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의회 신규-증액 예산, 도지사 동의하면 보조금 심의 필요없어"...기조실장 "사과드린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보조금 전쟁'은 도의회의 완승으로 결론이 났다.

행정안전부와 감사위원회가 제주도의 행정행위가 '의회 의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손을 들어줘서 제주도는 결국 현대성 기조실장이 공식 사과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상봉)는 23일 오전 제387회 임시회 4차회의에서 기획조정실과 소통혁신정책과. 서울본부 등을 상대로 업무보고을 받았다.

이날 핫이슈는 지난 5월 말 벌어진 제주도와 도의회의 민간보조금과 관련한 '전쟁'이었다.

이미 행안부 유권해석과 감사위원회 감사결과가 나왔음에도 제주도가 2차례나 행안부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숨기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제주도의회가 의결한 2020년도 예산안 중 제주도가 지출 구조조정 명목으로 민간보조금을 일괄 삭감하면서 불거진 ‘의회 의결권’ 침해 논란이었다.

제주도의회는 통상 예산안 의결에 앞서 의회가 신규(증액) 편성한 예산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 제127조에 따라 도지사의 동의 여부를 물은 뒤 최종 의결 절차를 밟아왔다.

그런데 제주도가 올해 초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본예산안에 편성된 민간보조 사업에 대해 다시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예산을 일괄삭감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제주도(예산담당관 전결)는 지난해 12월16일 2020년도 본예산안이 의결된 이후 전 부서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의회에서 신규(증액) 편성된 사업 일체에 대해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대상”임을 공지해 갈등의 불씨를 키웠다.

제주도의회는 결국 6월3일 ‘의회의 예산의결 시 도지사 동의를 얻은 신규(증액) 사업에 대한 보조금 심의 관련 감사 청구의 건’을 의결해 감사위에 감사 청구했다.

도지사가 동의해 의회가 의결한 예산에 대해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제주도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를 위반한 것으로 이를 바로 잡아 달라는 취지였다.

제주도는 행안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행안부는 '보조금 심의는 예산을 편성할 때 했고, 도의회에서 신규 증액한 보조금이 도지사가 동의가 이뤄졌다면 굳이 공모사업을 할 때 별도로 보조금심의위원회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감사위원회도 행안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제주도에 '주의' 통보를 내렸다.

이 문제에 대해 강철남 의원(제주시 연동 을,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월 행자위에서 보조금 심의 관련해서 감사청구를 했고 감사위에서 조사를 실시했는데 2차례 감사 결과 통보를 미루고 있다"며 "행안부에서 유권해석을 내렸는데 제주도에서 재차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그 답변도 나왔는데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의회 증액된 예산이 도지사가 동의하면 추가로 보조금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제주도가 의회 의결권을 무시했으니 사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봉 위원장도 "감사위와 행안부 답변이 나왔는데 제주도는 구차한 변명을 하지 말고 잘못했다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이경용 의원(서귀포시 대륜.서홍동)도 가세했다.

이경용 의원은 "보조금심의위원회는 제주도의 예산을 편성단계에서 심사하고 예산안이 통과된 후 공모사업에 대해 다시 심의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일각에선 도의회 보다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결국 행안부 유권해석과 감사위 감사 청구 결과가 나왔다. 의회에서 신규 편성하거나 증액한 예산을 도지사가 동의한 경우 보조금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그런데 제주도에선 결과를 숨기거나 행안부에 재차 질의하는 등 꼼수와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감사위는 전임 예산담당관이었던 강만관 사무국장에 대한 감사결과 '주의'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며 "제주도는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안우진 예산담당관은 "비공개한 이유는 당시 시점이 감사가 진행중인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의회와 협의하면서 의회 의결권을 존중하겠다"고 답변했다.

사과 요구가 잇따르자 현대성 기조실장은 "보조금 심의는 내부적으로 보조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감사결과 도지사가 동의한 사항에 대해선 보조금 심의를 다시 받도록 한 사항을 안받아도 된다는 것으로 집행부에서 더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부분 사과 드린다"고 언급, 고개를 숙였다.

현 실장은 "앞으로 집행부가 동의한 신규 예산이나 증액된 예산에 대해 추가적으로 보조금 심의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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