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면세점 특허 논란](하) 중문관광단지 외국인 쇼핑인프라 부활 요구...산남·북 균형발전 취지 맞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들어선 크루즈 터미널. 서귀포에 크루즈 터미널 건설에 따라 크루즈 관광객 수요가 예상되면서 추가로 생기는 제주 시내면세점은 서귀포로 입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들어선 크루즈 터미널. 서귀포에 크루즈 터미널 건설에 따라 크루즈 관광객 수요가 예상되면서 추가로 생기는 제주 시내면세점은 서귀포로 입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도민 여론에 반하는 대기업 시내면세점의 제주지역 추가 허용을 결정한 가운데, 추가 특허가 불가피하다면 신규 면세점은  산남·북 균형 발전 등을 고려해 서귀포시로 입점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제주와 서울에 대기업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각각 1곳씩 추가 허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서울과 달리 제주는 2년간 지역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토산품과 특산품 판매를 제한한 것은 제주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모순’된 조건이라는 비판과 함께, 특정 소상공인단체에 국한한 지원이 아닌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 협력을 위한 거시적 방안까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제주 시내면세점 진출을 시도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업 철회를 선언했던 신세계가 기재부의 제주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을 결정하자 다시 제주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제주 면세업계 안팎에선 신세계가 기존 매입을 추진하던 연동 뉴크라운호텔 부지는 계약취소하고 소위 '구제주' 지역에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거나 계약 단계에 있다는 관측 등이 나오고 있다. 

향후 제주항 크루즈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는 크루즈관광객 수요에 맞춰 2개의 대기업 시내면세점이 몰린 제주시 연동 등 신제주 일대가 아닌 구제주 일대에 부지를 찾는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도민 사회에서는 대기업 시내면세점의 추가 허용이 불가피하다면, 제주지역과의 상생을 위해선 산북(제주시)이 아닌 산남(서귀포시)으로 입점 지역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인구와 교통·상권 등이 과밀한 제주시에 또 하나의 대기업면세점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된 서귀포시에 추가 시내면세점을 유치해 고용창출과 소상공인들과의 상생방안 제시 등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서귀포시 강정항에 10년이 넘는 오랜 갈등 속에 건설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크루즈터미널이 들어섰고, 크루즈 관광객 수요가 분명하게 예측되기 때문에 제주 시내면세점 진출을 계획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충분한 시장이 형성돼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마침 시내면세점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던 제주관광공사가 당초 중문관광단지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다 대기업면세점과 경쟁에서 밀려 부진을 면치 못했고, 제주신화월드로 이전해 활로를 꾀했지만 결국 올해 폐점하면서 현재 서귀포시에는 시내면세점이 없는 상태다. 

지난 2000년 롯데제주면세점은 중문관광단지 내 외국인 쇼핑인프라 필요성에 따라 중문롯데호텔에 특허를 받아 서귀포시에 첫 시내면세점을 진출시켰고, 신라면세점은 이보다 앞선 1989년 제주시 연동에 제주 첫 시내면세점을 오픈한 바 있다. 

롯데는 다시 2014년 제주에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가 허용되자 제주 법인화라는 승부수를 띄워 지금의 제주시 연동 롯데시티호텔로 이전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롯데면세점의 제주시 이전 명분은 제주항을 통한 크루즈 관광객 수요 급증이었다. 

크루즈로 입국하는 외국인관광객을 위한 쇼핑인프라가 제주시에 추가로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기항지인 제주도의 크루즈관광객 특성상 육상에서 체류하는 약 6~7시간 동안 면세점 쇼핑을 위해 제주시~서귀포시 간 이동 시간만 최소 2시간 이상 소모하면서 연동에 입점한 신라면세점과의경쟁에서 밀리자 제주시 이전을 추진했던 것.  

당시에도 롯데면세점이 제주시로 자리를 옮기면서 산남(서귀포시)·북(제주시) 불균형이 더 심화된다는 부정적 여론이 있었고, 실제로 시내면세점 1곳에 근무하는 직원이 최소 1000명을 넘어서는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창출과 숙소, 상권 등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미미하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사)서귀포시관광협의회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시내면세점은 필수 인프라로서 꼭 들르는 관광지나 다름없다. 서귀포에 시내면세점이 한 곳도 없다는 얘기는 민군복합관광미항을 통해 들어오게 될 크루즈 관광객들도 모두 제주시로 가버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이어 “서귀포시 소상공인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기존 상권과 충돌하지 않는 곳에 면세점 입점이 서귀포 지역 발전에 도움될 수 있다. 크루즈관광객뿐만 아니라 서귀포 면세점을 이용하는 외국인관광객들이 주변 상권에서 숙식을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어 일정 부분 서귀포시 발전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말해 서귀포시로의 유치 타당성을 강조했다. 

또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협력 방안으로 특정 소상공인 단체가 아닌, 지역내 소상공인들이 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금 지원 등도 요구된다. 롯데와 신라 등 기존 제주 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대기업들이 그동안 면세점이 입점한 인근 상인단체들을 중심으로 지원하던 협소한 지원형태에서 벗어나 거시적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면세점 진출로 직접 피해를 보는 인근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 외에도, 제주지역 영세한 소상공인들을 위한 거시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함으로서 대기업과 지역 소상공인의 진정성 있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에 신규 시내면세점이 허용되면서 기재부 측에 공문을 보내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 마련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추상적으로 상생 방안 마련이 아니라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는 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대기업 시내면세점이 제주에 새로 생기면서 소상공인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생 방안 마련을 꾸준히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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