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일장 인근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 검찰 송치...'계획적 범행' 무게 추가 수사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인근 30대 여성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검찰에 넘겨졌다. 당초 '생계형 범죄'라고 주장해왔던 피의자는 인터넷방송 여성 BJ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하루 200만원에 달하는 사이버머니도 선뜻 지출하는 '큰 손' 노릇을 하며 자신의 빗나간 욕구를 채우는 이중적 생활을 했다.

10일 제주서부경찰서는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강도살해)로 구속된 강모(29)씨에 대해 시신은닉 미수, 절도, 신용카드 부정사용 등의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강씨는 지난 8월30일 제주시 도두동 제주민속오일시장 북측의 인근 밭에서 A(39.여)씨를 살해하고, 휴대전화와 지갑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10일 오후 1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나온 강씨는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올려써 얼굴이 보이진 않았다.

'왜 범행을 저질렀나',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죄송합니다"라고만 짧게 답한 후 호송차에 올랐다.

10일 오후 1시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제주시오일시장 인근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 강모씨(가운데). ⓒ제주의소리
10일 오후 1시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제주시오일시장 인근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 강모씨(가운데). ⓒ제주의소리

◇우발적 범죄 아닌 계획적 범죄 무게

강씨의 진술과 경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 사건은 우발적·충동적 범죄가 아닌 계획적 범죄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몇 달간 월세를 내지 못하고 지난달 28일 결국 살던 주거지에서 나와 사건 당일까지 자신의 1톤 탑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강씨는 취객이나 여성을 상대로 돈을 빼앗을 마음을 먹고 미리 준비한 흉기를 소지한 채 오일장 등지를 배회했다. 

사건이 벌어진 8월 30일 오후 6시 50분께는 오일장 주차장 인근을 세 바퀴 정도 돌다가 피해자 A씨를 발견하고, 인적이 드문 밭길에서 A씨를 기습적으로 덮쳤다.

A씨는 제주시 도두동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도보로 귀가하던 중 강씨에게  끌려가 변을 당했다. 평소 A씨는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이 길을 통해 주거지까지 걸어서 이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격렬히 저항하는 A씨의 목과 가슴을 흉기로 6차례 찌르고 현금 1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A씨가 격렬하게 저항하는 장면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담기기도 했다.

◇ 범행 후 현장 돌아와 시신 은닉 시도

강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약 5시간만인 31일 오전 0시께 범행 장소를 다시 찾아왔고, A씨의 시신 은닉을 시도했다.

이 곳에서 강씨는 시신을 5m가량 옮기다 포기하고 현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시신이 무거워 결국 옮기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돌아온 현장에서 강씨는 A씨의 휴대전화와 휴대전화 케이스에 꽂혀있던 신용카드를 훔쳤다. 훔친 신용카드를 이용해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A씨의 휴대전화는 유심칩을 빼려다 실패하자 도주 경로 상에 버려뒀다. 

결국 강씨는 서귀포시 표선면 한 주차장에서 자신의 탑차 내부에서 선잠을 자고 있던 중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도주 중에는 언론에 보도된 오일장 살인사건을 검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발생한 제주시 도두동 제주시오일시장 인근 여성 살인사건 현장. ⓒ제주의소리
지난달 30일 발생한 제주시 도두동 제주시오일시장 인근 여성 살인사건 현장. ⓒ제주의소리

◇ 대출금 늘려 인터넷방송 BJ에 수천만원 후원

강씨는 최초 범행 동기에 대해 "생활고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실제 강씨는 지난 4∼7월까지 택배 일을 하다가 '생각보다 돈이 안 된다'며 택배 일을 그만뒀고, 현재는 무직 상태였다.

그러나 강씨의 주장과 달리 그의 생활은 '생활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인터넷방송 여성 BJ에게 수천만원에 달하는 사이버머니를 후원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강씨는 복수의 여성 BJ들에게 많게는 하루 200만원에 달하는 후원을 하는 등 '큰 손' 노릇을 해왔다. 올 초에는 자신이 후원한 한 여성 BJ와 개인적인 만남을 갖기도 했다.

여성BJ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산을 탕진하고, 차량 매입 할부대금까지 밀리며 강씨의 대출은 5500여만원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경찰은 "자신이 소유한 탑차를 청산해서라도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생계형 범죄라고 판단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당장 사용할 돈이 필요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 울분 토해낸 피해자 유족들 "꼭 죗값 치러야"

이날 동부경찰서 유치장 앞에서 강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피해자 A씨의 유족들은 고함을 지르며 강씨에게 달려들었다. 경찰이 유족들을 간신히 막아섰고, 강씨는 황급히 호송차에 몸을 숨겨야 했다.

현장에서 만난 A씨의 유족은 "갑작스럽게 변을 당해 갔다. 똑같이 갚아주고 싶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죽기 전까지 끝까지 응징하고, 꼭 죗값을 제대로 치르도록 지켜볼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유족은 "우리도 처음엔 언론에 나온 것을 보고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뒤늦게 내막을 보니 범인이 자기의 방탕한 생활을 하기 위해 사람을 계획적으로 죽이고 강도질한 것이었다. 어떠한 사죄를 하고, 어떠한 변명을 해도 소용 없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피해자의 아버지 역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애끓는 부정을 드러냈다. 자신을 피해자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착하게만 살아 온 제 딸에게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것에 대하여 한이 맺히고 억울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애통한 심경을 토해냈다.

그는 "딸이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 걸어다니다가 그런일이 생겼다는 것이 가슴이 무너지고 막막하기 그지 없다. 교통비를 아끼며 출퇴근하는 여성을 뒤따라가 흉기로 살인을 했다는 것은 계획적인 살해임이 분명하다"며 피의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 검찰 송치후 여죄 추가수사...신상정보 공개 검토

경찰은 사건이 검찰에 넘겨짐에 따라 검찰과 함께 추가 수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건에 이르기까지 강씨의 여죄가 없는지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생활고 때문이라고 해도 전과도 없는 피의자가 첫 범행에 강도살인을 저지른 점에서 의문이 제기됨에 따른 조치다.

범행 동기 없이 우발적 충동형 범죄라기 보단,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이 없는 인명경시에서 비롯된 미리 계획된 흉악범죄로,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해 가중 처벌 대상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평소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범행과 관련된 검색을 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 추가 수사를 통해 밝힐 문제"라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신상정보 공개 여부도 보강 수사 이후 결정될 예정이다. 경찰은 "신상공개 결정이 나면 피의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돼 입을 닫아버릴 우려가 있다. 검찰 조사를 거쳐 신상공개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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