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뉴스추륵 멩글어지는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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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29) fact 사실

fact [fækt] n. 사실(事實)
진짜뉴스추륵 멩글어지는 가짜뉴스
(진짜뉴스처럼 만들어지는 가짜뉴스)

fact의 어원적 의미는 ‘만들다(=make)’, ‘행하다(=do)’이다. 이 fact의 라틴어 명사형 factum은 만들어지거나 행하여진 것으로서의 ‘사실’, ‘행위’, ‘일’, ‘사건’, ‘결과’ 등을 뜻한다. 이 fact에서 나온 낱말로는 manufacture ‘제조업(製造業)’, factor ‘요인(要因)’, factory ‘공장(工場)’ 등이 있다. ‘사실(fact)’이라는 개념의 모태(母胎)는 인간의 알고 싶은 욕구(desire to know)일 것이다. 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언론(journalism)이라는 메커니즘(mechanism)이 등장하게 되고, 그 언론이 날마다 제공하고 있는 뉴스(news)가 ‘new things(=새로운 것들)’이며 ‘new facts’인 것이다.

R. Rosenblatt(1984)는 언론의 역할을 ‘진실을 밝히는 것(to make the larger truth clear)’이 아니라, ‘사실을 정확히 보도하는 것(to present facts accurately)’이라고 냉정히 규정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서, 언론의 뉴스는 여러 가지 시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어떤 사건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불연속적으로(discontinuously) 보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든다. 그래서 어떤 사실이든 사실에 불과할 뿐이고, 그 사실이 진실(眞實)이라는 진짜뉴스로 향할 수도 있지만 가짜뉴스로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fake news)는 언론사의 오보(false report)나 편향보도(biased report)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대략 ‘자신만의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되는 거짓 정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가짜뉴스 사례는 무수히 많다. 백제 무왕이 지은 ‘서동요’도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그가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든 가짜뉴스였고, 1923년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조선인에 대한 대량학살(genocide)을 선동했던 일본 내무성의 악의적 정보나 최근의 코로나와 관련된 루머들도 대부분 가짜뉴스였다.

진짜뉴스처럼 변장한 자극적이고 유혹적인 가짜뉴스는 더욱더 극성을 부릴 것이다. 우리는 차분하고 신중한 태도로 가짜뉴스를 가려내고 조심해야 한다.

21세기형 가짜뉴스의 특징은 그 논란의 중심에 글로벌 IT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가짜뉴스는 이제 더 이상 구전으로(orally) 퍼지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이용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정식 기사(regular article)의 얼굴을 하고 나타나고, 진짜뉴스처럼 변장한 가짜뉴스들은 사람들의 입맛에만 맞으면 금세 유통·확산되는 것이다. 뉴스를 접하는 대중적 채널이 전통적 미디어인 신문·방송에서 포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옮겨오면서부터는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IT 기업들이 디지털 뉴스 중개자로 부상하는 동시에 가짜뉴스의 온상지(hotbed)가 된 것이다.

가짜뉴스는 마치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여 가공한 불량식품(junk food)과도 같다. 가짜뉴스가 그렇듯, 불량식품일수록 자극적(provocative)이고 유혹적(tempting)이다. 불량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정부의 몫이지만, 불량식품을 가려내고 조심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들의 몫이다. 언론사 간의 협업(collaboration)을 통한 사실확인(fact check)도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뉴스를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가 차분하고 신중해지지 않는 한 가짜뉴스는 더욱더 극성을 부리면서 우리 사회의 건강을 해치려 들 것이다.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現)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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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 2020-08-23 23:39:08
불량식품만 좋아하는 사람들 참 안타깝다.
220.***.***.250

가짜는가라 2020-08-14 11:14:02
가짜뉴스는 사회의 불안과 공포를 먹고사는 기생충과도 같다. 개인이 걸러 내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언론이 더 책임감을 갖고 팩트 체크하면서 걸러내고,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이들을 더 무겁게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211.***.***.28

이유근 2020-08-14 10:34:58
신문이나 인터넷에 나왔다고 맹신하는 것은 본인의 지적 수준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과 같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방 알수 있는 가짜뉴스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220.***.***.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