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우리 국민들 중 남북통일에 반대하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가 무척 어렵다.

1950년대에는 정부의 선동에 의해 대부분 국민들이 북진통일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들도 알고 있으니 이것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마 극소수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적화통일은 손쉽게 이룰 수 있다. 우리 군대를 해산하고 휴전선 방책을 허물면 한 달 이내에 북한에 의한 남북통일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 중 이 방법에 찬동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상황에서 북진통일이나 적화통일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남북통일을 반대하는 반민족세력이라고 비난한다면 그게 얼마나 황당할까?

의료공공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의료공공성을 확대하자는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든 민간의료기관을 정부에서 인수하고 의사들을 공무원으로 임용하면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을 실시하려면 막대한 정부 지출이 발생하고, 의사들 중에서도 자유분방한 사람들은 공무원이 되는 것을 싫어할 것이니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어서 이루기가 난망하다. 원하는 사람들만으로 한다고 하면 찬성하는 의사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지금부터라도 의학과에 입학하는 사람들은 전원 국가에서 학자금을 주어 공부시키고, 의사가 된 다음에는 공무원이 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의료기관의 확보 문제가 예산이라는 걸림돌을 피해갈 수가 없다.

그 다음으로 의과대학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공중보건장학생을 선발해 의사가 된 다음에 국가에서 지정하는 곳에서 근무하도록 할 수가 있다. 이 제도는 지금도 시행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적어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 공공의과대학을 만들어 거기에서 졸업한 의사들을 공무원화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그와 비슷한 공중보건장학생도 지원이 적은데. 실력이 있는 학생들 중 평생 이력서에 따라붙는 공공의대졸업생이라는 딱지를 감수하며 이런 대학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결국 실력으로는 일반의과대학에 들어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지원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공공병원이나 시골에 의무근무를 하게 된다면 얼마나 지역사회의 신뢰를 받게 될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합당한 방법은 국가에서 필요한 만큼의 일반 의사들을 공무원화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지금 현재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산이 따른다. 하지만 그 예산이 공공의대를 새로 만들어 학생들을 전원 장학생으로 키우는 것보다는 훨씬 적게 든다. 지금도 지방의료원에 지원금을 증가시키면 얼마든지 더 좋은 병원으로 만들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정부가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공공의대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의사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공공의대를 만드느라 증가한 비용은 우리 후대의 몫이 된다.

기본적으로 의료공공성을 확대하는 문제에는 국가 의료비 상승이라는 큰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공공의료가 이뤄지고 있는 캐나다나 영국에 살고 있는 교포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지금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얼마나 좋은지 감탄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실례로 지금 우리나라에서의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성적이 영국이나 캐나다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의료 수준도 이 두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뒤떨어져 있다. 이 나라들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으려면 대부분 1~2일을 기다려야 한다. 전문의의 진료나 CT나 MRI를 찍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이것을 참을 수 있을까? 비용은 더 들면서 효율성은 떨어지는 제도를 굳이 도입하자는 이유를 모르겠다.

의사 수가 모자라니 의사 수를 늘리자는 주장도 미래를 내다보지 않은 정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에 태어나는 신생아가 30만명이 채 안 되는데 사망하는 국민들은 30만 명이 넘어 인구 감소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의사는 일 년에 3050명이 새로 생기는데 사망은 300명이 채 안 된다, 즉 의사는 지금 현재로 해마다 2750여명이나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WHO에서도 공공의대생을 증가시키지 않아도 조만간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평균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공공의대 출신들이 의무복무를 할 즈음이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정부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OECD 평균에 도달하게 되어 공공의대생 배출만큼 불필요한 의사들이 늘어나 우리나라 우수 인력의 낭비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의사가 모자라서 필수 의료과의 의사가 모자라다는 주장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하는 소리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종합병원에 근무하지 않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이 매우 많다. 그 분들만 병원에 근무해도 흉부외과 의사의 부족은 해결된다. 그런데 그 분들이 개업을 한다고 해서 상황이 그리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왜 그 분들이 병원을 떠날까? 일의 중요성이나 강도에 비해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기 때문이다. 지금 흉부외과 선생님들은 일주일에 평균 63.5시간 근무하며, 한 달에 5.1일 당직을 서고 10.8일 On-call(병원에서 전화가 오면 바로 갈 수 있도록 대기하는 것) 상태에 있다. 그렇다고 대우가 남들보다 나은 것도 아니다. 그렇게 힘드니 만족도도 낮으며 또 전공의 지원자가 적다고 불이익을 받으니 누가 하려고 할 것인가!

정부에서 주장하는 또 하나는 우리나라가 노령화가 가속화되어 의료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옳은 주장이다. 그러나 이 의료수요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상급병원에 몰린다면 우리나라 의료비 상승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니 이 의료수요를 요양병원이 담당해야 하며, 이 요양병원의 의료 인력은 지금 유휴 의료 인력으로 충당이 가능하며, 또 국민 경제를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이런데도 정부의 방침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의사들을 공공의료를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북진통일을 반대한다고 반민족세력이라고 매도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24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정책을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는 부시에게.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한 마디로 선거 판도를 바꾼 클린턴 대통령 말마따나 문제는 경제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들을 “돈만 안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의료가 경제라는 것을 알기나 하고 있을까? 경제가 아니라면 이제라도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우리나라 의료 체계를 공공화 할 수 있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제주의소리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제주의소리

또 하나의 문제는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져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자원이 풍부해서 이런 비용을 지출할 여력이 있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 하다는데 고민이 있다.

그리고 의료공공화가 진행되면 의료소비는 증가하기 마련이고, 그렇지 않아도 OECD 평균에 비해 배가 넘는 의료기관 이용률이 더 증가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표(票)가 권력이니 한 번 혜택이 주어진 다음에 철회하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을 국민 대부분은 이해하실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우리나라가 그리스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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