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충민의 보·받는 사람](1) 연재에 들어가며 

‘강충민의 보·받는 사람’은 필자의 기억을 소환해 전하는 편지글입니다. 새하얀 편지봉투 앞면의 아래위로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칸에 볼펜을 꾹꾹 눌러 누군가와 나의 이름을 써 넣던 ‘우리 시대의 편지’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공유하게 할 새로운 코너입니다. 편지는 모바일 메신저나 인터넷 이메일로 소통하는 요즘엔 경험할 수 없는 공감의 통로입니다. 제주의소리를 통해 만나게 될 ‘강충민의 보·받는 사람’ 연재는 풀이 없어 밥풀을 이용해 편지봉투를 붙여본 적이 있는 세대들에게 바치는 연서(戀書)이기도 합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그립습니다. / 편집자 글 

[제주의소리] 시민기자로서 소식을 전하지 않은 지, 염치없이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6년 전 이맘때 마지막 글을 썼습니다. 그 동안 온전한 게으름으로 살았습니다. 책은 멀리하였고, 주말 연속극에 심취해서 방송사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 선택해서 현실감 있는 대사에 낄낄대고 웃으면 참 재미있어 했습니다. 검색어 몇 번으로 너무도 쉽게 순식간에 눈으로 훑고 얻은 지식, 정보가 온전한 저의 시간, 경제적 노력의 산물인 것처럼 착각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지요. 

올해 초, 서류를 발급받으러 제가 사는 곳 주민센터에 들렀습니다. 같은 학과는 아니지만 대학 때 알고 지냈던 일종의 여사친인 대학 동창을 아주 오랜만에 우연히 만났습니다. 2년 전 부터 이곳에서 근무했다고 했습니다. 잘 지내냐는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친구는 요즘은 글을 왜 안 쓰냐고 물었고, 예전에 참 잘 읽었다고 아쉽다 했습니다. 고맙게도 제 글을 잊지 않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마음 한편에 숨겨 두었던, 해야 할 일까지도 친구가 친절하게도 들추어 준 것이지요. 그래 쓰자!

(저는) 기억을 잘합니다. 정확히는 잊히지 않는 것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대 여섯 살 파편화된 기억부터 초·중·고 대학, 회사, 최근까지, 또렷한 기억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것의 예를 든다면, 초등학교 동창을 오랜만에 만나면, 40년도 훨씬 넘은 그 친구의 에피소드가 같이 떠오릅니다. 저는 그 에피소드의 주변 인물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주민 센터에서 만난 친구와 어떻게 친해졌는지의 경위를 다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다 보니 제 주위의 사람들은 제 기억력에 감탄을 하고 총기 있는 것으로 포장해서 말해주는 이도 있습니다. 만약 최근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먼 먼 지난 기억만 있다면, 치매를 의심해볼 테지만 다행히 그건 아닙니다. 절대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빨간 우체통. 편지를 주고받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면서 우체통 역시 사라져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런 기억을 여러분에게 편지로 쓰겠습니다. 저와 기억을 공유한 이에게는 직접 쓰겠습니다. 

지금껏 잊히지 않는, 가끔은 제 스스로 “쓰잘머리 없는” 이라고 치부해 버렸던 기억을 이제 여러분에게 편지로 전하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오창하 선생님께서는 스승의 날을 기념해서 1학년 때 담임선생님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셨습니다. 1학년 때 담임 홍봉련 선생님께 “한글을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썼습니다. 그 내용을 오창하 선생님은 아이들 앞에서 읽어주시며 잘 썼다고 칭찬까지 하셨습니다. 그 다음, 학교로 홍봉련 선생님의 답장편지가 왔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제 인생 편지에 관한 첫 기억입니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문자와 카톡의 빠르다는 이유로, 편한 이유로 참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요. 또한 정제되지 않고 순식간에 폭발하듯 남발하여, 과잉 포장된 감정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차가운 사람이라 판단해버리기도 하지요. 여러분도 저도….

이제 편지를 쓰겠습니다.

밀봉된 종이봉투를 뜯으며 설레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저와 기억을 공유하며 저의 받는 사람이 되어주시겠습니까? 그러면 저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쓰며 여러분의 행복한 보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2020년 9월 30일 가을 햇살 좋은 날, 강충민 올림

강충민 시민기자는?  

제주의소리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써왔습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는 건강한 제주의 미래를 같이 고민하고 참여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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