동들에게 전달한 도시락이 문제가 됐다. 당국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유독 먹거리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지 답답하다. 

비용절감의 문제가 아니다. 손익만 따질 거면 차라리 어린이집 운영을 포기하는게 옳다. 그게 더 솔직하다. 공적 지원은 논외다. 

모두가 배를 곯았던 시절에도 부모님들은 자식 만큼은 굶기지 않으려 했다. 

그땐 그랬다. ‘밥’이 곧 생명 그 자체라고 여겼었다. 인사를 나눌 때도(진지), 직업의 유무를 따질 때도(밥줄) 밥이 매개가 됐다. 그럴 정도로 당시 밥은 일상의 화두였다. 너무 슬프지 않은가.  2020년에도 밥이 화두가 되어선 곤란하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한가지만 묻고 싶다. 

“당신 자녀에게도 이같은 음식을 먹일 수 있겠습니까?” <논설주간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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