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과 “동의서 미제출 시 수강 취소·변경하라” 문자 보내
“사전 교수계획서 통해 알 수 있었던 내용” 반박키도

제주대학교 일부 학과가 불가피한 대면 수업 시 협의를 통해 결정하라는 학교 본부의 학사운영 방침과 다르게 대면 수업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한 등 일방적 조치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대는 지난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과 제주지역 확진자 증가 추세에 따라 3주간 전면 비대면 강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실험실습 과목 등 교과목 특성상 대면 수업이 불가피한 경우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교원-수강생 협의를 거쳐 대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하지만 일부 학과가 대면 수업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을 시 수강신청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라는 등 대면 강의를 강행하겠다는 내용을 문자로 통보해 재학생 학습권과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A학과는 8개 수업 가운데 하나라도 수강 신청한 학생들에게 “해당 교과목을 수강 신청한 학생들은 대면 수업 동의서를 오늘 3시까지 제출하라”고 문자를 보냈다. 

동의서는 ‘위 교과목의 수강학생인 본인은 집합수업 강의 진행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일방적 통보에 따른 형식적인 동의에 불과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제주의소리
일부 학과는 대면 수업 동의서를 기한 내 제출하라고 공지하는 등 문자를 보냈다. ⓒ제주의소리

B학과의 경우 실습이 포함된 수업을 대면-비대면 혼용 수업으로 진행하거나 비대면을 공지하지 않은 모든 전공 수업은 대면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문자에는 “대면 수업을 원하지 않는 학생은 수강신청 변경 기간에 변경하라”고 하는 등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의서 싸인 후 스캔이나 메일 등을 통해 30일까지 보내라는 문자에는 ‘필수’라고 명시하기까지 했다.

이밖에도 제보에 따르면 일부 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본 뒤 최소 2주 전 공지하겠다는 대학 본부의 입장과 다르게 3주간 비대면 수업이 끝난 뒤 학생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대면 수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일부 학과의 방침과 교수의 판단은 당초 학교 본부가 밝힌 ‘불가피한 경우 담당 교원과 수강생 협의를 거쳐 대면 수업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과 대치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원하지 않아 수강신청을 취소하고자 해도 전공 수업의 경우 대체할 교과목이 없거나 이미 수강신청 인원이 꽉 차 신청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모자란 학점을 채우기 위해 원치 않는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어 학습의 질이 떨어지는 등 학습권을 침해받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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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는 대면 동의서 관련 내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는 대면 동의서 관련 내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는 대면 동의서 관련 내용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제주의소리

재학생들이 참여하는 모 커뮤니티에서는 대면 동의를 하지 않으면 성적이나 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다는 불안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수도권 거주 재학생이라 밝힌 익명이 글쓴이는 “대면 동의 안했다고 괜히 눈치받을 것 같고 추후에 내 성적이나 평가 부분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불안하다”고 호소키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대 재학생 C씨는 [제주의소리] 제보를 통해 “교수님께 대면 강의에 대해 문의를 드리니 ‘절대 비대면 수업은 진행하지 않겠다. 대면 동의서 작성을 안 할 거면 수강을 취소하라’고 했다”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일방적 통보가 아닌 의견을 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과 학교 간 입장 차는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강의를 듣는 학생 의견을 무시하고 협의가 아닌 일방적 통보로 진행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안전과 생존에 대한 선택권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면 수업을 꼭 해야 한다면 이유와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안전을 보장할 방법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생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학과는 대면 수업 동의서를 기한 내 제출하라고 공지하는 등 문자를 보냈다. ⓒ제주의소리
일부 학과는 대면 수업 동의서를 기한 내 제출하라고 공지하는 등 문자를 보냈다. ⓒ제주의소리

제주대 모 학과 관계자는 “수강신청 기간 중 교수계획서에 대면-비대면을 포함한 해당 내용을 올려둬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문자는 교수계획서에 따른 대면 동의서 제출을 요청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실습과목의 경우 부득이하게 대면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1학기 비대면으로 진행해본 결과 일부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면서 “관련해 학생 의견을 전부 확인해도 찬반이 갈리는 상황이어서 조율이 힘들어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제주대 학사과 관계자는 “1차적으로 전 학과에 교원-학생 간 협의를 통해 진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면서 “어제(27일) 대면 수업을 원치 않을 시 수강신청을 바꾸라 했다는 민원이 들어와 해당 학과에 알리고 관련 내용에 대한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학사과가 처리할 수 없으니 학과-학생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래도 안 될 때는 학사과 차원서 나서겠다”고 대답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음에 따라 제주대가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 대해 3주간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추이를 지켜보겠다 한 상황서 해당 학과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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