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93편 담아낸 동시집 ‘열두 살 해녀’ 발간...그림 박들

문화기획자이자 작은 책방 운영자인 김신숙 시인이 제주 해녀의 삶을 담은 첫 동시집을 펴냈다.

동시집 《열두 살 해녀》(한그루)는 우도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해녀가 된 작가 어머니의 구술을 바탕으로 지은 93편의 시가 담겼다.

《열두 살 해녀》는 해녀인 어머니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담기도 했다. 해녀가 처음 물질을 배운 우도를 배경으로 1950~1960년대 제주 해녀의 생활사를 펼쳐내고 마을 공동체 이야기를 녹여냈다.

열두 살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해녀의 삶을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그려내며 해녀 문화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가치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지난 여름과 겨울 사이에 들은 해녀 옥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동시집으로 엮어 봅니다. 칠순이 넘은 우리 엄마, 무엇을 또 낳은 것 같아요. 축하드립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가 제주 떠나 원정물질 갔을 때
젖먹이니까 나를 데리고 갔겠지

젖 물려줄 엄마가 없으면 아기들은 살 수가 없잖아
기억나, 나는 걷지도 못하는 아기야

어머니가 나를 나무에 천 배로 똘똘 묶어서
저 멀리 바다로 가 물질했던 거 기억나

내가 왕왕 울고 있으니까
머리 하양한 할머니가 옆에서
더 울라 더 울라 약 올리던 거 기억나

늙어서 잘 걷지 못하는 할머니가
나무에 묶어 놓은 나를 돌보고 있었어

가끔 바다에서 나온 엄마가
짠 젖을 물리고 갔겠지

아마도 나를 봐주던 힘없는 할머니도

아기 눈물이 묻은 건지
엄마 눈물이 묻은 건지

엄마가 잡아 온 짠 물이 싱싱한 
해산물을 얻어갔겠지
- 《열두 살 해녀》 가운데 ‘짠 젖’ -

한그루는 신간에 대해 “자연이 가득한 곳에서 자란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어린이들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발문을 쓴 김진철 작가는 “제주바다를 사랑한 열두 살 해녀의 기억은 제주의 기억이자 우리의 기억이다. 동시집의 의미는 ‘기억의 전승’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숙은 제주 서귀포에 있는 작은 마을 ‘스모루’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 어른이 되어서도 서귀포에서 시집만 파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작은도서관서 책들을 반듯하게 정리한다.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바다를 건너가 수평선을 반듯하게 펼치고 오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열두 살 해녀》를 쓰고 《용용 살겠지》, 《허운데기》 등 동화를 짓고 시집 《우리는 한쪽 밤에서 잠을 자고》를 펴냈다.

한그루, 21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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