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관점으로 예술을 꿰뚫어보다
사회적 관점으로 예술을 꿰뚫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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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世通, 제주 읽기] 173. 이동연, '예술@사회', 학고재, 2018.
이동연, '예술@사회', 학고재, 2018. 출처=알라딘.
이동연, '예술@사회', 학고재, 2018. 출처=알라딘.

“노동, 복지, 도시재생, 시간, 검열, 행동, 기술, 거버넌스”

사회학 저서에 등장할 법한 이 단어들은 ‘우리 시대 예술을 이해하는 8가지 키워드’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 <사회@예술>의 뼈대를 구축하는 말들이다. 학제적 관점에서 보면 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인접학문은 미학이나 예술사 정도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예술학이나 예술비평으로 확장한다. 이 책은 영문학과 문화이론을 전공한 저자가 예술창작과 예술정책 현장에서의 임상을 토대로 하여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밝혀낸 노착이다. 그것은 예술이 사회와 관계맺는 방식에 주목하면서, 전형적인 미학논쟁들과 달리 지금 여기,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예술이 어떤 어떻게 존재하며 작동하고 있는지를 깊이 들여다본 예술사회학 저술이다. 

사회학적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이 책에서 저자는 예술이 처한 환경과 예술과 사회의 관계 등을 세밀하게 살펴본 후, ▶사회 속 예술의 불안한 존재론과 ▶예술의 내적인 자기 역량의 존재 위기, ▶진화하는 사회적 조건 대비 예술의 존재와 위상의 변화 등을 정리하여 8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 예술과 노동, 예술과 복지, 예술과 도시재생 ... 등 예술을 중심으로 사회학적 의제들을 하나하나 대입하여 문제해결과 새로운 합의도출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펼치는 8가지의 질문과 해답이다. 

예술과 노동은 정반대의 개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예술은 노는 것, 노동은 생산하는 것이라는 등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술과 노동이라는 단어는 때로는 상극인 것처럼 인지돼왔으나, 지난 10여년간 다양한 사건과 논의를 거쳐 이제는 정당한 논의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예술노동의 개념으로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재정립할 시점이라는 것이 점점 더 설득력있는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술이 일종의 노동으로 자리잡을 때, 예술노동 종사자들의 건강한 삶과 예술이 가능하며, 그 토양 아래서 예술생태가 꽃피어날 수 있다. 저자는 예술노동의 개념에서부터 젠트리피케이션, 사회자본, 예술적 실천 등의 관점으로 예술노동의 가치와 방향, 문제와 해법을 제시한다. 

예술과 복지 또한 마찬가지다. 수요와 공급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예술은 시장경제의 영원한 루저다. 이 책은 복지 개념을 예술과 만나게 했을 때의 논의 수위에서 그것이 현실 속에 자리잡았을 때의 임상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살피며 예술 창작의 권리, 예술과 고용, 계약 등을 논의하며 현재의 예술인 복지법이 시혜적 관점을 넘어 보편복지의 큰 틀 아래서 진일보 할 길을 밝혀주고 있다. 보편복지가 확립된 상태에서라야 수요자 대중에게 예술이 복지의 일환으로 제대로 공급될 수 있는 것이지,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특수한 복지로 당장의 국면해결을 모색하는 것으로는 근본문제에 다가설 수 없다. 

도시재생의 국면으로 소환된 예술의 가치는 동전의 양면처럼 양가적이다. 도시재생이 토목과 건축의 돈벌이 프로젝트로 일방통행할 때, 문화적 도시재생이라는 그럴 듯한 말이 나왔고, 이제 예술도 이 판에 한목 끼어들고자 해봤지만, 결국 거대한 자본의 논리에 쓸쓸하게 주변부로 밀려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테이크아웃드로잉, 세운강가, 서울아레나프로젝트, 창동, 경의선 공유지 등의 사례를 들며 도시생태 속에서 공간적으로 작동하는 예술의 존재론을 자세하게 드러낸다. 도시화의 이면에 남겨진 상처를 보듬고 도시화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도시 속으로 뛰어든 예술가들이 도시재생의 결과가 만든 활성화된 도시로부터 배제당하는 역설과 이에 대한 예술정책의 대응을 사례중심으로 흥미롭게 펼쳐 보여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시간 개념으로 예술노동의 가치를 재조명 한다는 점이다. 예술의 시간은 차이와 반복의 시간인데, 차이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예술은 무한한 반복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노동과정을 거친다. 그런 점에서 창작을 위한 노동의 시간에 주목하여 예술가치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노동의 가치를 증명해내는 그의 탁견은 정교하고도 정치하다. 노동의 가치를 증명할 때 노동시간을 다루는 것처럼, 예술의 가치를 논한 때 예술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제야 무릎을 치며 공감하는 우리시대의 이 암울한 예술개념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예술검열에 대한 이야기는 블랙리스트 얘기를 빼고서는 말하고 들을 수 없다. 그의 검열 이야기는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로부터 시작된다. 직접적인 예술검열을 받지 않고서도 충분히 스스로 검열을 해왔던 암흑의 시대를 지나고, 민주화운동의 시절에도 여전히 검열은 예술의 거대한 벽이었다. 제도와한 검열 기제와 싸워온 음반검열철폐 운동을 거쳐 블랙리스트운동에 이르기까지 검열과 싸워온 한국 예술의 역사를 두루 꿰뚫었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저항예술의 길을 걸어온 결과 서서히 예술의 자율성을 확립하고 있는 우리사회 예술에 대한 실존적 리포트다. 

예술행동은 저자가 오랜 시간동안 이론과 기획, 실행 프로젝트로 이끌어온 대목이다. 그는 문화행동의 이름으로 다양한 문화영역의 현장실천을 견인해왔으며, 예술가들과의 연대를 토대로 현장의 의제들을 다뤄온 예술행동의 굵직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행동주의예술의 면면은 한국사회처럼 역동적으로 격변하는 장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용산참사, 콜트콜텍, 세월호, 광화문 캠핑촌 등 예술가들이 함께 해온 소수자들과의 연대는 한국 예술의 두께를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예술과 기술’ 장에서는 4차산업혁명의 명암을 다룬다. 그는 ‘정보의 디지털화 기계의 인공지능화, 신체의 데이터화’ 등 기술의 변화발전에 기인하는데, 그것이 자칫 기술결정론이나 경제결정론으로 치우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다. 결국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 대한 가늠자는 ‘제3의 예술’과 ‘서드라이프’(Third Life)에 달렸다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4차산업혁명의 도래를 유토피아적 관점으로 낙관하거나 디스토피아적으로 비관한 일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 존재의 재구조화에 대해 성찰하는 것 자체가 예술의 몫이니 결국 기술의 진화가 인간 삶의 진화로 직결하는 것은 아니라는 질문을 놓치지 않고 긴장을 유지하려는 예술의 지위와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저자는 탁월한 예술정책가다. 그는 존재하지 않던 일을 존재하도록 만드는 상상력의 소유자이며 그 상상력을 실행하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기획가이다. 그는 현장의 예술정책과 행정이 선순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들을 제안한다. 대화의 미덕과 윤리다. 관료주의를 넘어서는 정부의 정책과 행정이 민간주도의 자율적인 협치와 만나려면 현장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각각 다른 계급적 지위를 가진 주체들이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상호성이 관건인데, 저자는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를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자상한 상담자의 마음으로 현장의 윤리를 권면하고 있다.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예술가는 사회에 어떻게 참여하는가? 저자 이동연은 예술과 인간, 예술과 사회의 문제를 묻고 답하는 과정에 한국사회에서 예술의 탄생하고 펼쳐지며 나아가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며 그 장에서 함께 동행하는 연구자이자 기획자이다. 지금 여기 우리사회의 예술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과 탁월한 통찰이 함께 한 이 책은 책상머리 연구와 현장임상을 겸하고 있는 저자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이 책을 통하여 독자들은 눈앞에 보이는 예술만이 아니라 그 예술이 존재하기 위한 조건과 과정, 구조 등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하여 예술의 면면을 더욱 깊이 헤아리는 진정한 심미안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김준기

홍익대학교 예술학 석사, 미술학 박사.
현(現)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경기문화재단 '평화예술대장정' 프로젝트 총감독 겸 정책자문위원장, 예술과학연구소장, 지리산프로젝트 예술감독, 미술평론가.
전(前) 부산비엔날레 전시기획 팀장,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제주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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