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3기 대학생 기자단] 제주 1차산업 부농 꿈꾸는 스물여덟 살 오성옥 청년 농부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제3기 대학생기자단이 지난 6월29일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기성세대와는 차별화된 청년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제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저널리즘에 특별한 관심을 갖거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그리고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는 대학생기자단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성글지만 진심이 담겼습니다. 제주의 미래를 꾸려갈 인재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청춘의 날 것을 만나보십시오. [편집자] 

“제주도 각 지역에서 많은 청년 농부들이 제주의 농촌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부모님께서 감귤 농사를 계속하셨고, 곁에 있으면서 고질적으로 겪는 문제를 많이 접했습니다. 고령화, 인력난 등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다양한 노력을 통해 제주의 농촌을 살리고 변화시키는데 이바지하는 농부가 되고 싶습니다.” 

1차 산업은 제주도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하지만 농촌의 고령화와 함께 인력 부족은 농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농림어업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이 전체의 32%를 차지한다. 2013년에는 25%였다. 인력문제도 심각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산물을 수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당당히 청년 농부로서 출사표를 던진 스물여덟 살의 청년농부 오성옥 씨를 만났다.

청년 농부로 제주 1차산업을 이끌어 나갈 현승현(사진 왼쪽, 28), 오성옥(28) 씨. ⓒ제주의소리
청년 농부로 제주 1차산업을 이끌어 나갈 현승현(사진 왼쪽, 28), 오성옥(28) 씨. ⓒ제주의소리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현재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부모님 농장일을 도와드리면서 청년 농부로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친구와 함께 농사일을 돕고 배우고 있다. 기본적인 농법부터 시작해 유통, 홍보까지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서 배우는 과정에 있다. 내년에 3300m²(약 1000평) 정도의 밭을 임대받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계획하고 있다”

Q. 청년 농부가 점차 늘어나고는 있지만,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텐데 농부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는 창업이 꿈이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 생각하던 중 부모님께서 하고 계시는 농장일이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많이 봐왔고 일을 도와드리면서 밭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다. 막상 넓은 땅에 농사를 짓고 있는데 적자가 계속해서 났다. 귤값도 떨어지고 경쟁력에서도 뒤처진다고 생각해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것이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다” 

Q. 농부로서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기본적인 일과는 아침 6시에 시작한다. 현재는 부모님의 밭을 도와드리고 있다 보니 부모님들과 일정을 조율해서 하고 있다. 노지와 하우스를 모두 맡아서 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특히 여름철에는 낮에 온도가 너무 높아 해가 저무는 시간대에 맞춰 일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판매가 있는 날에는 아침 6시에 밭으로 가서 주문이 들어온 것을 확인 후 오전 11시까지 택배를 보내는 작업을 한다. 이후 남는 시간은 홍보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 SNS와 유튜브에 게시하고 있다”

사진=김주원 대학생 기자. ⓒ제주의소리
감귤 나무를 관리 중인 오성옥 씨. 사진=김주원 대학생 기자. ⓒ제주의소리

Q. 올해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왔었다. 어떻게 대처했나?

“노지 같은 경우에는 장마가 길어지면 적기에 방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 농작물에 각종 병해충이 잇따른다. 또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감귤 같은 경우에는 궤양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폐기처분 해야 하므로 손실이 막대하다. 이를 위해 다소 비가 적게 오거나 화창한 날 최선을 다해 방제했다. 배수로도 정비해서 습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하우스 같은 경우에는 시설물 보수 및 보강을 통해 이에 대비했다.”

Q. 모든 일에는 적합한 자질이 필요하다. 농부의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다른 일도 비슷하지만, 농부는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닦달하거나 붙잡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본인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작물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시간을 유동적으로 잘 조절해야 한다. 가령 하우스 같은 경우에는 내부가 매우 더워 새벽이나 저녁을 활용해서 일하는 등 부지런하고 꾸준히 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농사를 짓기 전에는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경영 및 유통, 홍보와 가공 같은 부분에서도 큰 노력을 기울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제주도에서도 귤 농사를 짓는 농가가 20% 정도 되는데, 이들 모두와 경쟁을 해야 하므로 경영수단이나 위생, 맛 등 여러 방면에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소비 트렌드를 잘 파악할 줄 알아야 하고 똑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농촌으로 유입되는 청년 인구가 적은 까닭은?

“예전에는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막상 농장일을 시작해보니 정말 힘들었다. 회사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처음 밭으로 나와 일을 했을 땐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었다. 특히 비닐하우스 같은 경우는 열기를 가두어두다 보니 들어가기만 해도 땀범벅이 된다. 근무환경을 중요시하는 요즘 청년들에게는 농촌의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유입되는 청년들이 적은 것 같다. 초기자본의 부담도 청년들의 유입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농사라는 게 기본적으로 땅이 있어야 하므로 시작단계에 있어서 큰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다.”

사진=김주원 대학생 기자. ⓒ제주의소리
유튜브 '재주껏 제주껏'을 통해 청년 농부의 삶을 알리고 있는 성옥 씨. 소비자에게 보낼 상품을 차에 싣고 엄지를 치켜세워 보이고 있다. 사진=김주원 대학생 기자. ⓒ제주의소리

Q. 청년 농부라는 타이틀이 주는 장점과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농법과 마케팅에 관한 다양한 교육들이 이뤄지고 있는데, 교육을 받으러 다니면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이 와서 농사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것을 기특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저희를 경쟁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로 봐주시는 것 같다. 밭 구경도 자주 시켜주시고 농사에 있어서 중요한 조언과 가르침도 스스럼없이 해주신다. 여기서 받은 많은 도움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할 농사에 집중할 생각이다. 

아직은 대부분의 농사일이 물리적인 힘을 통해 이뤄지지만, 미래엔 농업의 형태가 많이 변할 것이다. 전문 농업인이 육성될 것이고 드론, 센서, AI를 활용한 무인화시스템을 갖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감귤 농사는 드론을 이용한 방제 정도만 하고 있어, 스마트팜 분야에서 시작단계에 머물러 있다. 내년에 밭을 임대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스마트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농가들을 분석하고 밭에 적용하면서 대중화시켜 농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농부로 거듭나고 싶다.”

김주원 제주의소리 3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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