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육청 등에 '4.3배지 떼자' 제안...송종식 총무과장 "4.3추념 하지 않아 제가 판단"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4.3동백꽃 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 첫번째). 불과 2~3일 전인 지난 10일(사진 두번째), 11일(사진 세번째), 14일(사진 네번째) 내리 4.3배지를 착용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며 4.3동백꽃 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 첫번째). 지난 10일 태풍상황회의(사진 두번째), 11일 기획조정회의(사진 세번째), 14일 KBS수해극복프로그램(사진 네번째) 등에서 내리 4.3배지를 착용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가 제75회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는 주요 기관장에 '4.3 동백꽃 배지'를 떼고 가자고 급히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장에서 돌발발언을 쏟아내기도 한 원 지사의 정치행보로 읽히며 구설에 오를 전망이다.

15일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청 총무과는 이날 오전 8~9시를 전후로 도교육청과 도의회 의전담당에게 "행사장에서 4.3배지를 달지 말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런 메시지를 전달받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마뜩잖아 하면서도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해 쉽게 거절하지 못했고, 이동중이던 차량 안에서 4.3배지를 떼내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광복절 경축식 단상에 오른 주요 기관장 중 4.3동백꽃 배지를 착용한 이는 없었다.

4.3동백꽃 배지는 제주4.3 70주년을 맞아 만들어진 것으로,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원 지사를 비롯한 도내 주요 기관장 등은 항상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 왼쪽 가슴에 빨간 배지를 달곤 했다.

실제 원 지사는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4.3배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11일 주간기획조정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도, 12일 제주자치경찰 특례 신설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도 원 지사는 4.3배지를 챙겼다.

심지어 지난 10일 태풍 '장미'가 북상할 당시 가졌던 상황점검회의에서는 민방위복을 걸치면서도 4.3배지를 갖추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난 14일 KBS수해극복 특집 프로그램에서도 원 지사는 민방위복을 갖춰 입으면서 4.3배지를 달았다. 뒤이어 등장한 좌남수 의장과 이석문 교육감도 4.3배지를 달고 있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15일에는 제주도가 직접적으로 4.3배지를 떼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에 나선 모습. 올해와는 다르게 지난해는 4.3배지를 달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선명히 나타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해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경축사에 나선 모습. 올해와는 다르게 지난해는 4.3배지를 달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선명히 나타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특히 제주4.3이 광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음에도 굳이 광복절 경축식에 4.3배지를 떼낸 것은 보수진영과 보수언론을 의식한 원 지사의 정치행보가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될 전망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뒀던 당시에는 스스로 '4.3대변인'임을 자처하며 보수 중앙정치인에게까지 직접 4.3배지를 달아주던 원 지사의 모습과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광복절 75주년 기념식 사회를 본 제주도 송종식 총무과장은 4.3 배지와 관련해 자신의 판단으로 교육청과 의회에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송종식 과장은 "광복절은 경축일로 그동안 4.3영령에 대한 추모를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고, 행안부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4.3추념을 하지 않기에 제가 도교육청과 도의회 의전담당에게 4.3 배지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고 독자적인 판단이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원 지사는 이날 경축식에서 돌발발언으로 독립유공자와 유족 등의 항의를 자초했다.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미리 준비돼 있던 광복절 축사를 읽는 대신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문제삼는 발언을 이어갔다. 

최근 중앙정치권에서 불거진 '친일파 파묘' 논란과 관련, 보수진영의 입장을 대변한 원 지사는 "광복절 경축식의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등의 강경발언을 이어갔다.

한편,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휴일이 끝나는 오는 18일 오후 2시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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