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상생 운운하며 관광진흥기금 부과도 반대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지난 7월, 제주에 대기업 신규면세점 허용 방침을 결정한 기획재정부의 논리는 옹색했다. 코로나 19로 지역 상권은 물론이고 면세점들도 초토화된 시기였다. 기재부는 도리어 ‘코로나 카드’를 들고나왔다.

“코로나 19로 면세점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특허 결정 이후 특허 공고 절차 및 사업 준비기간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코로나 19 이후의 시장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친절한 금자씨’가 따로 없었다. 기재부가 또 언제 이처럼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움직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 신규 허가를 내주려면 지난해에 진작 내줬어야 했다. 명분상으로는 그게 맞다. 지난해의 경우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2017년 대비 2018년 매출이 2000억원 이상 증가했고, 외국인 관광객도 1년 새 20만명 넘게 늘었다. 

올해는 2000억원 이상 매출 증가(2018년 대비 2019년 실적) 요건만 채웠다. 

기재부가 지난해 제주에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제주도가 부정적 입장을 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부정적 기류는 올들어 더 확연해졌다. 제주도 뿐만 아니라 도의회, 소상공인, 시민사회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올해 신규 허가를 내주겠다고 했으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선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답시고, 내건 조건도 정작 당사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특허를 내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건은 두 가지다. 향후 2년간 지역 토산품·특산품 판매 제한,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협력 방안 마련이다. 

이중 토산품·특산품 판매 제한은 오히려 면세점과 지역의 상생 루트 마저 막아버리는 몰지각한 처사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에 직면했다. 

가장 격앙된 쪽은 소상공인들이다. 기존 면세점들도 코로나 19로 특허를 반납하려는 마당에 추가 허용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이들의 반응이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의 방침에 따라 제주에 롯데, 신라면세점에 이은 또 하나의 대기업 면세점이 들어서게 됐다. 기재부는 당시 지역 토산품 등 판매 제한 및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협력 방안 마련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제주의소리 DB>

여기서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이은 코로나 사태로 지금은 죽을 쑤고 있다지만, 나날이 번창하던 시절 시내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당시 대기업 면세점들은 관광 수익 편중과 부(富)의 역외 유출로 곱지않은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이걸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생색내기식 기부는 그들이 거둬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급기야 제주도가 나섰다. 카지노처럼 관광진흥기금을 걷기로 한 것이다.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이 내용을 채택했다. 부과액은 ‘매출액의 1%’로 잡았다. 매출액의 최대 10%를 기금으로 걷는 카지노와는 비교조차 안된다. 

도의회의 동의까지 받고 정부와 절충에 나섰으나 거대한 벽과 마주하게 됐다. 기재부였다. 전언에 따르면 기재부의 입장은 ‘불수용’. 완고하다고 했다. 최소한의 지역상생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기재부에 의해 가로막힌 셈이다. 

기재부는 이중부과를 문제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시내면세점에도 일종의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보세판매장(면세점) 특허수수료다. 이 수수료가 관광진흥기금으로 편입되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제주특별법 부칙에 2018년도부터 적용한다는 소급 조항이 있어서 가능했다. 관광진흥기금의 재원은 정부와 제주도의 출연금, 카지노 납부금, 출국 납부금(1인 1만원), 특허수수료 전입금이다.

특허수수료는 매출액의 0.1~1%. 부과 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가 제주도내 면세점들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한 뒤 그 절반(50%)을 제주도 몫으로 떼어주는 방식이다. 제주도가 받아야할 금액은 2018년도분 30억원, 2019년도분 41억. 하지만 지난해말에야 법률이 개정된 탓에 아직까지 제주도에 들어온 돈은 전무하다.

이같이 취약하고 복잡한 구조를 바꾸고, 면세점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높이자는 것이 제주도가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이다. 어찌보면 면세점으로서도 낼 건 내고 가는게 보다 당당(?)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지역 상생을 운운하는 기재부가 난색을 표할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결같은 지역 여론은 외면한 채 면세점 추가 허용을 밀어붙이면서 기금 부과는 안된다는 기재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당초 8월말로 예상됐던 면세점 특허 공고가 여태껏 나지 않은 것을 보면 기재부(관세청)도 고민이 깊은 모양이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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