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문종태 예결위원장, ‘제2차 긴급재난지원금’ 조기집행 주문

제11대 제주도의회에 진출한 초선의원은 비례대표 7명을 포함해 26명이나 된다. 재적의원 43명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그만큼 초선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11대 의회 제3기 예산결산특별원회 위원장을 맡은 문종태 의원(일도1․이도1․건입동, 더불어민주당)도 초선이다.

문 의원은 또 70년대생 정치인들 중에서 선두주자 격이다. 비공식 의원연구모임 ‘제주민생경제포럼’ 책임간사를 맡아 ‘공부하는 의원상’ 정립에 앞장서고 있다. 초선이지만 초선답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예결위원장,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제주도와 도교육청을 합쳐 한해 7조원 넘는 예산을 주물럭거리는 자리다.

문 의원은 예결위원장을 맡은 후 처음 진행한 예산심의에서 ‘코로나 추경’이라고 명명된 예산이었음에도 128억원을 과감하게 삭감하는 ‘강단’을 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비교적 덜 중요하고 덜 시급한 사업, 지속적으로 집행률이 낮아 성과가 미흡한 사업들이 감액대상이었다”며 원칙․기준에 따른 감액임을 강조했다.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예산심의 과정에서의 증액과 신규편성이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기’식의 의원들 지역구 챙기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특별교부세를 확보하면 옳은 일이고, 도의원들이 지역사업 예산을 확보하면 비판받을 일이냐”라고 반문한 뒤 “현재의 예산편성 과정은 소수 의견과 약자들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누락된 도민들의 의견을 반영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에 반영된 제2차 긴급재난생활지원금과 관련해서는 “제주도가 추석 전에 집행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는데, 추석 전 지급은 ‘생색내기 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들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빨리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해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서는 “재정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지역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서민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산편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행부와의 ‘예산협치’에 대해서는 “재정상황이 워낙 어렵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도 제주도와 의회가 머리를 맞댈 수밖에 없다”며 “재정협의회 운영을 통해 서로의 지혜를 모아나가겠다”고 열린 자세를 보였다.

문종태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문종태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제주의소리

Q. 초선인데 예결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았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제주도의 한해 예산이 6조원이 넘는다. 도민의 혈세인 예산을 최종 심의․의결하는 곳이 바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다. 막중한 책무를 느낀다. 예산은 정책을 수행하는 수단이다. 도민과 국민의 혈세인 예산이 도민 복리향상과 삶의 질 향상,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제대로 편성되고, 잘 쓰여지는지 여러 위원들과 함께 꼼꼼하게 살피겠다.

Q. 의회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게 입법과 예산심사다. 그만큼 예산심사를 할 때 의회의 존재감이 드러난다는 말인데, 예결위원장으로서 견지하고자 하는 원칙이 있나.

우선 헌법이 왜 예산심사권을 의회에 부여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예산부서는 공직사회에서도 엘리트들이 가고자 하는 부서다. 하지만 예산부서가 편성한 예산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의회의 존재감이 예산심사 과정 속에서 드러난다는 말은 사실 처음부터 예산 편성이 잘못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예산을 편성하고, 심의․의결하고, 결산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기본에 충실한 예산․결산을 통해 도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Q. 예결위원장이 된 후 처음으로 제2회 추경예산안 심사를 이끌었다. 총평을 한다면.

집행부는 이번 추경을 ‘코로나 추경’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코로나 추경’이라고 동의하기에는 민망한 내용들이 많다. 세입 증액은 975억원이지만 강력한 감액을 통해 증액된 예산이 5000억원이 넘는다. 그 중 코로나 관련 예산은 1115억원에 불과하다. 전체예산의 20% 미만인 셈이다. 내용적으로는 본예산에 편성해야 할 법정진출금 등 법정필수경비 마련을 위한 추경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집행부의 재정운용 능력에 한계를 보인 추경이다. 하지만 지금 도민사회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대에 못미친 추경이었지만 그래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최대한 빨리 집행될 수 있도록 의결했다.

문종태 예결위원장. ⓒ제주의소리
문종태 예결위원장. ⓒ제주의소리

Q. 대승적인 차원에서 처리했다는 말로 들린다. 이번 추경예산안 중 계수조정을 통해 128억 정도 감액했다. 감액된 사업은 주로 어떤 것들인가.

의회 시각에서 봤을 때 덜 중요하고 덜 시급한, 불용률이 높게 예상되는 사업들이다. 그럼에도 세출 구조조정이라는 집행부 내부검토를 통해 올라온 예산이기 때문에 가급적 사업예산은 삭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무원 인건비의 경우 전국평균 불용률이 2%인데 제주는 7%가 넘는다. 인건비 중 꼭 필요한 인건비를 제외하고 53억원을 감액했다. 의회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도의원 해외연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렇게 감액된 예산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지역주민 불편해소 사업에 70억원 정도를 증액하고, 나머지는 예비비로 돌렸다.

Q. 일각에서는 ‘예산편성권 침해’, ‘지역구 챙기기’ 비판을 하기도 하는데, 의회 심의과정에서의 증액과 신규 편성이 논란이 되곤 한다. 이번에도 예산안에 없던 40건 정도가 새로 편성됐다. 삭감한 예산을 지역구나 각종 민간보조 사업에 배분하는 관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을 선출해서 그들로 하여금 지역주민의 요구를 관철시키도록 하는 대의민주주주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견들이 예산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도의원들이 지역예산을 확보해 주민들의 요구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무조건 ‘지역구 챙기기’라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국회의원들이 특별교부세를 많이 확보했다고 비판하나? 같은 시각에서 이해해주면 좋겠다. 제 임기동안 예․결산 심사와 관련해 도민들께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도록 도민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Q. 예산심사가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어떻게 잘 집행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집행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예산안 의결이 끝나자 제주도는 2차 제주형 긴급재난생활지원금을 추석 전까지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우 유감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1차 추경을 3월에 했는데, 우리는 5월에야 했다. 7월에야 2차 추경이 이뤄졌는데,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이 또한 상당히 늦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들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빠르게 집행해야 한다. 지급을 미루다 추석 직전에 집행한다면 정치적 생색내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문종태 제주도의회 예결위원장. ⓒ제주의소리
독립언론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문종태 제주도의회 예결위원장. ⓒ제주의소리

Q. 예산은 편성과 심의, 집행에 이르기까지 종합예술과도 같은데, 지금까지는 집행부와 의회간 소통이 미흡했던 것 같다. 예산편성 전에 집행부와 의회가 큰 틀에서의 분야별 예산배분 등 ‘예산협치’ 구상은 없나.

후반기 의정이 시직되고 나서 ‘협치’를 기대하는 도민들이 많아졌다. 전반기 의회가 협치를 못했다기 보다 버스준공영제,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등 집행부를 비판하고 견제해야할 내용들이 워낙 많다보니 협치 보다는 의회 고유의 역할인 견제에 집중했던 것이다. 제주도의 재정상황이 갈수록 어렵다. 개인적으로 의회와 도정이 재정협의회를 통해 사업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들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로의 지혜를 모아나가는 과정이 곧 협치라고 생각한다.

Q. 제주도의 재정위기가 심각한다. 도의회는 수년 전부터 재정절벽 상황을 우려해왔다. 내년도 세입전망도 매우 어둡다. 재정위기,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나.

사실 의회는 수년 전부터 재정절벽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하지만 집행부는 최근에야 재정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보다 앞으로, 특히 3년 후가 문제다. 3년 후면 민선 7기에서 민선 8기로 넘어가는 시기다. 그런데 집행부 어디에서도 3년 후를 내다보지 않고 있다. 의회라도 재정절벽 상황에 대해 긴장하고, 이를 극복할 대책마련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조금 전에 얘기했던 재정협의회 등을 통해 집행부로 하여금 바짝 긴장해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견제․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

Q. 조금 있으면 집행부에서 2021년도 예산안 편성작업이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내년도 예산편성과 관련해 제주도와 도교육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정상황이 정말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도민들은 더 나은 삶의 질 향상과 복리향상,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요구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어떻게 도민들의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조화롭게 제공할 것인가, 의회와 집행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예산안에 도민들의 요구를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를 놓고 제주도, 도교육청은 의회와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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