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제10호 태풍 하이선 피해접수 56건...선흘리 최대 500mm 등 물폭탄 침수피해 속출

7일 오전 찾은 제주시 구좌읍 소재 당근밭. 절반 이상에 빗물이 가득 고여 있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찾은 제주시 구좌읍 소재 당근밭. 태풍 하이선이 동반한 폭우로 당근밭이 빗물에 저수지로 변해 버렸다. ⓒ제주의소리 박성우 기자 

제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이 할퀴고 간 제주는 피해 복구가 한창이다. 무려 200여km 가량 떨어진 채 스쳐 지나갔음에도 태풍 하이선은 제주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다행히도 태풍 중심에서 비껴 가면서 태풍 강도에 비해 피해 규모는 최악은 피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강릉 남동쪽 약 100km 부근 육상을 시속 59km의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 965hPa에 중심 최대풍속 시속 115km(초속 32m)로 맹렬한 기세는 한풀 꺾였다.

사실상 제주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제주 바다를 비롯한 전역에 내려졌던 태풍경보 역시 오전 11시를 기해 강풍주의보·풍랑경보로 대체됐다.

태풍 하이선은 이날 오전 4시께 제주 동쪽 약 260km 부근 해상을 지나며 가장 가까이에 접어들었다. 당초 예상보다 세력도 다소 꺾이고, 동쪽으로 진로를 튼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진로가 꺾여 제주와의 이격거리가 상당했음에도 강풍반경이 400km에 달하는 태풍 하이선에 의해 제주는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한 당근밭은 절반 가량이 물에 잠겨있었다. 이 곳은 지난해 태풍에도 침수피해를 입었던 밭으로, 매우 강한 비가 내린 이번 태풍에도 피해를 면치 못했다.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의해 침수된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도로. 사진=제주소방안전본부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의해 침수된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도로. 사진=제주소방안전본부

실제 제주시 북동부 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인해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전날(6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507.5mm, 어리목 463mm, 제주 142.1mm, 서귀포 41.9mm 등을 기록했다.

한라산 산간지역보다 조천읍-구좌읍 인근에 더 많은 비가 내린 결과다. 해당 지역은 오늘 새벽 한때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시간당 50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던 한 농민은 "농사 짓고 사는 사람들이 태풍에 의한 피해가 없을수야 있겠나. 이미 파종은 끝났고 살릴것만 살려야 한다는 심정이다. 최악만 면한 정도"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 하이선에 의해 접수된 신고는 공공시설 46건, 사유시설 10건 등이다.

가로등·가로수가 꺾이는 사고를 비롯해 곳곳에서 도로표지판이 바람에 떨어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신호등이나 버스승차대가 파손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제주대학교 사거리와 아라요양병원을 잇는 300m 구간은 한때 물이 차 통제되기도 했다.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의해 물이 가득 고인 제주시 한북로. ⓒ제주의소리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의해 물이 가득 고인 제주시 한북로.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 건입동, 이도이동, 구좌읍 평대리 등에서는 소방 배수 지원이 이뤄졌고, 애월읍 하귀리에서는 차량이 침수되는 사고도 났다. 광령리와 표선리에서는 주택침수 신고가 접수됐다.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에서는 강풍에 의해 전선이 끊기며 한때 498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전기가 복구되기 전 약 한 시간여동안 주민들은 암흑 속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재난당국은 아직 접수되지 않은 피해와 현장조사를 거치면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주도는 각 부서와 행정시 인력을 동원해 태풍 피해 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응급 복구 추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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