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마음병원 외과의사 이현동 

코로나19 만큼이나 온 나라를 흔들고 분노와 불신과 의문을 던진 의사집단 파업이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왜 정밀히 생각해 봐야하는  이유가 없을까 마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집단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의사사회의 비도덕적인 파업이라는 간단명료한(?) 진단 하에 의사들이 주장하려던 정당성은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태전개는 과거 의약분업 파업 때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의과대학 교수들이 가운을 벗는 장면이 매스컴을 타면서 정부가 한발 물러섰던 그때가 떠올랐다. 급기야 전국의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대형 병원 원장들이 파업하고 있는 전공의들을 지지하는 단체 성명을 내면서 ‘대화는 물 건너가는구나!’라는 생각에 허탈했고 불안했다.  

의사 단체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의료, 특히 응급 의료 파국이 올까봐 조마조마 했다. 무엇이 핵심이기에 그렇게 빠른 속도로 의사협회 전공의 교수단체, 급기야 학생들까지 반대투쟁에 합류했을까? 그리고 왜 의료계의 한축인 병원협회는 잠시일지라도 다른 목소리를 냈으며 마무리 국면에서 전공의 협의회는 의사협회에 배신감을 토로할 정도로 이견이 있었을까? 지면과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와 시론을 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짧은 글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정부의 의료 정책은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 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 둘째, 첩약의 건강보헙 급여. 셋째, 의사 정원 확대 및 지역의사제. 넷째, 비대면 진료 도입이다. 
 
국민의 건강은 개개인의 책임과 능력에 맡겨둘 수가 없으므로 기본권에 건강권을 포함 시켜 정부가 지켜줘야 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에서 보듯 예상할 수 없는 감염병 사태를 맞닥뜨리면 개인 차원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국가가 맡아야 하는데 결국 정부의 계획에 따라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야 하는 공공 전문 인력이 당연히 필요하고 지금 그 부족 현상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민간의료인의 봉사에 기대는 것은 대책이 되지 못한다. 공공의료 강화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제시된 방법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가가 쟁점이 되었다. 제목만 맞고 디테일은 허점투성이라는 전문가 학자들의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나 정치인들은 이런 쓴 소리를 듣는 것이 귀찮고 부담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이 의료계 사람이라면 “역시 가재는 게 편이야”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이런 백년대계를 얼마나 빈틈없이 준비했는지가 의심스럽다. 어떤 이유로든 반대가 예상되는데 논리로 설득할 생각을 하지 않고 내가 옳으니 밀어붙이면 된다고 판단했거나 국민이 우리 편을 들어 결국 승복할거라는 여론전을 염두에 두었다면 이 혼란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의사들은 몰염치하고 이기적이고 독단적이고 민주주의 교육이 전혀 안된 사회구성원으로는 낙제라는 다소 모욕적인 논설이 중앙일간지에 문자화 되는데 이르렀다. 정부가 어느 정도 양보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의사 사회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의료란 길이 안보이면 문을 닫을 수 있는 회사도 아니고 수지가 안 맞으면 베어 엎어버릴 수 있는 바나나 농장도 아니다. 이제부터 어찌 할 것인가?  우선 의료계의 자아성찰이 필요하겠다. 때론 억울해 하고 진심을 몰라준다고 오해라고 항변만 할 게 아니라 민주사회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데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건전한 사회 유지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할지, 또 주위의 사회 구성 집단과 소통을 단절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얼마나 진실 되게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했는지 뒤돌아보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힘든데 의사들만 힘이 들지 않는 세상은 없다. 파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진심어린 행동과 이해를 시키려는 노력이외에는 없다. 이번 파업에서도 잠시 이긴 것 같지만 그 결과 생겨난 의사 사회에 대한 불신은 회복이 가능할지 조차 의심스럽다. 

올슨(Mancur Olson)은 숫자가 많은 일반대중과 소수의 이익단체가 충돌할 때 소수가 이긴다고 했지만 과거의 논리가 아닐까? 국민을 이기는 방법은 없고 이기려 해서도 안 된다. 정치인도 판사도 변호사도 의사도 정부의 요구가 아닌 국민이 요구하는 대로 가야 한다. 반면 정부는 정책입안 실행에 있어서 좀 더 치밀하고 정교해야 된다. 공공의료 말고도 논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머지 세 개의 안을 여기에 묻어서 넘어가려는 것은 잘못이다.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 속된 말로 끼워 넣기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이현동 한마음병원 외과 의사
이현동 한마음병원 외과 의사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파업이 일단락되고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생겼다. 이기적이라고 매도되었던 의사 커뮤니티(community)에서 미루어 두었던 혹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공공의료에 대해 매우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곳곳의 모임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생산적인 토론을 경청한다면 매우 세련된 실현 가능한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 도출 되리란 희망을 보는 것이다.  필자는 여전히 비도덕적이라는 의사 사회를 신뢰하며 이해인 수녀님의 다음 시구를 음미해본다. 
“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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