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란 시인의 두 번째 시집《고인돌 같은 핑계일지라도》가 발간됐다. 127쪽, 새미, 1만2000원. 사진출처=알라딘.

김순란 시인이 2018년 첫 시집에 이은 두 번째 시집 《고인돌 같은 핑계일지라도》(새미)를 발간했다. 

시집은 △섬에 부는 바람 △서둘지 마라 △부탁이 있어 △앞선 편지 등 4부로 구성됐다.

새 책에 담긴 72여편의 작품을 통해 시인의 시적 고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김순란은 인간의 야수성과 비생명성 앞에 인간 의지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눈치로 드러낸다. 광기의 시대를 견뎌내야만 했던 짐작으로 알 수밖에 없는 비인간화가 심화된 부조리한 현실을 나타내기도 한다.

할아버지 제삿날
김순란

순경 모자만 보아도
파르르 떨면서 헛기침하시던 할머니

산에서 내려오는 배낭 짊어진 사람만 보아도
후다닥 숨기 바쁜 우리 고모

입사시험 자신 있게 봤다는데
최종 면접에서 늘 떨어지기만 했다는 우리 삼촌

제삿날 모여든 친척들은 
눈으로만 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제
모두 돌아가시고

눈치로
짐작으로
지켜본 손꼽은 날들

우리 아버지
할머니 배 속에 있을 때
옆집 배 빌려 타고 떠나셨다는 할아버지

할머니 누우신 옆 헛무덤 가에
찔레꽃 향기
하얗다

김순란은 작가의 말을 통해 “지난 이야기는 몰라야 하고 무엇을 숨기려 했는지 이제는 알아야겠다. 잊혀가는 것들을 찾아봐야겠다. 소소한 이야기부터 되새김질하면서 하나하나 풀어가야겠다”고 말한다.

양영길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에서 “김순란 시인의 시 행간에는 ‘작은 빛의 반려’가 있다. 촛불이라는 침묵하고 있는 존재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을 찾는 외로운 몽상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김순란은 제주 해녀의 딸로 태어나 2015년 <문학광장>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18년 첫 시집 <순데기>를 펴냈으며, 현재 ‘돌과바람 문학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127쪽, 새미,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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