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국민과 절박한 환자 생명 볼모한 파업 동의할 수 없다

‘소리 시선(視線)’은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쓰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매주 수요일 외에도 시시각각 벌어지는 주요 이슈에 대해선 비정기적으로 싣습니다.

우리 의료진들과 국민들이 총력을 펼쳐서 코로나 1차 대유행을 막아낸 바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코로나 위기로부터 국민을 지켜낸 당시 의료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에 코로나 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우리나라, 특히 코로나 청정지역임을 자부하던 제주도의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8.15 광화문집회와 사랑제일교회에서 불붙은 코로나 확산이 전국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고, 일부 게스트하우스와 산방산온천에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가 제주도 전역을 휘몰아치고 있다.

8월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주간 국내 발생 환자는 일 평균 300명에 이르러 이전 2주보다 8배 증가하였고, 사망자가 16명이 발생하였다. 교회, 의료기관, 소모임 등을 통한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전국적인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확진자 수가 어느새 2만 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코로나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제주지역도 지난 2주 사이에 20명 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서 확진자 수가 46명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주지역의 경우 확진자 동선이 음식점, 카페, 게스트하우스, 온천 등은 물론 도청, 시청, 세무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의 공공기관들까지 미치고 있어서 제주도도 더 이상 코로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지금의 코로나 확산은 지난 3~4월의 1차 대유행의 경우와는 달리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경우가 20%에 이르고 있고, 위중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급증하는 코로나 확진자와 위중 중증환자들을 수용할 병원과 병상이 모자라고, 그들을 치료할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방역당국에서도 코로나 2차 대유행을 막기 위해 국민에게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설득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고, 국민들 역시 생업의 피해와 생활의 불편을 감내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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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발 집단감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그동안 코로나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제주지역도 확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이 파업하는 것은 보통 시민 입장서 이해하기 힘들다. / 그래픽 이미지=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전체 확진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서고, 위중 중증환자를 치료할 병상은 수도권에 23개만 남았고, 인력과 장비가 완비돼 곧바로 가동할 수 있는 병상은 10개뿐이다. 어떻게 감염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환자 비율은 점점 높아져 최대치에 다다르면서, 온 국민이 그야말로 온몸으로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인 의료인들이 이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러기에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여 의사들이 파업하는 것은 보통 시민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정부에서는 장기적으로 지역의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정도로 의사 수를 확대하여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목적으로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대정원을 늘리겠다고 한다. 반면에 의사단체에서는 현재 지역의료가 열악한 것은 의사 수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의료분배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레지던트)들은 정부정책에 반대하여 파업에 돌입하고, 정부는 현 상황에서 의사파업은 불법행동이라고 전공의들을 고발하면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모든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예전부터 ‘사’자 든 직업을 선망해왔다. 그러한 전문가 집단들은 나름의 부와 명예와 권력을 지닌다. ‘의사’라는 직업도 그러한 직종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의료 전문가에게 ‘건강’과 ‘생명’을 위탁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어느 직업의 종사자들보다도 더 큰 예우를 다한다. 그러한 예우를 받는 만큼 의사들은 국민들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재처럼 코로나 대확산으로 우리 국민과 사회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것은 직업윤리적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하고,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파업을 강행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시시비비는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의사단체, 시민단체 등이 함께 모여 수차례 끝장토론을 하든지 공개토론회를 거치면서 합리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으로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의료대란이 벌어지는 이 상황에서 의사들이 파업하는 것은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파업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 상황에서 의사들이 있어야 할 곳은 파업현장이 아니라 의료현장이라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그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우리 사회에서 상대방을 존경하여 ‘선생님’이라 부르는 직업은 문자 그대로 ‘선생님’인 교육자들 외에는 의사들에게만 붙이는 호칭이다. 의사선생님들께서는 왜 당신들께 ‘선생님’이라고 존칭을 붙이는지 헤아려주시기 바란다. 의사선생님들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충정을 백번 감안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의료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절박한 환자를 볼모로 당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는 의사파업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 / 윤용택 논설위원·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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