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간 서귀포시 중문동, N차감염 소식에 초긴장

제주 28번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하는 서귀포시 중문동 골프장이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제주의소리

수도권을 중심으로 퍼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결국 제주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이번 확진자가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이 아닌 지역을 기반으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충격이 더욱 크다.

21일 오전 찾은 서귀포시 중문동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거리의 행인도 드물었고, 간간히 눈에 띄는 이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중문동은 지난 2월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렀던 지역이다.

제주 27번째 확진자인 20대 여성 A씨는 서울에서 생활하던 중 제주 부모님 집을 찾았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5일 제주에 도착한 직후 제주시 한림읍 소재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고, 서귀포시 중문동 인근에서 주로 활동했다.

20일 오후 코로나19 검체 채취 후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중문동 소재 고깃집과 강정동 소재 포차, 서귀동 소재 노래주점 등을 방문했고, 인후통 등의 증세를 보여 중문동 소재 병원과 약국도 들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씨의 어머니인 B씨 역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의 동선은 대부분 A씨와 겹쳤으나, B씨가 캐디로 활동하던 지역 내 골프장은 찾아온 손님들을 급히 돌려보내고 바리케이트를 치는 등 순식간에 초상집이 됐다.

제주 27~28번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뒤 임시 폐쇄된 서귀포시 중문동 소재 의원. ⓒ제주의소리
제주 27~28번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뒤 임시 폐쇄된 서귀포시 중문동 소재 의원. ⓒ제주의소리

A씨가 찾았던 병원과 약국. 지역 생활권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짧은 시간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왔고, 곧 발걸음을 돌렸다. 몇몇은 "이 곳이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냐"고 크게 놀라며 되묻기도 했다.

손자의 손을 잡고 길을 가던 주민 김모(60대·여)씨는 병원 앞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고 크게 당황하며 한참을 서성였다. 김씨는 "손주가 감기 기운을 달고 있어서 병원에 왔었는데, 그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불안해 했다. 

인근 업주인 정모(50대·여)씨는 "저번에도 확진자가 다녀갔던 식당이 바로 이 옆이다. 그때도 장사가 급격히 어려워졌었는데, 또 그 고비를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손님들이 계산을 할 때 현금을 내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벌써부터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차량으로 5분 정도 주행거리에 있는 고깃집 역시 지난 15일 A씨가 다녀갔던 곳으로 확인되면서 문을 굳게 걸어잠궜다. 식당 관계자들은 건물 내부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텅 빈 식당 주차장 한 켠에 차를 세워놓은 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심경이 어떠하냐는 질문에 "참담하다"고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귀포시 중문동. 행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된 서귀포시 강정동 내 음식점. ⓒ제주의소리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후 임시 폐쇄된 서귀포시 강정동 내 음식점. ⓒ제주의소리

A씨가 새벽시간대 다녀갔던 노래주점도 문이 잠겼고, 서귀포 신시가지 내 포차도 어둑한 곳의 수족관이 가동되는 소리만 울렸다. 모든 곳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방역조치로 해제 명령 이전까지 일시적 폐쇄한다'는 내용으로 서귀포보건소장 명의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28번 확진자 B씨가 근무했던 골프장은 찾아온 손님들을 급히 되돌려보내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B씨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이 골프장에 출근해 캐디로 근무했다. 19일부터 인후통 등 코로나19 유사증상이 발현됐는데, 20일에도 병원을 찾은 후 골프장에 출근했다.

골프장 관계자들은 급히 바리케이트를 치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금일 휴장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오늘 아침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급하게 받으면서 소식을 모르고 찾아 온 고객들을 일일이 돌려보내고 있었다.

제주 28번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하는 서귀포시 중문동 골프장이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제주의소리
제주 28번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하는 서귀포시 중문동 골프장이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제주의소리<br>
제주 28번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하는 서귀포시 중문동 골프장이 임시 휴장에 들어갔다. ⓒ제주의소리

이 관계자는 "보통 모든 캐디들이 라운딩하는 중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라운딩 중간에 쉬는 시간에 캐디들이 쉬는 공간이 있는데, 혹시나 영향이 있을지 염려스럽다"고 불안해 했다.

해당 골프장은 이 기간 중 골프를 쳤던 고객들에게 연락을 취하며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통보하고 있다. 제주도 방역당국은 B씨가 근무 중에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21일 오전 9시 기준 A씨와 B씨 관련 방역소독지는 자택을 포함해 총 9곳으로 해당 장소에 대한 방역소독은 완료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접촉자는 총 80명으로 조사됐다.

제주도는 A씨의 진술과 CCTV·카드사용 내역 분석 등을 통해 구체적인 동선을 추가 확인 중이다. 동선이 추가 확인 되는대로 재난안전문자,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공개하고, 방역 조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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