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도시재생을 묻다] ③ 도시재생 사업지 곳곳 들어선 ‘특별한 공간’…“주민 위한 것”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책방-제주사랑방. 옛 고씨주택을 새롭게 단장한 이곳은 원도심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았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각 자의 경험을 풍요롭게 하는 곳. 바로 ‘공간’이다. 경험을 특별하게 만드는, 특별한 기억을 주는 공간이 누구에게나 있을 터. 

현대인에게 ‘공간’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주거와 일터의 의미를 넘어 누군가에게는 안식처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선물한다. 각자의 공간이 사람들에게 주는 감정은 ‘희노애락’으로 제각각이지만, 모두에게 살고 싶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공감대’를 선물해주는 공간은 분명 있다. 

제주에서 이뤄지는 도시재생 사업에도 다양한 의미를 갖는 ‘공간’이 존재한다. 주민들의 생활 공간이자 외부인이 찾아오는 방문 공간이다. 각각의 공간은 도시재생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저마다의 본래 의미에 새로운 의미까지 불어 넣고 있다.

제주에서 도시재생이 이뤄지는 지역은 현재까지 총 6곳이다. 

6곳은 ▲제주시 모관지구(원도심-일도1동, 이도1동, 삼도2동, 건입동) ▲제주시 남성마을(삼도2동 259-4번지 일대) ▲제주시 신산머루(일도2동) ▲제주시 건입동(건입동 1077-68번지 일대) ▲서귀포시 대정읍(상모리·하모리 일대) ▲서귀포시 월평동 등이다. 

각 지역에는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 각 마을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 사업의 시작점이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주민 공동의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사랑방 역할을 자처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통해 주민 참여 극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주민과 소통이 없고, 주민 참여가 없는 도시재생 사업은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수직 하향 구조의 사업진행 방식은 도시재생사업에선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서로 섞일 수 없는 관계다.

역사 이래 제주의 정치·문화·경제 등 모든 중심 역할해온 제주시 원도심의 경우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통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발굴 노력으로 색다른 공간이 다수 확보됐다. 

대표적으로 ▲김영수도서관(제주북초등학교 도서관) ▲제주 원도심 혁신창업거점 W360 ▲디자인공장 ▲제주책방·제주사랑방(옛 고씨주택) ▲케왓 ▲천연염색공방 ▲상생마당 등 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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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북초등학교 도서관이자 마을도서관으로 활용되는 김영수도서관. 설립자인 이 학교 20회 동문 故김영수 씨의 이름을 따서 새롭게 운영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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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처음 세워진 김영수도서관은 지난 2018년 12월 재개장하면서 학교도서관이자 마을도서관으로 개방했다. 학교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업의 결과다. 도서관내에서 자유롭게 책도 보고 휴식도 취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돼 새롭게 단장한 김영수도서관은 이미 전국적으로 알려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전국 각지에서 김영수도서관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 bench-marking )하려는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은 학교와 마을의 동화다.  

110여년의 역사를 지닌 제주북초등학교 안에 자리잡은 김영수도서관은 1968년 처음 세워졌다. 이 학교 20회 동문인 故 김영수 씨는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기업인으로 성공한 뒤 후배들을 위해 이 도서관을 기증했다.

이 곳이 새롭게 단장한 것은 2018년 12월. 사용되지 않던 옆 창고와 관사까지 연결해 확장 리모델링해 평일 방과 후와 주말에도 지역 주민에게 개방돼 일반적인 학교 도서관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 도서관이자 마을 도서관이며, 아이돌봄공간이다. 바로 주민들이 원했던 학교와 마을 사이에 단절 없는 교감이 가능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혁신창업거점 W360(동문로 9길 13-1)은 제주시 원도심에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도시재생 관련 스타트업과 소셜벤처 등 기업이 연계돼 엘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엑셀러레이팅은 엑셀러레이터에서 파생됐으며, 성장을 위한 시드 투자와 연결, 판매, 교육 등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공개 피칭 이벤트 등을 아우르는 집단 프로그램을 뜻한다. 

디자인공장(칠성로길 8)은 칠성로 유휴공간에 들어섰다. 공장에는 여러 분야 디자이너와 콘텐츠 창작자가 입주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디자인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W360와 디자인공장. 이 두 장소는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공간이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기업과 청년 등이 원도심을 ‘창작의 고향’처럼 느끼고, 각자가 다시 개별 전문가로 성장해 다시 원도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W360와 디자인공장, 두 곳을 통해 원도심에 뿌린 씨앗이 원도심에서 결실을 수확할 수 있도록하는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말하자면 ‘제주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는 곳들이다. 

다양한 디자인이 창작되고 있는 디자인공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원도심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인 상생마당(칠성로길 1, 옛 감귤농협)에는 도시재생 홍보관이 운영되며, 도심올레 라운지로도 활용된다. 단순히 주민을 위한 공간이 아닌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책방·제주사랑방(관덕로 17길 27-1, 옛 고씨주택)과 케왓(관덕로 17길 27, 옛 유성식품), 천연염색공방(중앙로 14길 15-6)은 복합적인 기능을 갖고 있는 문화 공간이다. 

제주책방·제주사랑방은 이름처럼 주민들에게는 휴식장소이자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원도심을 찾는 사람들은 제주책방에서 제주 관련 각종 서적을 만날 수 있다.  

케왓은 로컬음식과 음식 문화를 연구·교육하는 공간이다. 마을 주민은 물론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탐방 쿠킹클래스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미 전국 각지에서 프로그램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또 쿠킹클래스 과정에 인근 전통시장 장보기를 포함하면서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케왓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쿠킹클래스 참가자들은 제주와 관련된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의 재미를 만끽한다. 이 곳에서의 쿠킹클래스 프로그램은 인근 전통시장에서 재료를 직접 구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한몫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천연염색공방에는 한짓골생활협동조합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재활용 천연염색 체험과 교육을 통한 주민공방을 운영중이며, 추후 천연염색을 통해 지역주민이 원도심을 상징하는 제품 생산해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도심처럼 도시재생이 이뤄지는 대정읍도 도시재생 사업의 거점 공간인 ‘신영물 행복센터’ 건립이 추진되며, 건입동도 공동체 거점공간과 문화예술공간을 확보중이다. 

이들 공간의 공통점은 기존 유휴 공간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부수고 새롭게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새로운 의미까지 불어넣고 있다. 

변화영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모든 공간은 결국 주민을 위한 곳”이라며 “이 공간은 각각 역할은 다르지만, 결국은 주민을 위한 공간이자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도시재생이 지향하는 공간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변 사무국장은 또, “우선은 주민을 위한 공간이지만, 찾아오는 외부인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면 더 유익한 공간이 되고 이런 공간을 보유한 원도심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청년층 유입을 위해 취·창업을 지원하는 공간을 만든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람들이 살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조성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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