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나비 “‘미래’세대가 원희룡 도지사에게 전합니다” 편지 부쳐

제주평화나비가 지난 8월 1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광복절 행사 돌출발언과 태도에 대해 미래세대로서의 편지를 보냈다. 사진=제주평화나비.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 발언과 태도에 대해 제주평화나비가 원 지사에게 우편을 보냈다.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청소년·대학생·청년 네트워크 제주평화나비는 편지에서 “행정집행 원점 검토 등 발언은 도지사의 권한으로 행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권위적인 태도”라면서 “도민 의견 수렴을 최우선 하겠다는 도지사의 모순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친일과 반일의 단일 프레임을 넘어 자신에게 유리한 진영논리로 인물을 대상화하고 필요한 말을 부분적으로 절단해 사용하는 등 편을 가르는 확증편향 태도를 겸허히 성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주평화나비는 “도지사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갈등을 통합’해야 한다는 말처럼,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외칠 때 그들은 ‘새로운 한일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미래를 위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며 눈과 귀를 닫고, 피해자의 발화를 가로막았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현 상황서 말하는 ‘새로운 미래’는 그들의 상처와 잘못을 봉합할 명분이자 피해자들의 발화를 막는 용도로 쓰였다”면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소리를 집어삼키고 진영논리로 역사를 부정하는 등 얼룩진 사회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권력 구조 성찰의 부재를 앞세워 봉합하고자 했던 시도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의와 불안전으로 물들어 있다”면서 “‘통합’을 위해선 ‘갈등’이 만들어진 근본적 원인을 들여다보고 이에 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제주평화나비는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함부로 덮지 않고 타협하지 않겠다. 이것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미래세대가 미래를 대하는 태도이자 자세다”라며 “미래세대의 말을 겸허히 살피고 책임을 느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감정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 글이 가닿아 도지사가 바라는 새로운 미래에 연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문]“미래”세대가 원희룡 도지사에게 전합니다.

To.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녕하세요, 우리는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청소년·대학생·청년 네트워크 제주평화나비입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언론을 통해 공개된 광복절 제주행사에서의 현장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고 느낀 우리의 감정과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작은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가닿아 도지사가 바라는 ‘새로운 미래’에 연결되길 바랍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합니다. 우리가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 활동을 지속하며 느낀 점은 도지사께서 말씀하신 새로운 미래를 위해 ‘갈등을 통합’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길에서 “갈등을 통합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말은 우리의 뒤를 끊임없이 따라왔습니다.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가해 사실을 왜곡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공식사죄와 법정배상을 외칠 때, 그들은 “새로운 한일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미래를 위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며 눈과 귀를 닫고, 피해자의 발화를 가로막았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외치고 있습니다. 가해국인 일본 정부에 대해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요. 이 구호가 바로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출발점이라는 신념 때문입니다. 국가가 주도하여 식민지 여성을 성 착취한 가해 사실에 대한 인정과 피해자에 대한 공식사죄가 이루어져야 다음 단계, 새로운 미래를 그려낼 수 있습니다. 이는 미래를 위한 우리의 뜨거운 몸부림입니다. 이는 원희룡 도지사가 말한 “이편저편을 나눠서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받아야 하는 그러한 편을 가르는 시각”이 아닙니다. 원희룡 도지사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미래’는 무엇을 동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인가요? 

현 시대적 상황에서 ‘통합’은 ‘봉합’입니다. ‘새로운 미래’는 그들이 상처와 잘못을 봉합할 명분이자, 피해자들의 발화를 막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권력 구조들의 성찰의 부재를 앞세워 봉합하고자 했던 시도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의와 불안전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새로운 미래는 봉합으로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봉합이 곧 원희룡 도지사가 강조하는 “편 가르기”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소리를 집어삼키고, 진영논리로 역사를 부정하고 회귀시켜 편을 가르며, 불평등으로 얼룩진 사회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살펴야 합니다. 친일과 반일의 단일 프레임을 넘어 자신에게 유리한 진영논리로 인물을 대상화하고, 필요한 말을 부분적으로 절단하여 사용하며 편을 가르는 확증편향의 태도에 대해 겸허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과 함께 하는 ‘도지사’라는 위치의 발화와 태도에 대해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도지사의 연설 마지막을 살펴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 발화와 태도는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담아내어 외적으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견해와 다른 말을 “틀렸다”고 분류하고, 이를 도지사의 권한으로 행사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도지사의 권위적인 태도에 다소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언 방식과 고압적인 자세에 대해 우리는 도민 의견 수렴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도지사의 지향점에 모순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통합’을 위해선 ‘갈등’이 만들어진 근본적 원인을 들여다보고, 이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주평화나비를 정체성으로 가진 우리 청소년·대학생·청년들은 ‘성찰’을 우리의 본령으로 하고자 합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은 일을 함부로 덮지 않고,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미래세대’로서 ‘미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자 자세입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미래세대의 말을 겸허히 살피고, 책임을 느끼길 바랍니다. 

From. 2020년 8월 21일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한 청소년·대학생·청년 네트워크 제주평화나비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