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40) 제주공항 확장 여부 ‘끝장토론’ 진정성 갖고 임해야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특별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제주도가 제주 제2공항 갈등의 쟁점 사항 중 하나인 현 제주공항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토론회 개최에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토론범위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제시한 제주공항 활용방안에 따른 권고안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토론 이후 도의회 특위와 제주도는 공동으로 도민의견 수렴방안에 대해 협의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8월 국토부가 도의회 특위에 제주공항의 확충 가능성에 대해 검증해 보자고 제안했고, 도의회 특위가 이를 수용하면서 이뤄지게 되었다. 다만 이번 합의 내용을 보면 2∼3회의 토론회 방식이어서 사실상 제주공항의 활용방안에 대한 “검증” 자체는 어렵게 됐다. 합의 내용에 검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로 보인다. 결국 지난번 공개토론회의 연장선인 셈이다.

국토부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제주도민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통한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ADPi 보고서에 대해 직접 검증하는 방안에는 난색을 표명했다. 대신에 국내 전문가와 관제사 등을 토론회에 참여시켜 제주공항 활용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과연 이것이 제주도민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국토부가 먼저 검증하자고 제안해 놓고는 정작 결론도 없는 토론회로 갈음하면서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거론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의소리
국토부가 뒤에선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앞으로는 주민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이중적 행보를 보이는 등 현 공항 확장을 위한 ‘끝장토론’의 진정성이 의심된다. ⓒ제주의소리

도의회 특위와 국토부, 제주도 간의 합의 내용을 보면서 과연 국토부의 진정성은 있는지, 우리 도민들은 국토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지게 된다. 2년 전 국토부는 피해지역 주민들과 합의를 통해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합의했었다. 검토위원회는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도민 의견수렴을 통해 국토부에 최종 권고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검토위원회가 활동하는 와중에 일방적으로 종료를 선언했고, 검토위원회는 권고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이 났다. 이후 국토부의 공식적인 사과나 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복원 노력은 없었고, 일방적 사업강행으로 일관했다.

국토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도의회 특위와 합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 국토부 손명수 차관은 중앙지 언론 기고를 통해 현 제주공항의 확충은 불가능하다는 기존 국토부의 주장을 반복했다. 또한 도의회 특위와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기고 글에 “기존 공항 확장 가능 여부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 기회를 추가로 가지려 한다.”며 다음날 있을 합의 결과를 예견하는 신공도 발휘했다. 뒤에서는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호도하면서 앞에서는 주민들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양하며 이중적 행보를 하는 것이다.

국토부 주장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용역에서 제시한 제주공항 단기 인프라 확충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은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서 공항의 수용력 증대는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제주공항 단기 인프라 확충계획을 보면 시설 및 운영 개선으로 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인 슬롯은 35회에서 40회로 증가하여 연간 18만9000회의 운항으로 3175만 명의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회당 평균 탑승객 175명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3300만 명 이상 수용도 가능하다. 현재 공항이용객은 물론이고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을 고려한 적정 항공수요에도 충분한 규모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제주공항 단기 인프라 확충의 실효성을 위한 관제시설 개선과 관제사의 적정인원 확보에는 손을 놓고 있다. 제주공항의 관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성된 관제탑 신축과 관제장비 교체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지만 이를 다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없다. 이 때문에 현재 제주공항의 안전은 빨간불인데 오히려 국토부는 엉뚱하게도 제2공항의 건설 필요성으로 제주공항의 안전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제주공항의 안전문제는 제2공항 건설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설령 제2공항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현재 제주공항의 안전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제2공항 건설 여부와 상관없이 제주공항의 안전방안은 시급히 확보되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제주공항의 안전문제는 방치한 채 이를 제2공항 건설에 역이용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다. 이는 국토부 스스로 도민들의 신뢰 추락을 자초할 뿐이다.

애초 검증 내용을 제주공항 활용 가능성만 특정해서 제안한 점도 국토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사항이다. 지난 공개토론회에서는 제주공항 활용 가능성뿐만 아니라 항공수요 예측의 타당성과 환경수용력 문제, 사전타당성 용역의 입지선정 평가 문제, 기본계획 및 전략환경영향평가 문제 등 여러 쟁점사항에 대한 검증이 요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제주공항 활용 가능성만 검증하자고 한 것은 현재 제2공항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현 제주공항의 활용에 대한 높은 지지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처럼 갈등 해결과 지역주민과의 소통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된 국토부의 제안을 도의회 특위가 마냥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국토부는 아직까지도 도의회 특위의 도민 공론절차는 거부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지역주민과 소통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이율배반적인 태도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따라서 국토부는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공정하게 확보하려고 한다면 우선 제2공항으로 인한 갈등 해결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쟁점사항의 검증에 있어서도 국토부 자신이 수행하여 논란이 되는 현재의 쟁점들을 셀프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김해신공항의 사례처럼 국무총리실에서 검증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2공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도민사회에서 어렵게 성사된 도의회의 도민 공론과정을 인정하고 그 결과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민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다가서는 길임을 인지해야 한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