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카지노 관련株 매입 논란, 공단의 답변은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롯데관광개발의 주식을 집중 매입하면서 사회적 책임투자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더구나 롯데관광개발이 코로나19 사태로 극도의 실적 부진을 겪는 와중이어서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제주에 짓고있는 최고층 건물 드림타워는 향후 카지노가 핵심 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제주의소리 DB>

국민연금은 기금 규모로 세계 연기금 중 3위 안에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말 기준 적립금이 737조원에 이른다. 4년 후면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만큼 탄탄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청신호만 있는 건 아니다. 극단적으로, 고갈 우려도 나온다. 물론 30여년 후를 내다본 추계다.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등 불길한 징조 탓이 크다. 이런저런 추계와 주장에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무튼 국민이 맡겨둔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이걸 못해서 국민연금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초래한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당시 합병은 ‘오늘의 이재용’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나 다름 없었다. 이를 토대로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1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한데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 1대 0.35. 합병 비율은 사실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이로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4%를 확보하면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됐다. 

반면 국민연금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합병 비율 조작으로 이 부회장은 2조~3조6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지만, 국민연금은 3300억~60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참여연대는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안정적 관리는 고사하고, 대기업의 승계 과정에 피같은 국민의 돈을 헌납한 셈이니 통탄할 일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했나.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해외 연기금은 물론 세계적인 민간 펀드도 사회적 책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아직도 담배나 도박 기업에 투자하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취임 2주년을 맞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한마디는 자못 성찰적이었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다. 

석유나 석탄산업 같은 환경을 해치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도 했다. 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투자하면 국민연금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담배나 도박 기업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다른 기업에 비해 높지 않다는 나름의 식견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국민연금은 공공 보건을 위협하는 글로벌 담배 회사에 1조원 이상 투자한 사실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로 밝혀졌다. 담배 기업의 주식은 술·도박 기업의 주식과 함께 이른바 ‘죄악주’로 분류된다. 국내 담배 회사인 KT&G에도 2018년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1조3920억원이 들어갔다. 세계 2위 연기금인 노르웨이국부펀드가 KT&G를 담배 판매를 이유로 투자제한기업 목록에 올린 것과 대비된다. 선진국 가운데 죄악주 투자를 제한하는 곳은 이 말고도 많다. 

국민연금은 이밖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수십억원을 간접 투자하거나,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고의 분식회계 발표 이후에도 삼바 주식을 집중 매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럼 김 이사장이 강조한 사회적 책임 투자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는 21대 총선에 출마한다며 올 1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사회적 책임투자는 국민연금이 투자자산을 선택하고 운용할 때 재무적 요소 뿐만 아니라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요소를 두루 살피겠다는 것이다. 죄악주 투자 제한과 맥이 닿아있다. 

국민연금이 제주 최고층 건물 드림타워를 짓고있는 롯데관광개발(주)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는 것으로 나타나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이 ‘카지노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롯데관광개발은 주요 업종이 여행업이지만, 드림타워는 향후 카지노가 핵심시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문관광단지 내 카지노 업장의 이전과 동시에 규모 확대(1176→5367㎡)를 추진중이다. 당초엔 약 1만5000㎡의 초대형 카지노 운영 계획이 알려진 바 있다.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사회적 악영향. 논란의 지점은 또 있다. 투자 시기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롯데관광개발의 주식을 집중 매입하더니 올 7월에는 2대 주주(10.02%)로 올라섰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쳇말로 죽을 쑨 기간에 공격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롯데관광개발의 올 2분기 매출은 3억원에 그쳤고, 영업적자는 107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김 전 이사장이 사회적 책임투자와 함께 제시한 지속적인 수익 실현을 가능케 할지 의구심이 든다. 또 노후자금이 증발하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된다. 

전국 19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기구인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에 책임투자 원칙 위배에 대한 입장과 투자 철회 의향 등을 공개질의했다. 공단이 기업을 대하는 시선과, 투자원칙에 있어 겉과 속이 같은지 다른지는 공단의 답변에 달려있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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