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단 몸짓 무용극 ‘바당-숨, 쉼, 삶’

5일 첫 공연을 마친 퍼포먼스단 몸짓의 작품 '바당-숨, 쉼, 삶' 출연진. ⓒ제주의소리
5일 첫 공연을 마친 퍼포먼스단 몸짓의 작품 '바당-숨, 쉼, 삶' 출연진. ⓒ제주의소리

제주 극단 ‘퍼포먼스단 몸짓’의 올해 첫 공연 <바당-숨, 쉼, 삶>은 제목에서도 잘 드러나듯 제주 해녀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에서 태어난 여자 아이가 바다, 물질을 만나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과정을 이어도라는 판타지 설정과 퍼포먼스(performance)를 통해 보여준다.

안무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작품은 두 가지 축이 있다. 강종임·고지선·홍진숙·홍소라 배우가 선보이는 해녀춤과 허벅춤, 향발(響鈸)춤 등 전통 무용. 나머지 하나는 손라희, 홍현일 배우의 넓은 의미에서 자유로운 현대 무용이다.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랑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제주 해녀의 의지가 중심이다. 주인공 해녀는 거친 파도에 휩쓸리며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이승과 저승 사이 가운데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평온한 안식을 포기하고 이승으로 돌아간다.

잔잔하다가 폭풍우가 몰아치는 파도 상태를 각기 다른 배우들을 통해 보여주는 연출은 가장 인상적이다. 처음에는 부채와 함께 완만한 선을 강조하면서, 이후 격정적인 동작으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변화로 악천후를 표현했다. 소품과 색에서도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효과를 높였다.

작품 시작과 끝 부분에 90대부터 60대 나이까지 실제 해녀들과 가진 인터뷰를 배치한 시도 역시 기억에 남는다. 물 속에서 살아온 지난 시간을 한 눈에 보여주는 신체, 그들에게서 듣는 생생한 제주어는 어느 소품, 연출보다 확실한 무게감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강약 조절이 느껴지는 상이한 성격의 안무, 현실과 가상 속에서 조명하는 제주 해녀까지. 지난해 <비바리 연가>로 첫 선을 보인 이번 <바당-숨, 쉼, 삶>은 다각적인 시도를 추가하며 보다 발전된 작품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완성도 있는 무대인가’라는 질문에서는 선뜻 답을 내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허벅춤 부터 향발춤과 꽃바구니를 안고 추는 마지막 춤까지, 소품만 달리할 뿐 안무는 관객 입장에서 볼 때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유사한 동작이 반복되면서 춤마다 지닌 개성을 느끼기 힘들었다. 이렇게 정체된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운 춤에서 다소 숨통이 트였는데, 스트릿 댄스(Street dance) 등을 연상케 하는 동작으로 흐름을 환기시켰다. 다만, 그 마저도 짜임새 있는 일체감까진 나아가지 못했다. 실제 해녀 인터뷰는 제주어를 표준어로 바꾸는 수고는 좋았지만, 기본 정보인 인터뷰 장소가 명시되지 않았고 질문 역시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해녀를 했나 ▲당신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인가? 라는 공통 질문에서 조금이라도 다양해진다면 관객 이해도가 넓어지겠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바당-숨, 쉼, 삶>이 인상 깊은 이유는 ‘퍼포먼스’라는 극단 정체성에 다가가는 의미 있는 노력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올해로 창단 12년을 맞는 퍼포먼스단 몸짓의 최근 몇 년 간의 활동은 ‘퍼포먼스’라는 명칭이 무색했다. 여느 일반 극단과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냉정하게 말해 이도저도 아닌 느낌까지 받았다. 이번 작품은 한국 무용이나 제주 춤에 기반을 둔 동작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다채로운 시도를 더하면서 몸의 언어로 관객과 다가서려는 모습이 느껴졌다. 

<바당-숨, 쉼, 삶>은 무대가 완성되기 까지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출연진 한 명이 예상치 못한 큰 부상을 입고 이탈했다. 어렵게 무대를 올린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제 자리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속에 ‘퍼포먼스'와 '몸짓’이라는 본질에 부합하는 활동이 계속 이어지기를 부디 바란다. 

<바당-숨, 쉼, 삶>은 9월 6일 오후 4시 공연이 남아있다. 장소는 세이레 아트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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