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강정마을 상생발전 협약 체결…부석종 총장 "제주출신으로 갈등 매듭"

부석종 해군 참모총장이 31일 제주를 찾아 강정 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해군의 공식 사과까지는 12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부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강정마을커뮤니티센터에서 해군본부-강정마을회 간 민군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해군과 강정마을은 '민군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국방부 소관 강정마을 지역발전계획 사업 추진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민군협력 프로그램 운영 △제주해군기지 장병 자긍심 함양방안 마련 △양 당사자 간 민군상생 발전을 위한 사항 등을 협력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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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종 해군 참모총장이 31일 강정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에 대해 사과했다. ⓒ제주의소리

또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마련된 '민·관·군 상생협의회'의 실무회의 및 고위급회의 등을 통해 협력사항에 대한 계획을 발전시키고, 해군과 강정마을회가 참가하는 수시 간담회를 개최키로 했다.

부 총장은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유치와 건설 추진 과정에서 주민 여러분들께 불편과 갈등을 초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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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주민들에게 사과하는 부 총장. ⓒ제주의소리

부 총장은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해양에서 대한민국 국익을 보장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건설됐다. 그러나, 기지 유치 과정과 공사 진행 과정에서 구상권 청구, 행정대집행 등 가슴 아픈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로 인해 주민 여러분들께서 응어리 진 아픔과 상처를 지닌 채 지금껏 생활해 오신 것을 제주 출신이자 제주사업단장을 역임한 제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다시 한번 해군기지 유치와 건설 추진 과정에서 주민 여러분께 불편과 갈등을 초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부 총장은 "국방부는 해군기지 관사건립 반대 시설물 철거와 관련된 행정대집행 비용 납부명령을 직권 취소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치유하고, 이제 민-관-군이 함께 상생 발전하고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군은 마을주민 여러분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어렵게 성사된 '민관군 상생협의회'에 적극 참여해 지금까지 쌓인 갈등을 풀고 서남방파제 친수공간 조성사업 등 마을주민 여러분께서 원하시는 지역발전 사업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부 총장은 "마을회에서 요청하신 사업 중에 해군 단독으로 추진이 제한되는 사항들은 정부 관련부처와 긴밀히 협조해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 총장은 "아울러 400여년 동안 한 식구처럼 지내왔던 강정마을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 마을의 갈등을 넘어설 수 있도록 우리 해군이 앞장 서 노력하겠다. 마을회에서도 강정주민은 물론 제주도, 해군과 함께 모두가 상생협력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가 해군참모총장으로서 이 일을 매듭짓고 새로운 상생의 길을 여는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해군과 저를 믿어주시고, 앞으로도 해군 장병들이 여러분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긍심을 갖고 숭고한 국방의 의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당부했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제주의소리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제주의소리

이에 대해,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고통 속에서도 우리 마을은 갈등과 반목을 우리 세대에서 마무리 하고 미래에는 행복한 공동체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참모총장의 사과를 요구하게 됐고, 이에 대한 화답으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공동체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순수하게 오로지 강정마을만을 지키고자 투쟁했던 주민들의 사법처리는 부당하며 사면돼야 한다. 또 정부에서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약속한 지역발전계획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과거를 알고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라'고 했다. 오늘 참모총장이 사과했다고 해서 그동안 우리 가슴에 쌓아두었던 응어리가 완전히 풀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면 후손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아픔을 물려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아직 만족은 되지 않겠지만, 용서는 하고 잊지 않으면서 미래로 나아갔으면 한다. 그동안 해군 장병들이 강정주민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강정주민들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해군 장병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 총장과 강정마을회는 이날 협약식 체결 직후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추후 세부적인 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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