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노동세상] (35) 누군가의 노동으로 채워지는 휴식 

모두에게 명절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명절 차림을 간소화 하면 어떨까? 출처=오마이뉴스, 픽사베이.
모두에게 명절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명절 차림을 간소화 하면 어떨까? 출처=오마이뉴스, 픽사베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명절은 휴식보다는 강도 높은 노동의 시간에 가깝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내륙 어느 마을에는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까지 걸렸지만, 긴 연휴를 맞아 도내에는 3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고 한다. 지난 광복절 연휴의 23만 명을 뛰어넘는다. 누군가의 휴식은 또 누군가의 노동으로 채워질 것이다. 

어릴 적 명절을 맞아 큰집에 가면 큰아버지와 첫째 사촌언니가 번갈아가며 집에 없던 기억이 있다. 당시 큰아버지는 주야 맞교대 아파트 경비 업무를 하였고, 사촌의 직업은 간호사였다. 큰아버지는 명절 연휴 중 반드시 하루는 근무 날 이었고, 사촌은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휴 기간 내내 근무를 서곤 했다. 어린 나이에는 명절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건 이례적인 경우라고 생각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명절 단기알바를 구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 고유의 명절이라는 한가위를 이야기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수확하며 한해 농사의 결실을 맺고 그간의 노동에 대해 먹거리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다. 농경 사회에서 시작된 한가위는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명절을 통해 보장받는 3일의 연휴 

근로기준법은 달력상 빨간날인 공휴일에 대하여 유급휴일을 보장하고 있다. 현재는 점차적으로 시행되는 단계로 올해는 300인 이상 사업장, 내년에는 30인 이상 사업장, 2022년에는 5인 이상 사업장에 일괄 적용된다. 공휴일 중 휴일이 연달아 있는 ‘연휴’는 현행법상 설날과 추석이다. 

입사 년도에 따라 주어지는 연차 휴가를 붙여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하루 연차 휴가를 사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연차사용 제한은 ‘제주직장갑질 119 오픈채팅방’의 단골 제보 내용이기도 하다. 연차 휴가는 사유와 관계없이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시기를 지정하여 통보하면 발생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말이다. 최근에는 사용자가 연차 휴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휴가 사용을 촉진하는 경우 붙여서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강제적인 분위기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나마 합법적으로 명절 연휴를 통해서 지친 나의 노동에 휴식을 부여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고, 나의 몸과 마음도 쉴 수 있는 기간이 되는 것이 현재적 의미의 추석이 아닐까? 

모두에게 명절 휴식권을

어떻게 보면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을 통해 명절 기간 3일의 휴식권이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명절에 일하는 노동자는 배제되어 있다. 불가피하게 명절에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기간을 조정하더라도 연달아 쉴 수 있는 휴식권을 보장하면 어떨까? 

연휴 기간 또 다른 형태의 명절 노동으로 휴식하지 못하는 그림자 노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의 휴식은 누군가의 노동으로 채워진다. 명절 연휴 동안 집에 머물면서 잘 먹고 잘 쉬며 충분하게 휴식했다면 누구의 노동으로 채워진 것인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모두에게 명절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명절 차림을 간소화 하면 어떨까?

오늘밤 달빛에 가족 모두의 건강을 빌어본다. 가족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은 필수적인 것이 아닌가.

모두에게 명절 휴식권이 주어지길 소원한다.

# 김경희는?

‘평화의 섬 제주’는 일하는 노동자가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인노무사이며 민주노총제주본부 법규국장으로 도민 대상 노동 상담을 하며 법률교육 및 청소년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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