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존 학설 뒤집고 ‘5령 종령’ 취사 선택...분포 가능지역 추정에 결정적 단서 제공

제주지역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 [사진제공-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제주지역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 [사진제공-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해안 지역을 넘어 제주 한라산까지 침입한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의 새로운 생활사가 처음으로 밝혀져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김동순 교수 연구팀(식물자원환경전공 곤충학실험실)은 소나무재선충의 중요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생활사 비밀을 풀어냈다고 29일 밝혔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05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반면 매개충이 솔수염하늘소라는 사실은 그로부터 67년이 지난 1972년에야 밝혀졌다.

당시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매개충의 번데기 전 마지막 발육단계를 ‘4령 종령’으로 결론지었다. 이후 솔수염하늘소 생활사는 가설 정설로 전 세계적으로 인정돼 왔다.

곤충은 알에서 부화후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탈피를 반복한다.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1령, 이후 탈피를 할 때마다 숫자가 늘어난다. 마지막 탈피는 종령이 된다.

제주대 연구팀의 연구결과 도내 솔수염하늘소는 기존에 알려진 4령 종령과 별도로 5령 종령의 경로를 선택적으로 취하는 특이한 능력을 보임을 밝혀냈다.

따뜻한 환경에서는 5령 경로를 선택해 번식력이 높은 우량한 성충으로 성장했다. 반면 서늘한 환경에서는 4령 경로를 선택해 기존 번식력은 유지한 채 번데기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곤충 유충의 생장이론인 '나쁜 환경조건에서 탈피를 증가시켜 기능적 성충에 도달한다'는 유충임계중량설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연구팀은 “솔수염하늘소는 유충임계중량설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조건이 좋을 때 유충의 탈피를 늘려 생식적으로 우월한 성충으로 되는 진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생활사 특성은 한라산 고도에 따른 온도환경에 따라 매개충의 번식 가능지역을 추정하는데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총괄책임자인 김동순 교수는 “솔수염하늘소에 대한 기존 기록이 모두 수정돼야 한다. 매개충의 전 세계적인 분포가능지역 추정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제주도의 ‘제주맞춤형 소나무재선충병 조사연구 및 방제전략 수립’ 연구지원으로 이뤄졌다.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의 하나인 [Scientific Report]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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