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10) 무항생제 제주산 돈육가공, 현성웅 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대표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건강한 제주 먹거리를 위해 무항생제 돼지를 기르는 것부터 가공, 판매까지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한 이가 있다. 

제주에 맞는 돈육가공법을 찾기 위해 독일식 가공법을 연구하고 생햄 ‘프로슈토’의 고장 이탈리아 파르마를 비롯해 로마, 밀라노, 일본 등지에서 기술을 익힌 현성웅 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대표.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생햄과 소시지 등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제주를 알리고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그를 [제주의소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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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현성웅 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대표.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서 청정 제주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우연한 기회로 일본서 생햄을 먹어본 적이 있어요. 공장서 찍어내는 제품 말고도 이렇게 맛있는 것을 만들 수 있구나 느꼈죠. 그때부터 기술을 배우러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제주에 맞는 기법을 연구했습니다. 본고장을 뛰어넘는 제주 대표 상품으로 만들 거예요.”

2006년 일본서 열린 식품박람회서 우연히 접해본 생햄을 계기로 깨끗한 자연환경서 기르는 돼지를 통해 제주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현성웅 대표. 

그는 청정 제주의 가능성을 믿고 이탈리아 등 곳곳을 다니며 10년 계획을 세웠다. 생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파르마는 기후 여건이 좋아 생햄을 만들기 적절했지만, 제주는 기후 변화가 심해 연구를 포함한 계획 필요성을 절감한 것.

새로운 돈육가공법을 터득하기 위해 독일식 가공 기법을 연구하고 기술을 배워 제주에 맞도록 적절히 변형시키기도 했다. 기술뿐만 아니라 청정 제주 이미지에 걸맞는 원료를 생산키 위해 무항생제 돈육 인증을 받아 건강하게 돼지를 기르고 있다.

2000년부터 양돈업을 시작해 2002년 설립된 영농조합법인에 2005년 가입한 그는 돼지 5마리로 출발, 현재 2800여 마리를 항생제 없이 키우고 있다. 항생제를 쓰지 않는 대신 양돈장 밀집도를 낮추고 연령대에 맞는 단계별 양돈장을 갖춰 온도와 사료 등 특성에 맞게 기른다고 했다.

양돈 기간이 늘어나 여유를 가져야 하지만 항생제를 쓰지 않는 덕분에 폐사율과 감가상각비가 낮아 마진율이 높아진다는 것. 더군다나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항생제를 쓰지 않으니 선도나 맛에서 차이가 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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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표는 건강한 제주 먹거리를 위해 양돈 과정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제주 생햄' 제품. 사진=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가공 역시 불특정 원료를 구매해 냉동시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방식이 아닌 가공일정에 맞춰 돈육을 출하시켜 선도를 높이는 등 원료 본연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제품 역시 숙련된 기술자들이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등 신경 썼다. 제주 대표 상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무항생제축산물 인증, 6차산업 인증경영체 인증, 식품의약품안전처 ‘HACCP’ 식육가공·포장처리업 인증 등 성과를 올렸다. 

같은 해 1월에는 ‘돈육 안심 육포 제조방법’, 2월 ‘감귤 소시지 제조 방법’ 등 특허를 출원하고 2019년엔 제주 우수제품 품질 인증 제도인 ‘JQ 인증’을 받기도 했다. 제주산 원료를 통해 제주서 생산한 현 대표의 제품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가 품질을 인증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 대표는 ‘제주 생햄’, ‘코시롱안심육포’, ‘감귤바이스부어스트’, ‘슁켄 슈바인학센’ 등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감귤 부어스트는 감귤 껍질을 첨가해 부가가치를 올림과 동시에 제주를 알려 접근성을 높이고자 생산 중이다.

업체 명인 ‘슁켄하우스’는 독일 육가공 전문 마이스터가 제안한 것으로 제주를 넘어 전국 시장을 바라보고 지은 이름이다. 

현 대표는 6차산업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을 쏟아냈다. 생산과 가공, 체험 등 1·2·3차 산업을 엮어 농업인 발전을 돕는 등 매력이 넘치지만, 정책적 배려가 부족해 한계가 따른다는 것.

당초 매장이 있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에 가공공장을 설립하고자 했으나 규제로 인해 서귀포시 토평공단에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체험을 바탕으로 판매 등 매출을 올리기 위해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했으나 규제가 걸림돌이 됐다.

현 대표는 “6차산업이 공업단지로 들어가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관광객을 끌어옴과 동시에 마을 상생을 위해선 함께 있어야 한다”며 “생산 현장 가공 체험과 매장 쿠킹클래스 체험 등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원료를 가공하는 모습. 사진=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소시지 건조 과정 가공 모습. 사진=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그는 마을 상생을 위해 기업이 마을 매력을 끌어올려 자립도를 높일 수 있게 돕는 등 고심하고 있다. 양돈 과정서 나오는 분뇨를 활용해 퇴비를 만들고 에너지원으로 쓰는 등 업사이클과 부지를 활용해 주말농장을 만들어 주민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축산분뇨를 통해 퇴비를 만들어 마을 주민에게 배포한다면 농가 부담을 낮춰 감귤 생산을 돕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 타지에서 비료를 수입하지 않고 마을 단위로 자체 생산한다면 엉뚱하게 분뇨를 처리할 일도 없고 분뇨가 쌓여 악취의 근원이 되지 않아 민원도 줄어들 것이란다.

현 대표는 “분뇨를 잘 처리해 주민 불편을 줄이고 축산 이미지를 개선한다면 민원에 따른 불필요한 행정력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투입되는 행정 지원금을 그대로 마을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마을의 성장을 도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말농장에 대해 “마을 노인을 주말농장에 초청해 작게나마 작물을 키울 수 있게 한다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작물 성장을 도울 퇴비를 제공해 양돈 축산에 대한 이해를 돕는 등 화합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을 상생 방안은 현 대표가 세운 10년 계획에 담긴 내용으로 꾸준히 밑그림을 그려온 것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돈육가공 업체를 만들기 위해 마을 상생 방안은 시작 단계서부터 빼놓지 않았다.

현 대표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주변과 공유할 수 있는 개념이다. 내가 살아남는 방법이 아니라 주변과 연결돼 상생적 관계가 형성됐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마을과 기업이 화합해 나갈 수 있게 행정이 이끌어준다면, 발전과 더불어 엄청난 브랜드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돈육 안심 육포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출원한 '코시롱안심육포' 제품. 사진=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감귤 첨가물을 넣어 만들어 낸 '감귤바이스부어스트' 제품. 사진=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앞으로의 목표를 물으니 “마을 주민과 상생을 통해 발전을 도움과 동시에 제주를 대표하는 업체를 만들어가고 싶다”며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한다면 시너지가 생겨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최근 현 대표는 1800만원 상당 안심 육포 1500개를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양돈부터 가공, 판매까지 청정 제주를 지키고 더불어 사는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그의 미래가 주목된다.

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로250번길 27(신흥리) / 제주시 화남로 65(화북이동)

슁켄하우스 서귀포시 남원점. 사진=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슁켄하우스 제주시 화북점. 사진=남동영농조합법인 슁켄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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