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라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된지 3년이 지난 가운데, 버스 운전 노동자들이 “승객의 안전은 아직 멀었다”고 진단했다. 

민주노총 동서교통지회는 최근 15일간 무정차방지 시범운행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무정차는 상·하차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버스정류장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는 행위를 뜻한다. 

동서교통지회는 “제주 준공영제 운행제도는 버스 정류장에서만큼은 승객을 위한 제도가 아니었다. 준공영제 도입 이전부터 버스 운행 서비스 향상이 도민에게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무정차방지 운행을 시범 운행해 체감한 대중교통시스템은 도민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했고, 운행을 담당하는 노동자의 기본 권리조차 담보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주국제컨벤센터에서 남원까지 왕복 운행하는 510번 버스는 약 160개 정류장을 거쳐야 한다. 80개 정도 정류장에는 항상 승객이 있고, 나머지 정류장에는 가끔씩 승객이 있다. 이 구간에서 세가지 원칙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세가지는 ▲원거리 정차를 피한다 ▲승객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정류장에서는 일시정지 및 서행 운행으로 승객을 확인하고 출발한다 ▲승차한 교통 약자와 노약자가 자리에 착석할 때까지 기다린다 등이다. 

동서교통지회는 “결과는 조합원에게 너무나 우울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세가지 모두 지켰을 경우 15~30분 정도 운행 시간이 초과되면서 노동자들은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또 사측으로부터 운행시간 미준수 압박까지 받았다. 휴게시간을 보장해달라 했지만, 사측은 운행시간을 지키지 못했으니 휴게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버스 노동자의 휴게시간 보장은 도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는 사측의 기만적 태도는 노동자의 분노를 샀다. 노조원들은 압력과 피로감을 이겨가며 꾸준히 15일 무정차방지 시범운행을 이어갔지만, 문제점을 고발하면서 시범운행을 마무리한다”고 말했다. 

동서교통지회는 “정류장 차선으로 진입하지 않고 주행차선에서 승객이 없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해 서행없이 주행속도 그대로 지나쳤다. 정류장 차선으로 진입하지 않고 주행 차선에서 승객이 있는데도 승차객 유무를 운수 노동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 버스가 정류장에 있을 때 자신의 버스 승객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추월해 지나친다. 정류장이 주행차선을 벗어나지 않거나 승객이용이 적은 정류장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지나친다. 주행도로의 신호체계에 익숙한 종사자들은 다음 신호를 받기 위해 정류장 정차후 바로 출발해 사실상 정류장을 지나친다”고 덧붙였다. 

동서교통지획는 “또 교통약자와 노약자 승차승객의 자리착석을 확인하지 않고 출발하고,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 등 규정 속도를 지키지 않는다”며 “사측의 운행시간 준수 압박을 받는 현실에서 비롯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동서교통지회는 “앞선 문제를 제주도에 제기했지만, 제주도는 ‘운수 종사자는 정류장 무정차를 해선 안되고, 시간표상 운행시간도 준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실을 잘 모르기에 버스 회사 사용자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도민 혈세로 버스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세간의 비판을 벗어나기 힘든 대목이다. 제주도는 막대한 도민 혈세를 사업주 배불리기가 아닌 도민의 안전, 정류장 무정차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과 시스템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류장 통과시 시내버스에 대한 속도 제한을 강제하고, 무정차 방지 운행과 안전운행에 맞게 시간표를 조정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15일간 무정차 방지 운행 실천이 도민에게 안전운행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한줌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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