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참여환경연대 '평화염원 가족대회'…"힘으로는 평화지킬수 없어"

   
 
 
'평화는 힘으로 지켜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는 힘 때문에 깨질 수도 있습니다...평화를 위해 우리는 힘을 믿는 자들의 잘못을 꾸짖어야 합니다.'

해군기지 철회를 위해 평화를 염원하는 가족들의 목소리가 제주시청 어울림 마당을 울렸다.

(사)제주참여환경연대(공동대표 허남춘·고안나·허진영)는 2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제주시청 어울림 마당에서 '해군기지 철회를 위한 평화사랑 가족대회'를 열고, "힘의 평화가 아니라 평화로 평화를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평화사랑 가족대회는 참여환경연대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해군기지 철회를 위해 평화를 염원하는 자리.

이들은 회원 모두 평화 백배를 실천한 후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회원 자유 발언대 시간'을 통해 현재 제주도정의 일방적인 해군기지 유치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날 허남춘 공동대표는 '제주참여환경연대 평화선언문'을 통해 "반 세기 동안 근대사의 아픔을 치유하려 무진 애를 쓰고 그 결과 ‘제주 평화의 섬’을 가꾸기로 약속했는데,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 약속마저 저버리고, 아주 위험하고 불순한 음모가 싹트고 있다"며 현재 제주도정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 촛불로 수놓은 '평화'
이어 "해군이 들어오면 제주의 평화를 지킨다고 했지만 평화는 힘 때문에 깨질 수도 있다"며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양립할 수 있다는 말은 양심을 팔아 먹은 어느 교수의 해괴한 말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우리의 마음을 모아 '평화 백 배'로 평화의 승리를 꿈꿔야 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이 땅을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모두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이날 광장에서는 '어린이 수화노래 공연'을 통해 수화로 동요를 부르고 해군기지 철회를 위한 '평화 염원 촛불 밝히기' 행사를 이어나갔다.

또 부대행사로 평화메세지 전하기, 평화그림 그리기, 평화 벽보 만들기 등이 다채롭게 진행되며 '해군기지는 결코 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 며 지난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전을 벌였다.

▲ '평화선언문'을 낭독한 허남춘 공동대표
<제주참여환경연대 평화선언문>

지금 제주는 평안한가.
안녕하지 못합니다. 제주는 심한 파도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경제 논리로 군사기지까지 들어서려 하고 있습니다. 파도는 제주 땅 위에서 심하게 일렁거리고 있습니다.

59년 전 4·3 때 그러했듯이 군사대국의 어두운 욕망이 제주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반 세기 동안 근대사의 아픔을 치유하려 무진 애를 쓰고 그 결과 ‘제주 평화의 섬’을 가꾸기로 약속했는데,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그 약속마저 저버리고, 아주 위험하고 불순한 음모가 싹트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평화라는 것은 물이 수평을 이루는 듯한 조화입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지금 평화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힘을 가진 자들이 제주도를 자기네 욕망의 도구로 삼아 주무르고 있습니다. 도지사는 이 땅을 군사기지로 내주려 하고 있고, 대통령은 제주도 전역을 군사기지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 '평화는 □(네모)다'를 주제로 빈칸을 채워넣는 평화그림 그리기.
제주의 민초들은 한 번도 이 땅 제주도를 군사기지로 허락한 적이 없는데, 대통령은 “제주도민이 군사기지를 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하고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어느 마을에 자그만 땅을 가진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는 부지런히 땅을 부치며 살아가고 싶은데, 아들은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그 땅을 팔고 싶어했습니다.

부모는 모두 반대했지만, 아들은 부모 몰래 그 땅문서를 친구에게 내줬습니다. 부모는 안 된다고 발버둥치는데, 아들 친구가 와서 “땅을 팔아 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부모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도 그 싸가지 없는 아들 친구를 욕했습니다. 동네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고, 이 범죄자들을 혼내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 못난 아들과 땅에 욕심낸 아들 친구가 누군지 아시겠지요.

서울에 사는 제 친구가 제주에 놀러와 여기 사는 저를 부러워하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땅 제주가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주에 군사기지가 들어오고, 마구잡이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고 이제 제주가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제주에 오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다른 친구에게도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강원도에 사는 친구는 “내가 사는 이곳도 지겨운데 또 군사기지가 있는 그곳에 왜 가니”라면서 다시는 제주가 갈 뜻이 없다고 잘랐습니다. 이제 누구도 제주에 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해군이 들어오면 제주의 평화를 지킨다고 했습니다. 힘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평화는 힘으로 지켜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화는 힘 때문에 깨질 수도 있습니다.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가 양립할 수 있다는 말은 양심을 팔아 먹은 어느 교수의 해괴한 말일 뿐입니다.

도지사나 학자와 같은 힘 있는 자들의 교묘한 말일 뿐입니다. 힘 있는 자들은 모든 것을 힘으로 이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 우리는 힘을 믿는 자들의 잘못을 꾸짖어야 합니다. 힘을 믿는 자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아마 7월이 오면 그 힘을 믿던 자들은 곧 굴복하고 물러날 것입니다. 그때까지 우리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평화 백 배로 평화의 승리를 꿈꿔야 합니다.

제주도는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한 다음 날,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할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군사 기지가 들어서는 곳에 세계자연유산이 지정되리라 믿고 있는 것은 정신착란에 불과합니다.

   
 
 
세계인이 와서 찬탄할 만한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고, 그 꽃밭을 지키기 위해 첨단무기를 든 군인들로 보초를 세우는 격입니다. 중국과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조준해 놓고,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을 오라고,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꽃밭이 있으니 와서 보라고 하면 과연 그들이 오겠습니까.

 도지사는 지금 고등법원에서 죄인으로 결정났고, 마지막 대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제주도를 다스릴 수 있는 정상적인 처지가 아님을 위의 예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심판의 날까지 우리가 분투해야 합니다. 도지사가 물러나면 해군기지 결정도 무산되야 할 것이고, 우리는 새로운 각오로 아름다운 제주를 꿈꿀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서울에 사는 제 친구는 다시 “제주처럼 아름다운 땅이 우리나라에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할 것입니다.

좌우익 이념으로 갈린 세상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이 땅 제주의 영령들과, 근대사의 긴 세월을 모진 고통과 한으로 살아왔던 이 땅 제주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모두 환호하며, 조상들이 피와 땀으로 지킨 이 땅을 참여환경연대가 잘 지켜주었다고 칭찬할 것입니다.

그 날까지 우리 참여환경연대가 제주를 사랑하고 아끼고, 군사기지 철회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합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이 땅을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모두 힘을 모읍시다. 평화, 평화, 평화, 제주에 평화.

2007.5.27. 허 남 춘 합장.

   
 
 
▲ 수화로 동요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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