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징역 6년형 구형...A교수 "판사가 왜 예단하나" 항의도

자신의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대학교 A(62)교수에게 검찰이 징역 6년형을 구형했다. A교수 측은 범행 당시 소위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되는 '블랙아웃'을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20일 오후 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제주대 교수 A(62)씨에 대한 3차 공판을 속행했다. 첫 공판에서 재판부 직권으로 구속된 A교수는 황갈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섰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교수는 2019년 10월30일 자신의 제자인 피해자 B씨와 제주시내 모 노래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B씨에게 자신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도록 하며 유사강간을 했다. 

당시 현장 녹취 파일에는 피해자가 207번이나 싫다며 저항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53번은 집에가고 싶다. 7번은 나가고 싶다, 5번은 만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비명 소리도 15번이나 담겼다. 해당 노래방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B씨가 밖으로 도망가려 하자, A교수가 두 차례나 B씨를 방으로 데려가는 모습도 담겼다.

A교수는 CCTV와 녹취 파일 등의 증거로 인해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당시의 상황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노래주점으로 들어선 것과 피해자와 대화를 나누는 등 단편적인 기억은 남아있지만, 범행 사실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술로 인해 기억이 끊기는 '블랙아웃'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신문 과정에서 재판부는 "노래방에 간 것은 기억이 나는데, 공소 사실은 기억이 안나는 것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피해자를 뒤따라가는 영상에서도 피고인의 걸음걸이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걸음걸이가 비틀거리기는 하지만, 인사불성 상태라고는 보기는 어렵다"고 질문했다.

A교수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치의는 선택적 기억장애일 수도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처음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본인이 억울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어야지, '그런 일이 없다'고 한 것은 말의 어감이 다르다"고 되묻기도 했다.

A교수는 재판부의 질문에 억울함을 내비치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교수가 피해자와의 합의 과정에서 장학생으로 추천하겠다고 제안한 것이 다른 학생의 기회를 빼앗아 공정성을 해쳤다는 점을 지적했고, A교수가 시민단체 활동을 해 온 이력 등을 물었다.

이에 A교수는 "왜 내가 구속돼야 하느냐. 판사가 왜 예단하고 재판을 하나. 잘못에 대해 선고하면 되지 왜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A교수는 "제가 잘못한 것이지 학교와 단체는 잘못이 없다. 제 잘못만 탓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신문 후 검찰은 A교수에 대해 "피고인이 국립대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피해자의 궁박한 상황을 이용해 형식적인 합의를 했지만, 피해자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피해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며 징역 6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A교수는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어떤 말로도 용서 받을 수 없기에 더욱 죄송하다. 잘못이 중대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떤 처벌도 달게 받고 속죄하며 살겠다"고 했다. 다만 "교수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이 아니다. 불순한 의도는 없었고, 필름이 끊긴 상태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재판에 앞서 제주대학교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동아리연합회, 총대의원회, 각 단과대학 학생회 등은 A교수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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