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면세점 특허 논란](상) 지역상생하라면서 특산품 판매 말라? 거꾸로 가는 기재부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2년간 제한한다는 조건의 제주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내용.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2년간 제한한다는 조건의 제주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내용.

정부가 제주에 대기업 신규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키로 한 가운데,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지역소상공과의 상생협력 방안 마련'과 '지역 토산품·특산품에 대한 판매 제한' 조치가 서로 모순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같은 허용 조건 제시 배경에는 제주도가 지역 소상공인들의 여론을 수렴해 정부에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지역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을 건의한 모양새가 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0일 기획재정부는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제주와 서울에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각각 1곳씩 추가 허용키로 결정했다. 

제주의 경우 향후 2년간 지역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가 제한되고, 지역 소상공인과의 협력 방안 마련이 부대 조건으로 달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빠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8월초 면세점 특허를 공고할 예정이고, 올해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은 추가 시내면세점 허용 결정은 도민사회와 지역 소상공인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고, 특히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하는 조건은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모순된 조건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면세점에서 특산품을 판매할 경우 이를 판매하던 지역상권의 목략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해외 유수의 면세점에서 지역 특산품이 판매되지 않는 곳이 드물고, 외국인 여행자들이 해당 지역 특산품 구매가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한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타이완 타오위엔 면세점의 펑리수(파인애플 케이크), 일본 홋카이도 면세점의 로이스 초컬릿, 하네다 면세점의 종이공예품 등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들이 면세점에서 많이 팔리는 인기 상품이 차고 넘친다. 

기재부는 제주도를 통해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에 대한 일부 소상공인의 우려를 반영해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 전화에서 “면세점에서 토산품과 특산품까지 판매하면 지역 소상공인의 피해가 크다는 제주도의 의견에 따라 위원회가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하는 조건부로 신규 시내면세점을 허용했다”고 답했다. 

기재부가 의미하는 토산품과 특산품은 해당 지역에서만 생산되거나 해당 지역에 있는 업체가 생산하는 물품이다. 정확히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 제품들이다. 

하지만, 토산품과 특산품을 제한한 것은 지역 상생과는 반대되는 ‘모순’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제주의 자원을 토대로 특산품을 제조해온 A사 김 모 대표는 “글로벌 명품으로 구성되는 면세점 특성을 고려할 때, 면세산업은 영세한 지역 특산품이 개별적으로 면세점 입점을 뚫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전제했다. 

김 대표는 “지역 특산품 입점 자체가 큰 성과다. 영세한 지역 특산품 업체로선 면세점 입점 자체가 해외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면세점 입점 확인서만으로 품질 등이 입증되기 때문에 해외 판로 개척에 활용하려는 지역업체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주 면세점 신규 허용 조건은 모순이 있다. 지역 환원을 위해 제주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강제해야 한다. 면세사업자 입장에서는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해주면 더 좋다.”며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 대신 잘 팔리는 제품을 매장에 더 많이 진열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가 지역 상생을 위한다면서 왜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했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면세업자 입장에서 토산품과 특산품은 큰 매력을 갖는 상품이 아니다. 지역상생 차원에서 할 수 없이 판매 공간을 마련했지만 매장에 차지하는 면적에 비해 다른 명품 상품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입점에 수동적이라는 솔직한 속내다. 

이 같은 상황은 제주도가 소상공인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토산품과 특산품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가 나서서 '메이드 인 제주' 제품의 입점을 제한할 것을 건의한 꼴이다. 

도내 소상공인 단체에서도 면세점에서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떠나 신규 허용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사단법인 제주도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제주도가 시내면세점에 대한 의견을 물어서 신규 허용은 절대 안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면세점에서 토산품까지 판매하다보니 주변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 부대의견 등은 전혀 없이 절대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토산품의 개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주변 상권에서 구매할 수 있는 화장품, 생필품 등 다양한 품목을 아우른다. 제주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품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소상공인이 의미하는 토산품과 특산품의 개념은 모든 국산 제품을 아우른다는 얘기이며, 이들에게는 국내 대기업 화장품도 ‘토산품’이라는 주장이다. 면세사업자 입장에선 수용하기 불가능한 요구다.  

결국 제주도가 소상공인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였다면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한다는 기재부의 모순된 전제 조건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재부는 올해 각 지자체 별로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제주도는 지난 5월 기재부 측에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 제주도는 “(소상공인)의견수렴 결과 신규특허를 반대한다. 참고로 면세점 판매 품목이 토산품 생활용품까지 확대돼 상대적 골목상권과 취급 품목이 중복돼 골목상권에 피해가 예상된다. 판매 품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무조건적인 반대’라는 소상공인 단체의 목소리와 달리 참고 의견이 달렸으며, 경우에 따라 토산품 판매를 제한하면 제주 소상공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소상공인에게 면세점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우리(제주도)는 소상공인의 입장을 전달하기만 했다”고 답했다.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물었느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공문을 통해 받았다. 소상공인 단체가 보낸 글을 요약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 제한은 지역 상생과는 모순된 조건이라는 지적에 기재부 관계자는 “제주도가 제출한 의견서를 바탕으로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토산품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돼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 제한 조건이 모순됐다는 지적이 타당하고, 실제 지역 여론이 맞다면 내부적으로 조건 변경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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