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머들(磊) 옹이(枙)와 괸 당(众) /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밭 구석에 머들(磊)은 나무에 ‘옹이’(枙)요, 3다도의 ‘삼촌 괸 당(众)’이다.

현무암 자갈밭을 갈다 보면, 큰 돌덩이와 자갈이 끝없이 나온다. 밭 가운데 그 돌을 모아 놓은 곳이 ‘머들(돌석, 무리 뢰石磊)’인데 나무의 ‘옹이(枙)’이고 3多의 ‘삼촌 괸 당(众)’이다.

백옥같이 아름다운 여인의 콧잔등에 살포시 내려앉은 작은 까만 점 하나인 옥(玉)에 티 옹이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옹이는 고단한 삶의 증표이다. 나무의 결(Grain)에 생긴 옹이는 나무의 성장 과정에서 생긴 생채기이고, 제주 사람의 고단한 삶의 흔적에서 생겨난 생채기인 머들 옹이의 속살(內肉)은 바람의 섬에 삼촌 괸 당으로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밭 구석에 머들은 밭을 경작하면서 한 돌, 두 돌 땀방울이 묻어있는 ‘모아진 잡석의 돌 무더기’다. 머들을 만들 때는 굽 돌로 ’굄돌‘을 밑돌로 그 위에 돌을 한단 두 단 붙여나가면서 작은 자갈 돌을 가운데와 틈새로 끼워 가면 바로 머들이 생긴다.

이씨조선 1234년 전주 부안출신 김구(金坵)판관은 25살 젊은 나이에 제주 판관으로 부임, 밭담을 창안, 제주섬의 땅이 소유 경계의 다툼과 우마, 방풍 및 방화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구획 공간’을 돌담 이음으로 단칼에 해결했다.

기본 아이디어는 두 가지: 머들에 모아진 돌을 공간 땅 평면에 가로로 연결하여 세우는 것과 동네사람끼리 분쟁을 화해(和解)의 수단으로 삼촌과 사람인(人) 자를 구현한 것이다. 삼촌(三寸)과 인(人)은 굄돌 두 돌 위에 돌 한 덩어리를 올려놓은 모양. 사람인 자도 양다리에 돌 한 덩어리씩을 밑돌로 놓고 그 위에 머리 모양으로 한 덩어리 돌을 붙였다. 삼각형의 삼(三)이고, 촌(寸)은 피붙이의 마디. 돌무더기인 석뢰(石磊)도 돌 석(石)자인 두 둘을 밑돌로 그 위에 한 개 돌을 올려 붙여진 돌무더기 삼각형 모양이 뢰 자다. 백성(百姓)과 서민(庶民) 셋 이상 모이면 무리 중(众). 돌무더기 뢰(磊) 자의 돌석(石)자를 사람인(人)으로 바뀐 것이 사람의 무리 중(众)이 아닌가. 유학(儒學)에 밝은 김구 판관이 통찰로 보여준 자연과 학문의 통섭(統攝,Consilience)이 놀랍다. 김구(金坵) 판관의 이름 구(坵)자도 흙토(土) 변에 언덕 구(丘) 즉 밭의 언덕(머들, 石磊)으로 밭담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밭담을 너무 사랑한 김구(金坵) 판관. 금년(2020), 제주 돌 문화 공원에 김구(金坵) 판관의 기념비와 방(Room)이 별도로 마련된다. 22,000Km 밭담과 제주도민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祝賀) 드릴 일이다.

三寸과 사람인(人)자 기본이 되어 삼각형, 사각형, 사다리 꼴 등으로 연결한 돌담 22,000km 의 밭담.

머들 / 사진=밭담 도록 발췌 ⓒ고남수
밭을 경작하면서 나온 돌들을 ‘모아 쌓은 돌 무더기’. 바로 머들이다. / 사진=제주밭담도록  ⓒ고남수

제주사람들은 밭담을 쌓는 것도 밭 돌담을 ‘붙이다’로 한다.  돌챙(石手쟁이)이는 사람의 ‘살(肉)을 붙이듯, 돌을 나풀나풀하게 붙여나간다. 석수(石手)쟁이는 두 가지 생활 철학기술(?)을 터득한 사람이다. 돌의 수눌음과 사람의 수눌음이다. 첫째, 돌의 수눌음, 홑(외) 담인 밭담은 수눌어지게 붙여져 축성되지만, 어떤 태풍이 불어와도 끄덕하지 않는다. 얼키설키 붙여진 밭담 사이의 틈새 돌 트멍(Window)으로 바람이 불고 지나지만 밭담은 끝까지 버틴다. 그 이유는 돌 각자가 제자리를 지키면서 돌의 이웃과 의지(依支)하고 서로 부여잡고 보듬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돌과 돌의 ‘수눌음(石磧)’. 제주 특유의 사회관습 괸당도 돌의 수눌음에서 왔다. 둘째, 사람의 수눌음(手積) 이다. 수눌음은 ‘손들을 눌다’의 뜻이고 눌다는 ‘쌓다’로 손들을 ‘붙여’ 서로 도와 가면서 화산회토의 척박한 땅에서 밭일을 한다. ‘눌’은 보리 눌, 촐 눌, 돌 눌 인 머들(石磊) 등이 있다. 

“연결고리는 돌을 붙이면 괸담, 사람의 손을 붙이면서 나타난 것이 괸당 이다. 괸담은 돌무더기 머들 뢰(磊)이고, 괸당은 백성(百姓),서민(庶民)의 무리인 무리 중(众)이다.” 

한편, 네이버 인터넷 국어사전에 의하면 “괸당의 어원은 동사 ‘괴다(밑을 받치다(Support)’에서 나온 말로 서로 사랑하는 관계 즉 혈족 친족이란 제주 방언이다“ 로 나와 있다. 역사적으로는 돌 문화에서 밑을 받치는 형태는 굄돌, 굄돌 위에 올려 받치는 괸돌은 고대 부족 국가 지배계층의 무덤 또는 제단을 의미하며, 이 단어의 유래는 큰 돌을 받치고(Support) 있는 것을 의미하는 ‘지석(支石)’. 돌을 붙이면 ‘돌담’, 밑받침 되는 돌은 ‘굽돌’또는 ‘굄돌’, 그리고 그 위에 돌을 다시 붙여나가면 괸돌이 ‘괸담(礎墻)’. 돌과 돌의 ‘수눌음(石磧)’이다. ‘괸담(礎墻)’은 제주인의 관습상 발음 변화-할머니가 할망이 되듯-(口語体)가 되면 괸당이 된다. 오늘날 굄돌과 괸돌이 차이는 책상이 굄돌과 같은 역할, 책상위에 올려놓은 컴퓨터는 괸돌로 볼 수있다. 제주사람의 고단한 삶이 옹이’(枙)인 머들, 그 머들이 밭담이 되고 밭담의 속살(內肉)은 삼촌 괸당(众)으로 변했다. 

괸당의 다른 연구는, 1993년 제주대 김혜숙 교수의 제주의 가족과 궨당 연구, 2010년 제주 MBC 김훈범 PD의 애월읍 고내리 궨당 드라마, 1995년 현평효 교수의 제주어 사전에 제주의 궨당을 들 수 있다. 돌보는 무리 뜻으로 궨당(眷黨)을 해석했다. 이는 제주에 돌의 문화를 고려않고 한문글자를 그대로 인용했다. 중국에서 권당(眷黨)은 소위 리더(Leader)가 자신의 그룹 인원을 돌본다는 뜻으로 쓰인다. 제주의 괸당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요즘 제주에서는 괸당이란 말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돌을 정보 단위인 비트(Bit,정보량의 최소기본단위,Binary와Digit의 합성어)라면 머들(磊)은 정보의 모임체인 데이터베이스, 밭담은 돌담이 연결체 즉 연결 네트워크다. 따라서 삼촌 괸당(众)은 제주 정보화 사회의 5세대 네트워크인 셈이다.

본 논고 관련, ‘몸 국’의 오승철 시인은 괸당과 정낭(錠木:Gate),한라산의 속살에 미쳤다(狂)고 했다. (괸당: 이 문호, 제주 신문 2017.12.24.). 맹자 (孟子)를 연구하는 이창화 교장은 ‘머들(磊) 한자를 찾아 주셨다. 감사드린다. 2020.9.7. 전주(全州) 건지산 연구실에서. /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이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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