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하), 대형 리조트 공사로 지질학적 가치 높은 우도 절경 '톨칸이'도 훼손 위기

제주 우도에 올레길 표식인 리본 뒤로 대형 중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공사가 이뤄지는 현장. 과잉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도는 최근까지도 각종 개발사업으로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돌고래떼가 '섬속의 섬' 제주 우도 주변을 유영하고 있다.
야생 남방큰돌고래떼가 '섬속의 섬' 제주 우도 주변 바다를 유영하고 있다. 돌고래떼 뒤로 성산일출봉과 식산봉이 보인다. 

과잉관광으로 인한 쓰레기·하수·교통난 등의 심각한 몸살을 겪는 제주 우도가 각종 개발 사업에 시달리고 있다. 대규모 공사로 인해 지질학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기암절벽 ‘톨칸이’ 낙석 현상이 심화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우도의 현주소다. 

최근 [제주의소리]가 현장 취재한 ‘섬속의 섬’ 우도. 기자가 지난 21일 서귀포시 성산항에서 우도로 가는 도항선에 오르자 성산항과 우도 사이 바다를 유영하는 야생 남방큰돌고래떼가 관광객들을 반겼다. 관광객들은 “진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감탄사를 연신 쏟아냈다. 

소가 드러누운 형상을 닮았다는 우도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하지만, 도항선에서 우도 땅을 밟자마자 상황은 달랐다. 어디에선가 울리는 ‘쿵쾅쿵쾅’ 거리는 중장비 소리가 우도 섬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천진항에 내려 우도 마을 안길을 따라 걸었다. 제주의 상징과도 같은 정겨운 ‘돌담’이 밭과 밭 사이의 경계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평화로운 섬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 정겨운 풍경에 취할 겨를도 없이 다시 ‘쿵쿵쿵’ 거리는 굉음이 귓전을 연신 때렸다. 

우도 돌담길을 걷다보니 육중한 중장비가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정겨운 돌담길 너머의 공사장 풍경은 이곳 만이 아니었다. 우도는 한마디로 ‘공사 중’이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우도의 돌담길을 따라 이어진 마을길도 포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굉음이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육중한 중장비가 밭 한가운데를 파헤치고 있었다. 굴삭기는 땅을 파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밭을 일구기 위한 작업처럼 보이진 않았다. 

돌담길을 더 보고 싶어 마을 안쪽이 아닌 농로로 발걸음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약 10여대 가까운 중장비가 마을 안길에 한줄로 나란히 줄지어, 기존 마을 안길 양쪽 도랑에도 아스콘을 채워 넣고 있었다. 

돌담길 아래로 피었던 무수한 들꽃들도 아스콘 아래로 묻혀갔고, 지금의 풍경도 다시 수년이 지나면 또 어색한 풍경으로 변하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나가는 우도 주민에게 무슨 공사냐고 물어보니 “하도 길이 울퉁불퉁행 사람들이 막 뭐랜 고람서(너무 울퉁불퉁해서 사람들이 자주 뭐라고 말한다). 관광객들이 불편허댄 허난 도로 깔암주(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하니 도로를 깔고 있다)”라고 답했다. 

우도는 제주올레길 1-1 코스가 있어 올레꾼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올레길을 따라 걸으니 대규모 공사 현장이 나왔다. 육중한 중장비들이 땅을 파헤치며 공사하고 있는 현장 뒤로 제주 본섬 동쪽 끝에 자리한 성산일출봉이 눈에 들어왔다.

과잉관광으로 몸살을 겪는 제주도나,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끊임없이 파헤쳐지는 섬속의 섬 우도의 현실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스쳤다.  

우도 각시물 관광휴양지 조성 사업 현장. 중장비 뒤로 제주 본섬의 성산일출봉 모습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우도에는 현재 관광휴양지 등 대규모 개발은 물론 각종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고 개발계획들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기자의 발길이 닿은 현장은 ‘우도 각시물 관광휴양지’ 조성 사업인데, 우도면 연평리 일대 23필지 4만9944㎡에 추진되는 사업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44객실 규모의 휴양콘도미니엄과 소매점, 미술관 등으로 계획된 사업이다. 

우도 각시물습지와 곶자왈 인접 부지에 추진되는 사업은 기암절벽 ‘톨칸이’와도 인접했다. 사업 부지와 톨칸이간의 거리는 직선거리 300m 정도에 불과하다. 

우도 톨칸이. 곳곳에 흰색 암석이 수천만년 전 제주의 기반암이며, 밑에 톨칸이 낙석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톨칸이는 소의 여물통을 뜻하는 제주어다.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인데, 우도의 기암절벽이 소가 여물을 먹는 모습과 비슷해 톨칸이라 불린다. 

톨칸이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연구자별로 톨칸이에 대한 추정 연대기가 일부 다르나, 통상적으로 8~9만년전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톨칸이를 보면 곳곳에 ‘흰색’의 암석이 보인다. 지하에서 용암이 터져 나올 때 기존에 있던 암석을 부수고 나오는데, 흰색 암석이 바로 기존에 자리잡고 있던 기반암이다. 

수천만년 전 제주 기반암을 관측할 수 있는 곳은 별도봉과 만장굴 등 많지 않으며, 톨칸이처럼 기반암이 많이 보이는 곳은 특히 드물다. 

톨칸이는 응회암으로 구성돼 있다. 응회암은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암석인데,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우도 톨칸이가 해안가와 가까울수록 움푹 파여 있는 모습을 띄고 있는 이유도 파도에 의해 응회암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본 우도 톨칸이. 사진 왼쪽(빨간 원)에 휴양관광지 조성 사업을 위한 중장비가 보인다.
멀리서 바라본 우도 톨칸이. 사진 왼쪽(빨간 원)에 휴양관광지 조성 사업을 위한 중장비가 보인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우도 각시물 관광휴양지 사업은 2015년 3월27일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를 조건부 통과하는 등 절차를 거쳐 추진되고 있다. 당시에도 사업부지가 우도의 대표 절경 중 하나인 ‘돌칸이 해안’과 인접해 있어 경관 훼손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우도 각시물 휴양지 조성 사업이 추진되면서 톨칸이에서 낙석 사고 발생이 더 잦아졌다고 주장한다. 또 사업 부지 바로 밑에 있는 천연 동굴 등도 훼손되고 있다고도 했다. 

우도 각시물 휴양지의 경우 우도봉 중턱에만 올라도 사업부지가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로 우도에서는 가장 큰 사업 규모다. 

우도 주민 A씨는 “리조트 사업이 추진되면서 톨칸이 낙석 사고가 더 빈번해졌다. 톨칸이가 갑자기 우르르 무너져 내릴까 매일 노심초사”라고 우려했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관계자는 “톨칸이는 제주의 기반암을 관측할 수 있어 지질학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갖는다. 주로 응회암으로 이뤄진 톨칸이는 충격에 매우 취약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곳”이라고 조언했다. 

우도 출신 인사 중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제주대학교와 제주국제대학교 총장을 차례로 역임한 고충석 전 총장은 우도초등학교동문회 SNS를 통해 “각시물 옆, 톨칸이는 초등학생 때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를 하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이 곳에 대규모 숙박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연적 조건을 잘 활용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지금 같은 방식의) 우도에 대규모 집중 개발은 안된다. 소규모 다각 개발로 가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도봉에서 내려다 본 우도 각시물 휴양관광지 공사장 전경. 사업 부지 밑으로 천연동굴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우도 각시물 관광휴양지 조감도. 

우도 주민 B씨도 “리조트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우도 전체에서 울리는데, 지반이 약한 기암절벽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또 미술관을 짓겠다고 하는데, 난생 처음 들어본 외국 화가를 주제로 한다. 우도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우도 각시물 휴양지 사업 테마는 오스트리아 출생 화가 ‘훈데르트바서’다. 1928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훈데르트바서는 자연주의적 시각을 토대로 나체로 성명서를 낭독하는 등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주창하다 2000년 생사를 달리했다. 

사업자 측은 제주 우도와 훈데르트바서가 특별한 인연이 없지만 그를 통해 우도 자연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입장을 개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 다른 C씨는 이미 사업이 중단된 짚라인 시설의 녹슨 철재 구조물처럼 리조트도 장기적으로는 흉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우도 짚라인 사업의 경우 사업자가 인근 도로를 무단 점유하면서 제주시가 철거를 명령했지만, 운영이 계속되자 제주시가 출발지와 도착지를 잇는 철근 라인을 절단하는 등 행정대집행 절차를 진행했다. 현재는 타고 내리던 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남아 녹슬어 가고 있다. 

사업이 중단돼 녹슬어가면서 흉물이 된 우도 짚라인 철재 구조물.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C씨는 “짚라인 시설은 우도 난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다. 관광인프라이니 뭐니 하면서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흉물로 남아 있다. 휴양지 사업 등도 이런 유형의 흉물로 남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섬속의 섬 우도가 과잉관광과 난개발로 인해 섬의 원형을 잃을 만큼 심각한 몸살을 앓는다는 소식은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우도를 찾는 연간 200만명의 관광객이 과연 각종 편의 시설 이용을 위해 우도를 방문했는지, 제주 섬 속의 섬인 우도 본연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방문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각종 개발로 인해 섬 본연의 모습을 잃어 가는 우도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는 이유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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