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16)인권은 공동체 안에서 선언되는 것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필자는 지난 18일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관련해 모 라디오방송 토론에 참여하였다. 이 자리에서 조례 반대 입장을 가진 도의원이 말했다. “지금 제출된 학생인권조례에 비춰보면,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다 인권침해입니다. 제 아이에게 외할머니 집에 가자고 이야기해도 인권침해가 됩니다.” 한편, 그보다 한 달 전(8월 18일) 교육상임위가 주관하는 학생인권조례관련 간담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교원단체의 대표는 “제주학생인권조례가 생기면, 학교 정문 밖에서 담배를 태우는 등 일탈하는 여학생들을 지도할 수가 없습니다. 자칫하면 성희롱으로 고발 당합니다.”라고 말한다.

도의원과 교장 선생님의 발언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발언들이다. 현재 제출되어 있는 인권조례안의 어느 부분이 문제가 되어 그런 반대 논리를 내세우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면 왜 그들은 그렇게 발언했을까? 그들에게 인권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밑도 끝도 없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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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국 5개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우려와 같이 혼란과 무질서가 발생한다거나 교육이 무너지지도 않았다. 인간은 항상 누구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로 정의된다. 인권은 개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모두가 함께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인권은 모든 사람이 존엄함을 가진 존재로서, 모든 개개인은 자신의 권리를 절대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맞는 이야기인 듯하다. 하지만 그들은 인권에 있어서 중요한 측면, 인권의 공동체성을 간과하면서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전파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인권은 다섯 살 난 아이에게 도의원 아빠가 어떠한 것도 강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권한을 주는 것이 되고, 학생들의 거부 권한은 학생지도를 해야 할 교사들의 권한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된다. 미성숙한 아이들이 무제한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하면 개인의 이기주의적 행동이 득세하게 되고 공동체 사회가 무질서해진다는 엉뚱한 논리적 결론으로 비약되는 것이다. 인권이 애당초 ‘공동체 안에서 선언되고 있는 인권’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애써서 공동체를 지워버림으로써 인권이 마치 무제한으로 개인의 이기적 권한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아니 꼭 그렇다고 억지를 부린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인권이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며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 

이미 전국 5개 지역에서 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충남을 제외하고 근 10여 년 동안 학생인권조례가 운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지역 조례 내용이 제주학생인권조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경기, 전북, 광주 지역에서 과연 어떠한 혼란과 무질서가 발생하고 있는가? 학력저하나 교권과의 충돌, 학생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정말 그렇게 교육이 무너지고 있는가? 반대를 위한 억지스런 인식은 아무론 논거도 없는 우스꽝스러운 결론만 도출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문은 제1조 인간의 존엄성과 2조 차별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28조~30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권을 구현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학생인권조례 제3조 2항은 세계인권선언문 29조 2항(인권 제한에 관한 내용)을 수용하고 있는 조항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민주적 방식으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인권을 공동체 목적에 맞게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인권선언문 제30조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모두가 서로 존중해야 나의 권리도 존중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개개 사람들의 인권의 독립성도 강조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의 인권이 다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문 29조 1항에서는 “어떤 사람이든 그러한 공동체를 통해서만 자신의 인격을 온전히 자유롭고 온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인권은 오히려 공동체 내 상호존중과 소통을 더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존중의 언어와 자세로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공동체의 진일보를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리고 지금처럼 세대 간의 소통 부재, 교사 학생 간의 불화가 심해지고 있는 시기에 오히려 사회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인권은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이다. 인권이 내가 존중받고 내가 잘 살아갈 수 있는 나 혼자만의 세상을 꿈꾸는 것이라면 나는 그 인권을 거부하겠다. 왜냐하면 우리 아빠조차도 그런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내게 말을 걸기를 두려워할 것이고, 내 친구들도 이기적인 나와 함께 어울리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정의된다. 항상 누구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인권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존엄한 사람들이 어느 누구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다 함께 행복한 그런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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