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촌사람들 “기만적 의견수렴·찬성의견 부추기기 등 민주주의 훼손”

제주도청 앞 천막촌사람들은 31일 논평을 내고 “국토부와 제주도는 제2공항 건설 찬성단체 측에 적극적 활동을 당부하고 게시판 하나로 도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등 민주주의와 도민 결정권을 훼손하는 협잡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천막촌사람들은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이 시작된 다음 날 국토부와 제주도 관계자가 찬성단체를 만나 제2공항에 대한 빠른 고시와 건설을 돕기 위한 적극적 활동과 의견 피력을 당부하는 등 도민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천막촌사람들은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이 시작된 다음 날 국토부와 제주도 관계자는 찬성단체를 만나 적극 활동을 당부했다”며 “찬성단체 역시 공문, 상경집회, 타 단체 연대 등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고시와 건설을 돕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 중인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은 200여 건에 불과해 ‘폭넓은 의견수렴’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면서 “그런데도 제주도정은 의견을 받았다는 핑계로 ‘도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했다’ 선언할텐가”라고 말했다.

또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에 대한 도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며 홈페이지, 방문접수 등 465건 중 84건만 분류하고 나머지는 기타로 보고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타로 분류된 전체 의견의 81%인 381건에 대한 제목을 분석해보니 반대의견 250건, 찬성의견 80건 정도로 나타났다”면서 “많은 도민 의견을 ‘기타’로 처리해놓고서 또 게시판을 만들어 도민 의견을 수렴했다고 우길 셈인가”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천막촌사람들은 “기만적 과정은 이뿐 아니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제주국제공항 인프라 확충 용역보고서’ 내용 은폐, 예비타당성조사서 타 후보지 평가점수 조작, 찬성단체만 모아 진행한 공청회와 기획 중간보고회 등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선 준비 작업에 분주한 탓인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만날 수 없다며 면담을 호소하는 도민을 만나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하라며 성토했다.

천막촌사람들은 “제주도는 기만적 게시판 운영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갈등을 부추기고 국토부는 찬성단체를 만나 행동을 요구하는 등 협잡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는 공명성·투명성·대표성·정당성 등을 저버린 공공기관이 제주 사회생태를 위협하는 등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게시판 하나로 도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권위주의적 작태를 버리고 원 지사는 제2공항을 비롯한 제주 현안을 두고 면담을 호소하는 도민을 만나 책무를 다하라”면서 “국토부 역시 기만적 행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지난 공개토론회 쟁점에 대한 철저한 검증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전문]제주도와 국토부는 제주도의 민주주의와 제주도민의 결정권을 훼손하는 협잡을 멈추라

- 논평 요지 -
1. 제주도정의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은 찬반 갈등만을 부추긴 채 200건도 못 되는 의견수렴에 그쳤다.
2. 의견수렴 시작 다음날, 국토부는 찬성단체들을 만나 적극적인 활동을 당부했다.
3. 이번만이 아니라 제주도정과 국토부는 제주 제2공항 사업 진행 과정 내내 제주도의 민주주의와 제주도민의 결정권을 무시했다.
4. 제주도정은 게시판 하나를 개설해 도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권위주의적 작태를 버리고, 제대로 도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라.
5. 원희룡 도지사는 제2공항 문제를 비롯한 제주의 현안들을 두고 면담을 호소하는 도민들과 만나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하라.
6. 국토부는 찬성단체를 만나 찬성 여론을 부추기길 당부한 행태에 관해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응당한 책임으로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을 징계하라. 아울러 지난 공개토론회에서 드러난 제2공한 사업의 쟁점들에 대해 철저한 검증에 착수하라.

□ 단순 찬․반 의견 피력을 조장한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
오늘 8월 31일은 제주도정의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 마지막 날이다. 제주도정은 제주도의회의 도민공론화 추진과는 별도로 “제2공항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도민사회의 폭넓은 주민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8월 11일부터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그 결과 ‘폭넓은 의견 수렴’이란 취지가 무색하게 200건도 못 되는 의견만이 접수되었다. 그런데도 일단 의견들을 받았으니 제주도정은 “도민의 여론을 폭넓게 수렴했다”고 선언할 텐가.

그런데 단순히 의견 수치가 적은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은 이렇게 안내되어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단순 찬·반 논의를 넘어 갈등해소 방안, 주민들의 피해 최소화, 환경수용력 대응 등 제주도 미래상에 대한 도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상생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도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그런데 그 방법은 게시판 하나를 개설해 놓는 것이었다. 더구나 게시물은 한 번만 작성할 수 있고, 게시물 열람은 작성자와 관리자만이 가능하다. 동료 시민들의 의견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게시물들은 제목에 제2공항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를 밝히는 식이 되었다. “단순 찬·반 논의를 넘겠다”고 공언했지만, 의견수렴의 방식이 단순 찬·반의 의사 피력을 부추긴 것이다.

□ 또 다시 게시판 하나를 개설한 것으로 도민의견수렴을 거쳤다고 우길 셈인가
게시판으로 하는 소위 ‘도민의견 수렴’은 벌써 몇 번째다. 가령 작년 11월 5일 제주도정은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에 대한 도민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당시 의견접수는 홈페이지 360건과 방문접수 105건, 도합 465건으로 보고되었다. 그 내용이 ‘보상대책 마련’ 19건, ‘지역상생 발전’ 50건, ‘생활기반 시설’ 13건, ‘문화시설 확충’ 1건, ‘지역문화보존’ 1건으로 제시되었다. 그런데 전체 의견의 81%에 이르는 381건이 ‘기타’로 분류되었다. 

이 중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된 360건의 게시물 제목을 분석하면 반대의견이 250건, 찬성의견이 80건 정도였으며, 그밖에 조류충돌, 지반침하, 도민공론화 등에 관한 질의도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 대부분이 ‘기타’로 처리돼 소중한 도민의 의견이 지워졌다.

올해는 작년보다 의견의 수치가 현저히 줄었다. 애초 제2공항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한 기만적인 의견수렴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도민들은 이번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에 놀아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또 다시 게시판 하나 만들어놓고 제주도정은 도민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우길 셈인가.

□ 폭로된 제주도정-국토부의 협잡
그런데 이 와중에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제2공항 상생방안 의견수렴」이 시작된 다음날인 8월 12일, 국토교통부 김상도 항공정책실장, 오원만 신공항기획과장, 제주도청 이상헌 공항확충단장 등이 성산읍 공항확충지원센터에서 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 성산읍청년포럼 등 제2공항 찬성단체 측을 만나 찬성단체의 적극적 활동을 당부한 것이다(8월 19일 제주KBS, 제주의 소리, 제주투데이, 제이누리 보도). 이에 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는 공문형식의 문서 및 상경집회, 타 단체와의 연대 등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제주 제2공항의 빠른 고시와 건설을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돌이켜보면 이런 협잡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제2공항 사업추진은 이제껏 거의 모든 과정이 기만적이었다. 

제2공항 사업추진 절차는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기본계획 고시, 기본설계, 실시설계, 건설공사 순이다. 제2공항 추진의 근거가 된 「사전타당성 용역보고서」에서는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제주국제공항 인프라 확충 용역보고서」 내용이 은폐되었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성산을 예정지로 하기 위해 다른 후보지의 평가점수를 낮추려는 조작이 있었다. 기본계획은 은밀히 착수한 뒤 사후에 기사로 흘렸다. 기본계획 착수보고회는 사전에 장소를 알리지 않고 제주가 아닌 세종시 국토부 건물에서 비공개로 진행했다. 기본계획 중간보고회는 성산에서 제2공항 찬성 측만이 모인 가운데서 한 시간도 안 되게 진행했다. 기본계획 최종보고회 역시 장소 공지를 최대한 늦췄고 시민들이 저지했으나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최종보고를 한 것으로 넘어갔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협의회에 예정부지 및 피해지역 주민이 아닌 국토부가 위촉한 사람(찬성단체 대표)이 주민 대표로 들어갔다. 제주도가 추진한 제2공항 기본계획 반영과제 발굴 1차 공청회 역시 불과 이틀 전에 시간과 장소를 공지해 공무원과 찬성 단체만을 모아놓고 진행했으며, 2차 공청회는 시민들이 막았다. 그러자 온라인으로만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방식을 변경했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 제주도민의 면담 요청을 무시하는 원희룡 도지사
한편, 현재 대선 도전 준비 작업에 분주한 탓인지 제주 도민은 호소해도 원희룡 도지사를 만날 수가 없다. 도청앞 천막촌은 이미 600일 동안 제주도청 앞에서 목소리를 내고 공문을 통해 면담을 공식 요청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또한 비자림로 시민모임,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강정평화네트워크, 서귀포시우회로도 시민모임 등이 저마다 시급한 사안을 두고 원희룡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정은 제주사회의 최대 현안인 제2공항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그러면서 기만적인 게시판 도민의견수렴으로 도민 간 갈등을 부추기고, 국토부는 은밀히 찬성단체를 만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공명성, 투명성, 대표성, 정당성을 저버린 상태에서 제2공항 문제는 제주도의 사회생태를 위협할 뿐 아니라 제주도의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

□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 제주도는 게시판 하나를 개설해 도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권위주의적 작태를 버리고, 제대로 도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라.
- 원희룡 도지사는 제2공항 문제를 비롯한 제주의 현안들을 두고 면담을 호소하는 도민들과 만나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하라.
- 국토부는 찬성단체를 만나 찬성 여론을 부추기길 당부한 행태에 관해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응당한 책임으로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을 징계하라. 아울러 지난 공개토론회에서 드러난 제2공한 사업의 쟁점들에 대해 철저한 검증에 착수하라.

제주도는 기만적인 도민의견수렴, 국토부의 찬성의견 부추기기, 제주도의 민주주의와 제주도민 결정권을 훼손하는 협잡을 멈추라!

2020년 8월 31일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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