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현장] 남원읍, 연이은 게스트하우스발 감염에 불안감 엄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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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귀포시 남원읍 '루프탑정원'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인 36번 확진자에 이어 직원이 37번 확진자가 되며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조용하던 서귀포시 남원읍 한 마을 게스트하우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며 지역사회 감염확산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7일 역학조사를 공개하면서 제주 36번째 코로나19 확진자 A씨가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루프탑정원’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6일부터 약간의 근육통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27일부터 발열과 기침 증상이 나타났다”고 진술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25일 오전 10시12분께 입도한 뒤 오전 11시26분부터 22분간 ‘은빌레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루프탑정원’에 출근해 투숙객과 저녁식사를 했다고 진술했다.

증상이 나타난 26일에는 오후 8시부터 40분간 ‘루프탑정원’서 머물고 제주시로 이동해 지인과 만났다. 이후 27일 오후 3시40분경 서귀포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오후 9시50분경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가 제주 36번 확진자가 된 다음 날인 28일 오전 6시경엔 함께 근무하는 직원 B씨가 확진 판정을 받고 37번 확진자가 됐다.

A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인 루프탑정원엔 당시 투숙객 14명과 직원 3명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와이너리파티가 꾸준히 열렸다는 것이다. 마당 한켠에는 파티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빈 와인병 수십 개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연이은 확진자 발생에 일부 투숙객 역시 발이 묶인 채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장엔 렌터카를 비롯한 승용차 약 6대가 주차되어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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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파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빈 와인병 수십 개가 담벼락을 따라 놓여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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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앞 주차장에 그대로 주차돼있는 차량 들. 투숙객이 대여한 것으로 보이는 렌터카가 보였다. ⓒ제주의소리

게스트하우스는 문을 굳게 닫고 불을 끈 상태로 사람이 없는 듯 조용했으나 가까이 다가가니 건물 내부에서 희미하게 대화하는 말소리가 새어 나왔다.

루프탑정원 관계자로 보이는 일부 인원은 옥상으로 나와 건물 외부에 있는 언론을 의식한 듯 주변을 확인하고 안 보이는 곳에서 잠시 머물다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다른 인원은 같은 장소에서 통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남원읍 태흥리는 사람과 마주치기도 힘들 정도로 조용했다. 인근 태흥초등학교 앞 거리는 불안한 분위기를 나타내듯 을씨년스러웠다. 발걸음을 바삐 옮기던 지역주민 역시 인터뷰를 거부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인근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아침에 식사하러 많이 오는데, 오늘은 손님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는 공사장 인부들도 예약을 취소하는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사람이 지나가질 않는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타나 죽을 지경이다. 자칫하단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며 “명절도 다가오는 가운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다. 영세업자만 죽어난다”고 토로했다.

다른 가게를 운영하는 D씨 역시 “인근서 확진자가 발생해 타격이 크다.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하면 있던 사람도 없어진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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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파티가 열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옥상에는 누군가 전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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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내부에 머무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주변을 둘러본 뒤 들어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A씨가 입도 당시 점심을 위해 머물렀던 남원읍 의귀리 ‘은빌레식당’ 역시 폐쇄를 알리는 게시물이 걸린 채 문이 굳게 잠겼다.

방역을 마치고 정비를 위해 잠시 문을 연 은빌레식당 사장 E씨는 “확진자가 다녀갔을 때는 다행히 손님이 많이 없었고 그 손님 주변에는 앉지도 않았다”면서 “가게에 들어올 때부터 손소독을 요청하고 위생장갑을 비치해 착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진자가)손을 씻겠다고 해서 별도 세면대를 안내하는 등 방역수칙을 가게 차원서는 철저히 지켰다”며 “지난해보다 장사가 반타작 난 상황에서 확진자까지 다녀갔다 하니 주변서 동요할까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9월 중순까지 예약된 손님들에게 의무가 아니지만, 확진자 방문 사실을 알리는 등 노력하고 있다.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불안감이 조성되지 않게 도와달라”고 오히려 기자에게 당부했다.

한편, 방역당국에 따르면 제주 36번 확진자 A씨는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수도권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수도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는 A씨가 운영하는 루프탑정원 투숙객 파악 등 현장 역학조사 및 CCTV·카드사용 내역 분석 등을 통해 추가 접촉자 정보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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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를 알리는 게시물이 붙은 은빌레식당.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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