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대 굿판 위에 오른 제주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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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전시 ‘거룩함의 거룩함(Holy of Holies)’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집단 광기를 타고 다시 퍼져나갔고, 동시에 강력한 태풍이 연이어 북상하며 많은 이들이 숨죽인 8월과 9월 사이, 제주에서는 예술가들이 ‘해녀’ 그리고 ‘심방’이라는 주제로 한데 모인 전시가 열렸다.

자칭 ‘제주가 낳고 세계가 버린’ 전천후 예술가 한진오가 기획하고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 <거룩함의 거룩함(Holy of Holies)>이다.

ⓒ제주의소리
전시 '거룩함의 거룩함'이 열렸던 예술공간 이아 전시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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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해녀의 위상은 제도권에 올라탔다고 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UN 산하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고, 제주도청은 해녀 문화와 유산을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있을 정도다. 이와 함께 뉴미디어의 선봉장인 유튜브에서 최근 들어 해녀 콘텐츠가 새롭게 생산되고 있는데, 이는 해녀가 현재 대중들에게 관심 있는 소재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한편, 자신들과 연관된 부서를 개편하려는 제주도의 정책 시도를 무산시키고, 각종 개발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과 목소리를 낼 만큼 현재 해녀 집단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제주해녀의 미래는 밝지 않다. 점차 황폐화되는 바다 생태계, 업계 종사자들의 노령화와 젊은 인력을 배출해야 하는 과제 등은 어제 오늘 나온 문제가 아니다.

이런 현실 위에서 <거룩함의 거룩함>은 “급변하는 제주, 전근대와 근대의 경계에서 제주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존재 중 하나는 해녀와 심방”이라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관람객에게 다가간다.

56세 나이에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서 가장 어린 해녀인 송명자 씨, 그리고 제주를 대표하는 심방 가운데 하나인 오용부 제주큰굿보존회 부회장을 교차시키는 구조가 핵심이다. 전시는 두 사람을 통해 해녀와 심방이라는 ‘제주다움’ 문화를 소개하면서, 나아가 작품 가치의 연결과 폭넓은 예술성 구현을 추구한다.

송명자 해녀는 17세 나이에 온평리로 와서 지금껏 바다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는 잠수굿에서 “믿을 곳,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며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주술에 위안을 얻는다. 동시에 “해녀가 늙어갈수록 바다도 같이 늙어간다”는 말로 점점 자원이 고갈되는 바다밭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는다.

전시는 해녀의 일상과 심방의 잠수굿을 15분 영상과 사진으로 비춘다. 바다와 제주사회를 이어준 해녀의 가치, 그리고 저승과 이승을 잇는 심방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서로 다른 영역을 오가는 두 존재, 그것은 섬 공동체를 긴 시간 지켜온 원동력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리고 점차 사라지는 것으로 함께 취급받는 서글픈 현실 역시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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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온평리 해녀 사진, 오른쪽은 오용부 심방의 굿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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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설치 작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기획자는 그런 모습을 ‘거룩함’으로 규정하면서 “사라져가는 제주의 인문적 가치와 파괴되어 가는 환경적 가치를 해녀와 심방이라는 제주사람들의 페르소나를 통해 되돌아본다”고 정의한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분명 제주사회를 지탱한 버팀목이었고 지금은 고유한 문화를 지키는 역할을 뒤로하고, 앞서서 언급했듯 근래 해녀들이 보여준 영향력 혹은 솔직한 모습(대표적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은 어느새 환상이 아닌 현실로 해녀를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런 인식이 전시를 바라보는 내내 머릿속 한 구석을 떠나지 않았다.

다행히, <거룩함의 거룩함>은 해녀에서 ‘여성’의 가치를 새롭게 뽑아내며 그런 우려를 다소 환기시켰다. 물질하는 56세 명자, 떡 만드는 77세 명자, 밥 만드는 60대 명자라는 각기 다르지만 고단하게 삶을 이어온 제주 여성 3인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짧은 분량에도 진솔함이 뭍어난다.

<거룩함의 거룩함>은 주제뿐만 아니라 이를 구현하는 예술성에서도 꽤 흥미롭다.

전시 입구부터 맞이하는 기메는 좌우로 스쳐지나가면서 서서히 관람객의 온몸을 감싸도록 설치됐다. 이는 흡사 보는 이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관문 같은 역할로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해녀들이 작업 때 착용하는 잠수복을 오려서 만든 기메는 앞서 느낀 ‘가치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작품이다. 전시장 곳곳을 채운 기메, 살장, 지화, 지전 등은 “제주도굿의 미술적 장치를 원용한 공간연출”로서 평범한 전시장을 “주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에 기반한 모던한 굿청”으로 바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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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으로 향하는 통로에 기메들이 가득 전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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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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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자 이야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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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장 너머 해녀 사진이 전시돼 있다. ⓒ제주의소리

여기에 제주 밴드 ‘묘한’의 멤버이자 송명자 해녀의 자녀이기도 한 현남진 씨가 만든 <명자의 바다>는 내용뿐만 아니라 제작 배경도 무척 유쾌하고 즐겁다. 물질하는 해녀 시선으로 바라본 생동감 있는 촬영과 감각적인 편집이 돋보인 영상, 고무옷의 낡은 질감과 막 입수한 해녀 표정을 주목한 사진, 세 명자 이야기 등 <거룩함의 거룩함>은 “음악, 미술, 문학, 연극,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이 함께해 고유한 매력을 발산한다. 참여 작가는 송명자, 오용부, 문봉순, 고승욱, 김동하, 김명선, 김현주, 부진희, 한용환, 현남진·현상원, 박정근 등이다.

기획자 한진오는 무속이란 주제를 끈기 있게 놓지 않으면서, 나아가 무속으로 현실 사회 문제까지 투영하려는 예술인이다. 영상 작품 <역류逆流Ⅰ-비롯되어 너와 나인(ab origine)>(2019), 신화담론집 《모든 것의 처음, 신화》(2019), 희곡집 《사라진 것들의 미래》(2020), 그리고 이번 종합 전시 <거룩함의 거룩함>까지. 그의 최근 의욕적인 활동은 계속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거룩함의 거룩함>은 8월 21일 시작해 9월 12일 종료한다. 태풍,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문을 닫거나, 전시 도중 공간 한 쪽을 일찍 정리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뒤늦은 기록의 핑계로 여기기에 한 없이 부끄럽지만, 미처 만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기사와 사진뿐만 아니라 한진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utdoly )에 공유된 문지윤의 영상으로서 ‘비대면’ 관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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