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읍 습지도시 인증 산파 역할 고제량 위원장 '자진사퇴' 배경에 설왕설래

고제량 제주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글을 올렸다.
고제량 제주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글을 올렸다.

최근 제주 조천읍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두고 행정의 압력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010년 동백동산 습지보호지역 주민역량강화사업을 시작으로, 2018년 제13차 람사르총회에서 동백동산이 있는 조천읍을 습지도시로 인증 받고 현재 까지 산파 역할을 해온 고제량 위원장이어서 갑작스런 그의 사퇴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생태운동가 고제량 씨 ⓒ오마이뉴스 민병래
최근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장 직을 자진사퇴한 생태운동가 고제량 씨 ⓒ 오마이뉴스 민병래

고제량 제주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제주도와 제주시에 사퇴 의사를 밝히고 스스로 위원장직을 내려놨다. 2019년 12월 임기를 시작한지 8개월 만에 결단이다.

제주도는 2015년 제주시 조천읍에 대한 람사르 습지 도시지역 인증을 추진하면서 마을주민과 전문가, 환경단체, 행정이 참여하는 지역습지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2018년 10월 ‘제13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조천읍이 세계 최초로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된 이후에도 조천읍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는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문제는 제주도가 올해 9월부터 조천읍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에 공식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기존에는 내부적으로 자체 규정을 적용해 운영해 왔다.

고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규정에 따른 위원회가 출범하더라도 기존 위원에 대한 승계와 위원장에 대한 임기 보장을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특히 조천읍 관내 일부 마을 임원들이 정치적 활동을 문제 삼고 이를 원희룡 도지사에 언급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고 위원장이 스스로 결단을 내렸다.

고 위원장은 “제주도가 위원회 운영을 위해 규정을 만드는 일은 당연하다. 다만 시점에 의문이 든다”며 “제2공항과 비자림로 반대 의견이 영향을 준 것인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이 만들어지면 위원장과 일부 위원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며 “그 전에 위원장이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정당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제주도가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정치적 신념을 문제 삼고, 이를 이유로 사실상 사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제2공항은 물론 1년 넘게 마을 주민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선흘2리의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에서도 반대 의견을 낸 부분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곶자왈사람들과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9일 공동성명에서 “습지 보전을 위한 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가 이에(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위원장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제주도는 개정된 조례안에 근거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고 있을 뿐, 외압은 없다며 각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람사르 습지 등 습지보전 및 관리 조례’ 제16조에는 도지사는 람사르 습지도시(마을)의 습지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운영 및 사후관리는 도지사가 따로 정하도록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습지관리 관련해 조례안이 개정되면서 사후관리를 위한 규정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위원장과 위원들의 승계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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