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 여름방학 언론강좌·현장실습 마무리…‘그들이 바라본 제주’

“기자는 예민하고 날카로워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같은 상황에 있더라도 다르게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한 거죠. 또 제주를 위해 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고 현안에 맞서 사회를 분노케 할 수 있어야 하죠. 기자가 되기 위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사명들이라 생각합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제주대학교 LINC+(링크플러스) 사업단과 함께한 제3기 대학생기자단 언론강좌 및 하계 현장실습을 마무리한 예비 저널리스트들의 포부이자 소감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취재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전·현직 언론인 강연, 전문가 강연, 기업 탐방 등 언론인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직간접 도움이 되는 지혜를 얻는 시간이 됐다.

지난 6월29일부터 7월24일까지 한달 간 활동하며 팀별·개인별 기사를 거침없이 써 내려간 그들은 청년의 시선으로 제주 사회 곳곳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상아탑 내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현안까지 톺아보고 대안을 제시하며 도민의 여론을 이끈 것.

대학생 관점을 통해 기성세대가 볼 수 없는 곳을 찾아 나서겠다는 그들. 예비 언론인으로서 제주 사회를 밝혀 갈 굳센 청년들의 언론강좌·현장실습 뒷 이야기를 [제주의소리]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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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김연지(제주대 사회학 3) △변연주(제주대 언론홍보학 3) △송민재(제주대 언론홍보학 3) 대학생 기자.ⓒ제주의소리

# 변화한 대학생 음주 문화, 코로나19 제주대 비대면 강의 문제

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키 위해 우선 학내 문제로 역량을 모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등록금 반환 문제를 생각하다 학습권 침해 내용까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기사 작성 어려움에 대한 물음에 변연주 대학생기자는 “취재원 보호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민감 사안이다 보니 공개됐을 때 보호받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기사를 통해 누군가 어려움을 겪게 하진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우려했던 마음을 털어놨다.

송민재 대학생기자는 “대학생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기성세대와 다른 청년 목소리가 중요할 것이라는 판단을 통해 취재 아이템을 선정하고 기사를 써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여름방학 활동 중 좋았던 점을 물으니 현직 기자 강연과 기업 현장 탐방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기자를 꿈꾸는 상황서 현직 기자들의 경험이 녹아있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된다는 것.

김연지 대학생기자는 “활동 안 했더라면 가보지 못했을 기업을 다녀오며 많이 배웠다. 또 제주의소리 편집국장께서 직접 팀별 미팅을 함께 하며 기자의 사명감과 소명에 대한 조언과 개별 궁금증에 대한 피드백을 세심하게 해줘서 좋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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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권병묵(제주대 언론홍보학 4) △김미림(제주대 언론홍보학 3) △김주원(제주대 국어국문학 4) △김보혜(제주대 언론홍보학 2) 대학생 기자.ⓒ제주의소리

# 코로나19 자가격리자 이야기, 공공기관 채용 비리 문제

공공기관 부적정 채용에 따른 청년 박탈감 문제와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경험한 도민 이야기도 기사에 녹여냈다. 이들은 취재 과정서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나가며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주원 대학생기자는 “작은 정보에서 시작한 취재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부분까지 포함되며 늘어났다”며 “편협한 시각이 아닌 정확한 정보가 기반 돼야 하는 기사이기 때문에 적절히 녹여내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힘든 점에 대해 김보혜 대학생기자는 “생각보다 기사를 쓰기 위한 수많은 과정이 기사에 잘 안 나타났다. 신경 쓰며 문장을 다듬었는데 노력에 비해 티가 안 나더라”면서 “평소 현직 기자님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미림 대학생기자는 사회 공통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지적할 때 특정 기관만 잘못한 것처럼 비춰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활동 소감을 물으니 “취재를 위한 기사 아이템을 찾는 과정이 힘들었다. 누군가 쉽게 주거나 그냥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부터 일일이 내가 직접 살펴야 겨우 아이템이 나오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권병묵 대학생기자는 “기자가 기사를 통해 어떤 것을 시사하는지 명확히 던져야 한다는 법을 배웠다”면서 “주변의 작은 목소리까지 귀 기울이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자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삶을 산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못 본 부분을 생각하고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하는 그런 직업이죠. 표면적으로 피곤한 직업일 수 있지만, 가슴 속으로는 뜨거운 열정을 가진 멋있는 직업, 삶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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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진영표 제주대 언론홍보학 4) △이선아(제주대 사회학 3) △이건우(제주대 정치외교학 4) 대학생기자.ⓒ제주의소리

# 조정래 작가의 청년 담론, 제주 가치를 담는 향토기업 인터뷰

이들은 지난 7일 [제주의소리] 창간 16주년 특별기획으로 열린 한국문학 거장 조정래 작가 초청 강연서 청년 문제를 과감히 물었다. 더불어 ‘해녀의 부엌’과 ‘카카오패밀리’ 등의 제주기업 취재를 통해 로컬의 가치를 담는 법을 듣기도 했다.

기사 작성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진영표 대학생기자는 “현장실습 초반 기자의 자질과 인터뷰·취재 방법을 알려줘 큰 도움이 됐다”며 “지금도 메모장을 펼쳐 보며 문제가 막힐 때마다 도움을 얻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기사가 나갔을 때 반응을 물으니 이선아 대학생기자는 “부족한 첫 기사임에도 스스로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지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고 많은 응원을 받아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건우 대학생기자는 “뿌듯한 마음과 함께 부끄럽기도 했다. 기사를 보면 볼수록 수정할 부분이 나타나 부족함도 느꼈다”면서 “그래도 친구가 양질의 기사를 썼다고 응원해주기도 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기자로서 자세에 대해 이선아 대학생기자는 “최근 어린이집 부실 급식 논란을 보며 많이 느꼈다. 이런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사회의 부조리에 분노하게 하는 일이 기자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진영표 대학생기자는 활동에 대해 ‘CPR’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미래를 고민하는 시기 새로운 숨결이 들어와 온몸에 혈류를 일깨워줬다는 것. 가슴 뛰는 기자의 삶을 상상하게 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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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민상이(제주대 행정학 3) △김정우(제주대 식물자원환경 3) △강민정(제주대 언론홍보학 3) △김영민(제주대 언론홍보학 4) 대학생기자. ⓒ제주의소리

# 대중교통체제개편 3년,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 인터뷰

이들은 취재를 통해 대중교통체제개편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버스 기사와 이용객 입장을 고루 녹여냈다. 더불어 오명녀 제주육아종합지원센터장을 만나 심각한 아동학대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보기도 했다.

기자의 삶에 대한 물음에 강민정 대학생기자는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며 기자가 쓰는 글과 말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내가 쓰는 글이 어떤 파급력을 불러올지 고민해야겠다는 생각과 취재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정우 대학생기자는 “객관적인 문제 파악과 보도가 매력적이라 느꼈다. 다만 그 과정서 주관적 감정이 들어가 관점이 잘못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생각했다”며 “객관성을 잃으면 안되지만 기자란 힘들면서도 누군가 도울 수 있는 성취감이 높은 삶일 것 같다”고 피력했다.

대학생기자단 생활을 물으니 김영민 대학생기자는 ‘방향지시등’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기자의 꿈에 대한 방향을 알려줬다는 것.

강민정 대학생기자는 꿈을 향해 달리기 전 단단히 묶어야 하는 ‘신발끈’, 김정우 대학생기자는 나와 사회를 빛나게 하는 ‘조명’, 민상이 대학생기자는 ‘비타민’에 비유했다.

민상이 대학생기자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제주 사회의 결핍된 부분을 발견해 채워주고 지켜보는 것이 기자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내 기사에 댓글이 달리는 모습을 보며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으로 참여한 예비 저널리스트들.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출 그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3기 대학생기자단으로 참여한 예비 저널리스트들.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출 그들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제주의소리

14명의 대학생 기자들은 제주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각양각색이었다. 관광 집중 산업 구조 개편, 제주 제2공항·비자림로 등 개발과 환경보호 사이 갈등 조정, 청년 도외 유출 문제 등 제주가 처한 현실을 냉철히 짚어내기도 했다.

권병묵 대학생기자는 “원희룡 도지사가 대권 도전에 나섰는데 제주 제2공항이나 비자림로 갈등 등 해소하고 남은 기간 도지사 업무를 잘 수행할지가 관심사다”라고 말했다. 또 김보혜 대학생기자는 관광 중심 산업 구조 개편을, 김영민 대학생기자는 일자리가 없어 청년이 제주를 떠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건우 대학생기자는 “제주는 개발과 보전이라는 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제주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는 세대를 막론한 관심사가 아닐까 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제주를 위해서라도 자연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향이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14명의 대학생기자는 다양한 주제를 통해 제주를 바라보는 진심을 기사에 담아냈다. 이들이 가진 생각은 서로 달랐지만 꿈은 같았다.

여름방학 기간 짧은 현장실습 활동을 마친 예비 저널리스트들 중 9명은 내년 6월말까지 1년간 제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게 비출 두려움 없는 대학생 기자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시대와 진실의 소리를 내걸고 정론직필의 길을 향해 나아갈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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