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도, 어업인, 서귀포수협, 시민단체 등 대화의 장 마련돼

서귀포수협 위판장서부터 제1부두까지 약 300m 구간은 파란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어 30년 가까이 아름다운 서귀포항의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철제 울타리 뒤로 새섬과 새연교 풍경이 가려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상태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수협 위판장서부터 제1부두까지 약 300m 구간은 파란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어 30년 가까이 아름다운 서귀포항의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철제 울타리 뒤로 새섬과 새연교 풍경이 가려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상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의소리]가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 서귀포항 철제 울타리 문제에 대해 제주도가 해결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제주도는 지난 13일 서귀포항서 울타리 철거에 대한 문제를 논의키 위해 서귀포수협, 서귀포시 어선주협회, 시민단체, 자영업자 등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참여자 간 별다른 충돌 없이 서귀포항 울타리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교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제 울타리에 가려진 서귀포항의 아름다운 경관을 시민에게 돌려 달라는 철거 찬성 측 요구와 어업인의 생계와 안전을 위해 울타리는 불가피한 시설이라는 반대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논의가 시작됐다.

윤봉택 (사)한국예총 서귀포지회장은 [제주의소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간담회를 통해 서귀포항을 걸으며 해양경관을 조망할 수 있도록 울타리 높이 낮추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서로 한발씩 물러나 의견을 나누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귀포항이 가진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면서도 어민 생계유지 어려움이 없도록 하자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며 “찬반 문제를 떠나 어민도 살아야 하고 방문객도 천혜의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울타리 높이를 조절하더라도 도청 담당 관계자가 인사이동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나”되물으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먹구구식 대처는 온당치 못하다. 어민을 위한 어항관리보전계획 수립 등 장기적인 서귀포항 종합발전계획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울타리 넘어 가려진 채 일부만 보이는 새연교. 서귀포항을 걷는 많은 방문객은 답답한 시야를 통해 바다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제주의소리
울타리 넘어 가려진 채 일부만 보이는 새연교. 서귀포항을 걷는 많은 방문객은 답답한 시야를 통해 바다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김미자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장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간담회서 의견을 교환한 것처럼 울타리 철거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어업인의 생계가 달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라며 “울타리 문제를 넘어 서귀포항 발전을 위한 전체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가설건축물 이전에 대해선 “울타리 높이를 낮춰 경관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업인들이 사용하는 가설건축물은 다른 문제”라며 “선박 대형화 추세에 따라 서귀포항에 머무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서 대체부지 없이 가설건축물을 철거하면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십 년 전 지어진 유튜탱크도 그대로인 상태고 소형어선을 위한 위판장도 없어 어업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관광객이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서귀포항 1, 2부두를 어항구로 지정해 어선을 머무를 수 있게 하고 편의시설을 설치해 어민 삶의 질을 높이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을씨년스럽게 서귀포항 주변으로 파란색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을씨년스럽게 서귀포항 주변으로 파란색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제주도 해운항만과 관계자는 문제없이 대화가 잘 이뤄졌고 시설을 개선하자는 의견엔 모두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우선 조망권 확보 차원에서 울타리 높이를 낮추는 등 시설을 개선하자는 양쪽 의견이 모였다”며 “어업인 피해가 없는 방향에서 추진하자는 찬성 측 입장과 방문객 안전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반대 측 입장이 모여 잘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서귀포항은 1925년 서방파제 축조를 시작으로 1958년 동방파제가 완공됐다. 1991년에는 무역항으로 지정되면서 흉물스러운 철제 울타리가 항구 주변을 빙 둘러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난 6월 9일 30여개 시민단체는 서귀포항의 아름다운 절경을 해치는 철제 울타리를 철거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과거엔 천지연 폭포를 병풍 삼아 새섬과 문섬을 바라볼 수 있던 서귀포항. 제주도가 본격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피력하며 간담회를 개최한 가운데 서귀포항이 어민, 지역민 등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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