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찬․반 묻는 방식 안돼” 난색…도의회, ‘도민의견 수렴 추진계획’ 채택 보류

박원철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박원철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위태위태하긴 했어도 도민갈등 해소라는 명문 아래 공조해온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제2공항 쟁점해소 공개토론회’ 이후 행보를 놓고 또 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도민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하겠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제주도가 “제2공항 찬․반을 묻는 여론수렴 방식은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 ‘합리적․객관적’ 도민의견 수렴 방식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제주도의회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30일 제385회 임시회 폐회 중 제9차 회의를 열어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추진계획’을 채택할 계획이었지만, “1주일 뒤 다시 심사하겠다”며 의결을 보류했다.

갈등해소 특위는 이달 초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2공항 쟁점해소 공개 연속토론회’를 바탕으로 1․2단계 추진방향을 담은 추진계획을 채택할 계획이다.

1단계로는 향후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어떠한 방법론으로 추진했으면 좋을 지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 방안을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2단계로 도민의견 수렴에 따른 특위 활동 방안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철 위원장은 “도민의견 수렴 방안을 위한 여론조사 진행에 제주도가 협력적 파트너로서 협조해 달라”며 “여론조사가 이뤄지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도의회가 도에 손을 내밀 테니 이번에는 도가 손을 내밀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상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은 “의견수렴을 위한 여론조사는 의사결정에 가까운 프로세스다. 의사결정 판단의 근거로 하게 된다면 같이 참여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보였다.

이성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 ⓒ제주의소리
이성헌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장. ⓒ제주의소리

그러자 박 위원장은 “여론조사는 향후 판단의 근거가 아니라 판단의 ‘방법’을 도출하기 위한 전 단계다”라며 “공정성 시비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제주도가 여론조사 진행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여전히 찬․반 의견이 팽팽하고, 갈등이 심각한 이 상황에 대해 제주도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가 생각하고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수렴 방식은 어떤 것인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상헌 단장은 “공개토론회가 끝났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정보가 전달됐다”며 “더이상의 의견수렴 과정은 불필요한 마찰이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지사께서 밝혔듯 공항인프라 확충에 대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찬․반을 묻는 방식은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다. 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국토부 공항정책관이 공식적으로 제주도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여론을 수렴해달라고 요구했다”며 “국토부의 요구를 도정이 외면하고 묵살하면 안 된다. 1주일 시간을 줄 테니 구체적인 의견수렴 방안을 고민해 달라”며 의결을 보류했다.

한편 지난 7월24일 열린 마지막 쟁점해소 공개토론회에서 김태병 국토부 공항정책관은 “제주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제2공항에 대해 도민의견 수렴을 한다면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 다만, 의견수렴 주체는 제주도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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