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애국지사 ‘한 지붕 두 원수’ 비유…사회갈등 고려 별도 ‘국립군인묘지’ 조성 제안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현충원 안장 문제로 불거진 ‘친일파 파묘’ 논란과 관련해 역사학자이면서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강창일 전 의원이 “한 지붕 두 원수가 공존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친일파를 파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창일 전 국회의원.ⓒ제주의소리
강창일 전 국회의원.ⓒ제주의소리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역사와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전 국회의원)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상훈법․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왜 현충원 파묘해야만 하는가?’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김병기, 김영호, 김용민, 김홍걸, 송영길, 안민석, 이상민, 이수진, 이용우, 전용기, 조승래 국회의원실이 공동 주최하고, (사)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렸다. (사)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이 후원했다.

최근 국립현충원이 정치권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안장 문제로 여․야, 진보와 보수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현재 국립묘지에는 12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안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들의 친일 행적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 없어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이장 및 안장을 거부할 수 없어 논란이 되풀이 되고있는 실정이다.

강 전 의원은 국립현충원에 대해 “빈민족친일행위자와 애국지사․순국열사, 5.16군사쿠데타 세력 등 반민주행위자와 민주인사가 함께 안장되어 있는 ‘한 지붕 두 원수’와 같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가 정체성의 혼란과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954년 국군묘지로 출발한 서울현충원은 1965년 국립묘지로 승격되면서 안장 대상자도 6.25전쟁 때 전사한 군인에서 애국지사와 경찰관 및 향토예비군까지 늘었다. 서울현충원의 수요공간이 한계에 이르자 1985년 대전에 제2현충원(대전현충원)을 설립했고, 정부는 제2현충원 만장에 대비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제3현충원인 국립연천현충원을 조성 중이다.

강 전 의원은 “국립현충원 조성은 친일파, 반민주 정권에서 시작됐을뿐 아니라 친일 반민족세력이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력으로 온존히 행세하는 상황에서 태생부터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 노무현정권 때 애국지사․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국립현충원법을 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하지만 이미 안장됐거나 안장을 희망하는 인사들의 과거 친일행적이 밝혀지더라도 현행법에는 이들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이장 및 안장을 거부할 수 없는 관련 규정이 없는 맹점이 있다”며 법률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홍걸․전용기․윤용덕 의원이 발의한 ‘국립묘지법 개정법률안’이 지난달 1일 제출되어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인데, 이 때문에 ‘친일파 파묘법’으로 명명됐다.

가장 최근에는 권칠승 의원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고, 유골이나 시신을 다른 장소로 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강 전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및 반민주 군사쿠데타 주모자에 대한 파묘는 극심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과 헌법 수호를 위해서는 거쳐야 할 필연적인 과정”이라며 “이들을 파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도 친일반민족행위자나 군사쿠테다 주모자가 국가유공자로 둔갑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현재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들을 비롯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들의 친일반민족행위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국립묘지 안장을 재검토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의원은 ‘친일파 파묘법’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독자적인 ‘국립군인묘지’ 조성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