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34) present 현재

pres·ent [prézənt] n. 현재(現在)
코로나 시대, 이녁은 지금 어듸 살암서
(코로나 시대, 그대는 지금 어디에 사는가)

present는 pre- ‘앞에(=before)’와 ess ‘있다(=to be)’의 결합이다. 이 ess에서 나온 낱말로는 essence ‘본질(本質)’, absent ‘부재(不在)의’, interest ‘관심(關心)’ 등이 있는데, present의 어원적 의미는 ‘앞에 있다(=be before)’가 된다. 아마, 과거(過去)보다도 자기 앞에 있고 미래(未來)보다도 자기 앞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상의 한순간도 허비하지 않는 일 중독자가 있었다. 그는 시장에 갈 때도 어느 상점에서 어떤 물건을 살지 꼼꼼히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나중에 어디로 가서 산보를 할지 궁리했다. 또 산보하는 동안에는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할 지, 식사하는 동안에는 후식을 뭘 먹을지 궁리했다. 후식을 먹는 동안에도 집으로 돌아갈 버스시간표를 점검했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신경을 써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늘 다음 일을 준비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자신의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이 너무나도 텅 비고 무의미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현재를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 프랭크미할릭, 「느낌이 있는 이야기」 중에서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등장인물인 존 키팅 역의 로빈 윌리엄스는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Carpe Diem'을 자주 외친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얼마든지 현재에 충실할 수 있다.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까르페 디엠(carpe diem; seize the day)은 전통(tradition)과 규율(discipline)에 대한 도전(challenge)과 자유정신(liberal spirit)을 상징한다. 또한 과거보다는 과거에 대한 현재를 강조하고 있으며,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과 낭만을 희생하며 사는 학생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현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하여,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것이냐 아니면 다시 못 올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할 것이냐의 이분법적(dichotomous) 논리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얼마든지 현재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E.H. Carr는 역사(history)를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an unending dialogue between the present and the past)’라고 보았다. 미래의 역사 또한 ‘미래와 현재와의 대화’ 속에서 만들어져 나갈 것이라고 본다면,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중심축(pivot)이 되는 셈이다. 이런 여러 가지 사유(思惟)들에 대하여 노자(老子)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마음이 우울하다면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고, 마음이 불안하다면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고 마음이 평온하다면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앞이 캄캄한 코로나 시대, 그대는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가.

* ‘김재원의 영어어휘 톡톡 talk-talk’ 코너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재직 중인 김재원 교수가 시사성 있는 키워드 ‘영어어휘’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어원적 의미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 코너입니다. 제주 태생인 그가 ‘한줄 제주어’로 키워드 영어어휘를 소개하는 것도 이 코너를 즐기는 백미입니다.

김재원 교수는?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現)
언론중재위원회 위원(前)
미래영어영문학회 회장(前)
제주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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