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부인,변명'으로 일관한 교육감 기자회견 "믿을 만 한가?"

김태혁 교육감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난7일 도 교육청 인터넷에 ‘냄새나는 교육청 인사 고발’ 제목의 인사비리 의혹이 제기된 후 정확히 열흘 만에 무거운 입을 뗐다.

김 교육감은 인터넷 고발이 있은 다음날이 8일부터 15일까지 라오스에서 열린 한-라오스 국제학생탁구교류대회 단장자격으로 참가해 그가 의도적으로 이에 대한 말문을 막았던 것은 아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끝난 ‘모르쇠’ 기자회견

그러나 그의 말대로 교육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급기야는 자신의 최측근이자 교육청 서열 3위인 강병준 기획관리국장이 자살로까지 이어진 이번 파문에 대한 교육감의 기자회견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로 끝났다.

교육계는 물론 도민사회에서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 각종 사안에 대해 김 교육감의 답변은 한 마디로 “그런 사실 전혀 없음”이었다. 심지어는 너무 명쾌하기까지 했다.

물론 교육감은 기자회견 내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 교육계와 지역사회에 미친 충격에 너무나 죄송스러운 듯 쥐구멍에 들어갈 듯한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변을 했으며, 일부 대목에 가서는 상기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제 자신의 부덕의 소치입니다” “교육감 그릇은 아니었습니다.” “교육감을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습니다.” “후회스럽습니다.”라며 답변 대목 대목마다 반성과 참회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작 그 동안 제기된 각종 비리의혹에 대해서 교육감은 철저히 부인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번은 하소연조로, 때로는 양심에 호소하는 목소리로, 그리고 어떤 때는 분노를 담아 답변을 했으나 그 답변은 모두가 비리의혹을 전면 부인하는데 필요한 수사적 발언이었을 뿐이었다.

“승진명부도 안 봤다”...직무유기인가 업무태만인가“

그러나 교육감의 기자회견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석연치 않는 대목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 첫 번째가 자신은 이번 승진대상자가 누구였는지 전혀 몰랐다고 밝힌 대목이다.
김 교육감은 “저는 승진명부대로만 인사하라고 결재했을 뿐 누가 승진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가장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공무원 승진인사는 교육감의 말대로 승진서열명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는 통상 인사권자에게 승진명부를 보여줘 사전 재가를 받은 후 별도의 인사(승진)안을 마련해 결재를 받는 게 통상의 관례이다.
그러나 그이 말대로라면 교육감은 승진명부도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냥 인사담당자가 아무런 내용도 없이 ‘승진명부대로 인사를 하겠습니다.“란 내용의 기안결재를 올리자 교육감은 ”그렇게 하라“며 승진명부를 직접 보지도, 그리고 물어보지도 않은 채 단순히 결재만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위직 공무원도 아닌 5급 사무관 승진인사를 누군지도 모른 채 서명만 했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사무관은 제주도청은 ‘계장’ 제주시청으로 따지자면 ‘과장’에 해당하는 중책이다. 그런 과장인사를 누군지도 모른 채 인사를 했다는 것은 그 말이 사실이라며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업무태만인 셈이다.

인사파문의 책임도 강 국장에게 전가.....입장표명 ‘지시’

김 교육감은 그리고는 그 책임을 숨진 강병준 국장에게도 돌렸다.
김 교육감은 “강 국장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딱 한차례 했다“고 답했다.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이런 문제점이 불거졌으면 도민과 교육동지들에게 문제가 불거지게 한 것에 대한 죄송스럽다는 ‘자기’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게 아니냐고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자기’ 란 표현을 씀으로서 이번 사태파문 책임이 강 국장에게 있다고 밝히는 대목이다. 김 교육감은 강 국장에게 입장표명을 사실상 ‘지시’했다. 교육감이 국장에게 ‘이야기 했다’는 것은 관료 체계상 이는 곧 ‘지시’인 셈이다.

강병준 국장이 11일 기자들에게 “(비리의혹의) 사실여부를 떠나 조직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물러날 마음을 갖고 있다”며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결국 교육감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감이 강 국장에게 ‘사퇴표명’을 요구했는지, 아니면 강 국장 스스로가 그렇게 판단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나 입장표명은 교육감의 지시에 의한 것만은 사실로 보여 진다.

“교육계 전체가 알고 있는 인사문제 교육감만 모르다니...”

이와 함께 교육감은 수년전부터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승진탈락 대상자들의 불만으로만 알았으며, 이번처럼 사전에 6급 공무원들이 개선점을 이야기 해 줬다면 개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전교조에서 수차례 지적한 사항으로 교육계뿐만 아니라 도의회에서 문제가 거론된 바 있으며, 지역사회에서도 알만한 사람은 거의 다 하는 문제로 교육감이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된 원인 중 하나인 측근인사에 대해서도 그는 사실상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오히려 그는 “가깝고 능력이 있으면 택하는 게 아니냐. 그 사람들이 학교에서도 잘했지만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도 정실을 앞세운 게 아니라 기획력과 추진력이 학교에서 검증됐기 때문에 채용한 것”이라며 오히려 한 술 더 떠 그들을 옹호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교육청내 6급 공무원들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는’괜한 질투인가? 또 김 교육감이 “사전에 6급 공무원들이 개선점을 이야기 해 줬다면 개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대목은 무엇인가?

6급공무원들은 교육감이 사실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힌 측근인사 문제를 제기했는데 무엇을 개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인가? 교육감 발언 스스로 모순을 빚고 있는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어쨌든 김 교육감은 인사비리 파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진실을 담고 있는지, 또 교육계와 도민사회가 그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수긍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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