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도 창조한 세계에서 제일 키 큰 창조의 여신, 설문대 /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창조한 세계에서 제일 키 큰 창조의 여신, 설문대, 설명두, 설명뒤, 세명뒤, 세명주, 설명주(雪明紬)설화 라고도 하며, 《탐라지(耽羅誌)》<담수계편>에는 설만두고(雪慢頭姑)라고도 표기되어 있다. 또한 18세기 장한철(張漢喆)이 지은 <표해록(漂海錄)>에 사람들이 한라산을 보고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그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선마고(詵麻姑)이다. 마고에 빌었다는 의미로 설문대할망이 한자 선마고로 표기된 것이라고 한다.

한국구비문학(韓國口碑文學)에서는 한국에 내려오는 설화 등을 모아 신이담으로 분류하는데 신이담에는 기원담(起源譚)·변신담(變身譚)·응보담(應報譚)·초인담(超人譚) 등의 설화가 전해온다. 설문대할망의 전설은 신이담(神異譚) 중 초인담(超人譚)으로 분류하는 설화이다. 제주에서는 묻혀 죽은 노파라는 뜻에서 ‘매고(埋姑)할망’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설화와 함께 마고와 비교되는 할망으로 전해진다. 설문대할망에대한 연구는 장주근, 『한국의 신화』(성문각, 1964),진성기(1968), 현용준,(1968), 김순이(2001), 임동권(1964), 고대경(1989) 이성준(1990), 김순자(2010)등과 2006~2019년까지 제주돌문화공원의 Festival 행사에 발표프로그램에서 많이 발표되어왔다. 기존 연구 핵심들이 설문대할망이 전설에 치우치다 보니 과학적 태생인 창조(遺傳子) 개념이 빠져있다. 제주 돌문화공원에서는 금년(2020)까지 오백장군과 설문대할망 설계가 끝나는데 제안하는 개념이 참조가 됐으면 한다. 

설문대할망은 키가 너무 커서 옷을 제대로 입을 수가 없었다. 터지고 헌 치마를 입고는 있었지만 고래굴 같은 자신의 음문(性門)을 가릴 수 없었다. 할머니는 항상 탐라백성들을 위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백성들에게 자신의 속옷소중이 한 벌만 만들어주면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했다. 할머니의 속옷을 만드는 데는 명주(明紬) 100통이 필요했다. 탐라 백성들이 명주를 다 모아도 99통밖에 안 되었다. 99통을 베어 짜서 속옷을 만드는데, 속옷 한 벌을 다 만들지 못했다. 인간 세상에 명주(明紬)가 별로 없을 때라서, 사람들은 모자람과 안타까움 탓에 속이 상했고, 할머니는 음문이 살며시 드러난 미완성의 속옷에 부끄럽고 화가 났다. 할머니는 육지까지 다리 놓는 걸 포기해 버렸고, 그때부터 제주는 물로 막힌 섬이 되었다고 한다.

명주 99통과 어승생 99계곡(계곡하나가 모자라 큰인물이 안난다는 전설), 너무나 닮아있다.

중국고사 월하노인(月下老人)을 보면 남녀관계 인연을 맺는 게 청실, 홍실로 짝을 맞추는 이야기가 나오며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서 부인의 사망 소식에 따라 지은 시‘내장월로송명부’시에서도 월화(月下)대목이있다. 하얀 명주실, 그것은 사람의 유전자(DNA)상징이다.

명주실이야기는 표선의 신당에서 오늘날 찾아볼 수 있다. 표선면 표선리 포구 ‘당캐(place)’할망당에 가 보면 그림에서 보듯, 세명주 신당이 지금도 있다. ‘세명주’란 이름을 가진 堂神은 제주도내에 거의 없는데, 구좌면 송당리의 신화에는 그 이름만 남았다. 표선면 표선리에서 어엿한 마을 수호신 중 하나로 세명주 여신을 모시고 있다. 주민들은 이 神을 ‘세명주’라고 하면서 ‘설문대’ 여신과 동일시하고 있다고 고대경 씨는 제주신당기행(1989)에서 쓰고 있다. 세명주는 한라산에 솟아난 여신으로 오백장군의 어머니로서 그녀는 많은 아들을 낳아 각 마을의 수호신으로 보내고 자신은 표선리에 내려와 주민들을 돌봤다. 표선리는 그때 넓은 포구 때문에 주민들이 살지 못할 지경이었다. 큰바람이 불면 높은 파도가 그대로 들어와 포구를 한 바퀴 빙 돈 다음 회오리치면서 마을을 덮치곤 했다. 세명주는 어느 날 밤, 마을에 있는 우마들을 총동원하여 인근 매오름 동쪽 기슭의 울창한 숲인 남추곶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베어다가 포구를 메웠다. 사람들은 밤새우뢰가 치는 듯한 소리를 들으며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안의 소 말 들은 모두 등이 터져 있었고 도끼들은 모두 날이 망가져 있었다. 흙과 나무들을 밤이 새도록 자르고 나르느라 그렇게 된 것이다. 포구는 어느새 메워져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래가 쌓여 지금의 백사장이 되었다. 백사장은 넓은 모래밭이란 뜻으로 ‘한모살’이라 불렀다. 주민들은 이를 고마워하여 그 여신을 위한 堂을 만들고 그녀를 수호신으로 모셔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제를 지냈다. 주민들은 이 여신을 ‘설맹디(雪明紬)’또는 ‘세명주’라 불렀다.

겨울 한라산 설경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겨울 한라산 설경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그러면, 설문대 할망의 어원은 무엇인가? 
기원전 4세기부터 제주에 사람이 살았다는 설이 있는데, 당시 한라산은 온통 눈으로 덮힌 설산, 모슬포 정남 쪽에서 한라산을 보면 영락없는 큰사람 모양의 흰 명주 실타래로 보인다. 그림 사진에서 보듯, 실타래 꼭지 부분이 한라산 정상이고 실타래 사이는 아흔아홉계곡, 실타래는 오백장군이다. 명주베틀을 짜는 것은 어멍과 할망이다. 할망이 집안에 큰사람이다.

설문대 : 雪明紬(설명주) - 설맹디(세명주) - (구개음화) - 설문대.

명주 실타래와 한라산과의비교 Analogy : 실타래꼭지부분이 한라산 정상. 실타래사이는 99계곡과 오백장군.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명주 실타래와 한라산과의비교 Analogy : 실타래꼭지부분이 한라산 정상. 실타래사이는 99계곡과 오백장군.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제주사람들은 하얀 눈의 한라산 높이를 하얀 명주로 감싸고 한라산 높이-키를 재는 방법을 흰 명주 실타래로 봤다. 전설에 설문대할망 속옷을 제주인들이 명주(明紬) 100통으로 만들어주면 제주와 유지를 연결 다리(bridge)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제주인들은 눈 덮힌 한라산을 의인화 해서 한라산 모양을 아주 큰사람 즉 흰 명주 실타래인 설명주가 됐고 동네 사람들이 쉽게 설맹디로 불렀다. 세월이 흐르면서 제주인의 입말을 닮아 설문대로 전해진다. 설문대할망인 한라산은 오늘도 제주를 굽어보면서 제주를 지켜주고 있다. 사진은 표선포구에있는 설맹디 堂神이다. 신당 안 제사상위 지방(紙榜)상에 명주실이 걸쳐있다.

왜, 명주실인가. 창조의 유전자(DNA)?
인체의 모든 유전정보는 세포 안에 들어 있는 DNA유전정보가 명주실 통 같은 세포핵에 압축되어 담겨있다. 윗 그림은 DNA가 이중나선이란 것이라고 최초(1952) 밝힌 제임스 D.Watson 의 ‘DNA 유전자 혁명이야기’라는 책 중에 인체 DNA 유전자다. 외모는 인체를 구성하는 210여 개의 장기를 만들어내는 정보가 여기에 모여있다. DNA의 길이가 얼마나 되기에 이렇게 많은 정보를 담아낼 수 있을까.

DNA는 A, G, T, C라는 4개의 염기(Base)로 구성돼 있다. 세포 하나에 들어 있는 DNA에는 30억 개의 염기가 있다. 염기들 사이의 간격은 0.3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다. 그렇다면 DNA를 쭉 펴서 일렬로 나열하면 그 길이는 약 1m(0.34nm×30억)에 이른다.

우리 몸의 세포 수를 대략 100조 개로 볼 때 모든 세포의 DNA를 꺼내서 붙이면 1000억km에 달한다. 제주밭담길이가 2만2000Km로 지구 둘레의 절반인데 DNA는 지구 둘레가 4만 km이니까 지구 둘레를 250만 번 회전할 수 있는 길이다. 인간은 이 엄청난 길이의 DNA를 몸에 감고 다니는 셈이다. 흥미롭게도 사람의 세포는 지름 8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15μm에 불과하다. 이런 작은 ‘그릇’ 안에 어떻게 1m 길이의 DNA가 들어갈 수 있을까. DNA는 그냥 일렬로 나열돼 있지 않고 수없이 꼬인(packing) 명주실 통의 아주 작은 모양으로 존재한다. 그 덕분에 1m 길이가 1400nm 정도로 줄어든다. 마치 노란 고무줄을 계속 꼬면 차곡차곡 접히면서 길이가 짧아지는 것과 같다. 설문대할망 전설은 사람의 인체구조 DNA를 알아서 명주실 이야기를 한 것인가. 너무나 과학적인 진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돌문화공원의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은 유전자를 돌로 바꿔 Real 하게 사실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표선리 포구 설맹디 신당 지방함 위에 걸쳐있는 명주실 타래의 비밀은,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창조할 때의 유전자 DNA 상징을 정성껏 바치므로 하늘과 인간의 통(通)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표선 ‘한모살’ 포구에 하얀 파도타고 불어오는 바람결에 시 한수를 설문대할망에 올린다. /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이문호

설문대 
李門浩

흰 눈 덮힌 한라산 높이
'자(尺)로 잴 수 없을까?'

흰 명주실(雪明紬)로
돌담 밭에서
오름 발에서

흰 명주실(雪明紬)은
한라산 바람에 날려
세명주에서
설맹디로
입맛 닮은 설문대로

세상에서 가장 키 큰 설문대 할망
소중이는
흰 명주 백통
그런데,
한통 모자란 아흔아홉통
한라산 어승생 계곡도 아흔아홉
하나가 모자라 전설이 된

'한라산 설문대 할망'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표선 ‘한 모살’ 할망당 설맹디(雪明紬). 신당, 명주실타래 작은 묶음이 紙榜함 위에걸쳐있다. 사진=이문호. ⓒ제주의소리

# 이문호 교수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제주의소리<br>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제주의소리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출신으로 일본 동경대 전자과(1990), 전남대 전기과(1984)에서 공학박사를 각각 받고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서 포스트닥(1985) 과정을 밟았다. 이후 캐나다 Concordia대학, 호주 RMIT대학, 독일 뮌헨대학 등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는 제주 남양 MBC 기술부 송신소장을 역임했고 1980년부터 전북대 전자 공학부교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 이달의 과학자상, 해동 정보통신 학술대상, 한국통신학회, 대한전자공학회 논문상, 2013년 제주-전북도 문화상(학술)을 수상했고 2015년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선정됐다.

현재 감귤과 커피나무 유전자 DNA 결합을 후성유전자 현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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