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제주의소리 공동기획] 제주도 해안사구 이야기(10) 섭지코지 해안사구

제주의 자연생태계 중에서 무관심과 보전의 사각지대에 오랫동안 놓여있었던 곳이 있다. 바로 해안사구이다. 해양생태계의 시작점이자 끝 지점이면서도 연안 습지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육지로도 인정받지 못한 곳. 그야말로 중간지대에 있는 곳이라 할만하다. 그렇다 보니 제주의 해안사구는 전국에서도 가장 많이 훼손되었다. 국립생태원의 2017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제주도 해안사구의 82.4%가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올해부터 도내 해안사구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해 오는 12월까지 매월 2차례씩 총 16회에 걸쳐 도내 해안사구의 가치와 관리실태에 관한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섭지코지는 붉은오름과 해안사구의 결합체

우리나라는 ‘반도’이다. 대륙에서 바다로 돌출된 지형을 반도라 한다. 중국의 동부지역 중에서 서해 쪽으로 길게 뻗어 나온 곳을 산둥반도라 얘기하듯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남쪽 바다로 길게 뻗어 나온 지형을 말한다. ‘곶’ 또한 마찬가지이다. 곶도 바다로 돌출되어 나온 비교적 뾰족한 모양의 땅을 일컫는 말이다. 

섭지코지
▲ 섭지코지(daum 지도 캡처)는 육상에서 분출한 화산이지만 간빙기 때는 섬이었다. 이후, 성산일출봉이 분출한 이후 사주와 사구가 생기면서 육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규모상으로 보면 반도보다 작은 것을 곶이라 한다. 장산곶, 호미곶, 월곶 등이 그 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곶이(곶은) 섭지코지다.

‘코지’는 곶의 제주어다. 즉, 좁은 땅을 뜻하는 섭지와 코지의 합성어이다. 섭지란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를 뜻하기도 한다고 한다.

섭지코지도 성산일출봉처럼 한때는 본토와 떨어져 있던 섬이었고 ‘붉은오름’이라는 독립화산체였다. 

‘한때는’이라고 한 이유는 붉은오름은 성산일출봉처럼 바닷속에서 폭발한 수성화산이 아닌 육상에서 분출한 화산이기 때문이다. 수만 년 전, 빙하기 때 육지에서 분출한 육상 위의 화산체였지만 간빙기 때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섬이 되었다.

그렇게 섬으로 존재하다가 약 5000년 전 성산일출봉이 분출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분출한 화산쇄설물이 바다에 쌓이면서 만들어진 ‘신양리층’ 과 그 위로 모래가 쌓이면서(사주, 사구) 점차 붉은오름은 육지와 이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섭지코지는 해안사구와 붉은오름이라는 독립화산체가 합쳐진 곳이라 할 수 있다. 섭지코지가 오름 그 자체요 해안사구인 것이다. 

섭지코지의 좁은 길목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알오름 같은 아기자기한 언덕들이 해안사구이다. 그리고 섭지코지 남동쪽 해안에 있는 것이 붉은오름이다. 붉은오름에는 등대가 세워져 있고 바로 옆 바다에는 높이 10m의 선돌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섭지코지
▲ 섭지코지의 붉은오름(등대 있는 곳). 오른쪽의 외돌개 같은 바위는 선돌 바위이다. 이 바위도 붉은오름의 일부이다. 붉은오름이 해풍과 파도에 깎여 이 바위만 남아있는 것이다.

외돌개처럼 외로이 바다에 떠 있는 선돌 바위도 붉은오름의 일부이다. 즉, 붉은오름은 파도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오름의 원형을 상실한 화산체이다. 선돌 바위는 붉은오름의 화도(화산에서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 길)를 채우고 있던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암경’(원통형 용암 기둥)이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을 지나며 파도에 깎이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것을 지질학에서는 시 스택(sea stack)이라고 한다. 외돌개도 대표적인 시 스택의 하나이다. 

즉, 선돌 바위는 붉은오름이 폭발하던 시절에 분화구의 중심부이었다. 붉은오름이 바다 위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선돌 바위를 중심으로 둥그런 오름이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오랜 시간을 지나며 파도와 강한 바람에 의해 붉은오름은 조금씩 조금씩 씻겨 내리면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섭지코지
▲ 섭지코지의 해안사구. 현재 보광 휘닉스아일랜드의 산책로가 나 있는 이곳은 2차 사구 지대이다. 마치 알오름 군락 같은 이 해안사구는 제주 해안사구에서도 보기 드물게 2차 사구 지대가 잘 발달한 곳이다.

이처럼 붉은오름은 오름의 심장부가 고스란히 드러나 화산체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이를 통해 오름의 생성원인과 과정을 잘 알 수 있는, 살아있는 지질박물관이기도 하다. 

그래서 섭지코지의 생성 역사는 성산일출봉을 포함하여 제주도의 화산활동 역사를 알 수 있는,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선돌 바위에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이곳 바다에서 목욕하던 선녀를 본 용왕의 막내아들이 용왕에게 선녀와의 혼인을 간청하였다. 용왕은 백일 후 혼인을 약속하였다. 백일이 되던 날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높아져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용왕으로부터 “네 정성이 부족하여 하늘이 혼인을 허락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은 막내아들은 슬픔에 잠겨 이곳에서 선 채로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한라산의 오백나한처럼 민중의 ‘한’이 담겨있는 전설이다. 

#섭지코지 해안사구와 주민의 삶

섭지코지 해안사구는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을 연결하는 육계사주의 상부에 형성된 해안사구와 뒤쪽의 2차 사구 지대, 그리고 신양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구 지대 3개가 결합한 대규모 해안사구 지대이다.

제주의 많은 해안사구가 전사구와 2차 사구가 단절되어 연속성이 잘 보이지 않지만, 섭지코지 사구는 전사구로부터 2차 사구에 이르는 사구의 연속성이 잘 보인다.  

현재 휘닉스아일랜드 산책로가 2차 사구 지대인데 마치 작은 알오름이 산재한 듯 보인다. 하지만 전사구 지역과 일부 2차 사구 지역은 휘닉스아일랜드의 관광 시설물들이 잠식한 상태이다. 

섭지코지 사구의 식생은 곰솔군락이 분포하는 남서부 지역, 잔디군락이 우점하는 남동부 지역, 보리수나무 군락이 소규모로 있는 중앙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사구 서쪽의 곰솔군락은 해풍의 영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고 곰솔 밑으로는 까마귀쪽나무 등의 상록활엽수림의(상록활엽수) 어린나무들이 자라고 있어서 시간이 흐르면 난대상록수림으로 변화할 것이다. 

섭지코지는 신양리 등 인근 마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섭지코지 해안사구에서 농사를 지었었다. (주)보광제주(현 휘닉스아일랜드), 이하 보광)이 땅을 사들이기 이전에 주민들은 섭지코지 안에서 보리와 고구마, 유채 농사를 지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광에 딸을 팔고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면서 울타리가 쳐지면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 

섭지코지
▲ 국립환경연구원이 표시한 섭지코지 사구 경계. 노란 선까지가 해안사구임을 알 수 있다. 노란색을 과거 사구 경계라고 한 이유는 사구의 많은 부분을 해양관광 단지가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섭지코지의 전체 면적은 75만㎡ 정도다. 이 중 65만3821㎡가 성산포(섭지코지-추가) 해양관광 단지로 지정됐고 2006년 보광을 사업 시행자로 한 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승인됐다. 이후 보광은 사유지와 국공유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지역주민들도 별 의심 없이 장밋빛으로 가득 찬 사업계획에 동의했고 땅을 팔게 되었다. 더욱이 여기에는 도유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드라마 ‘올인’을 시작으로 기업 사유물 된 섭지코지

2003년에 TV 드라마 '올인'은 그야말로 대박을 친 영화였다. 이병헌과 송혜교 주연의 이 드라마는 47.7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인 본방 사수를 위해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TV 앞에 모여 앉은 것이다. 이 드라마 속 주요 촬영지 중 하나가 제주였다. 

그중에서도 드라마 속 송혜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교회가 섭지코지에 있었다. 애절한 스토리와 섞인 섭지코지의 이국적인 풍광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섭지코지
▲ 섭지코지 해안사구에 들어선 보광 휘닉스아일랜드의 건물들. 사실상 섭지코지는 기업에 의한 사유물이 되었다.

이후 섭지코지는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급속하게 떠올랐다. 드라마가 끝난 후 남제주군(현 서귀포시)은 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2005년 나무로 된 기존 촬영용 세트장을 철거하고 콘크리트 구조물 시설로 복원했다. 

한류 열풍이 한창이던 시절,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관광객만 연간 2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미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의한 제1차 제주도종합개발계획(1994∼2001년)에 따른 3개 관광단지 20개 관광지구 가운데 하나인 성산포 해양관광 단지 안에 포함된 곳이었기에 개발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2006년 1월 개발사업 시행승인이 이뤄진 뒤 2008년 4월 투자진흥지구로 고시됐다. 이후, 주민과 제주도의 공공재산이었던 땅이 사기업의 소유로 바뀌고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로써 보광이 섭지코지 땅의 80% 이상을 소유하게 되었다. 해안 절벽과 맞닿은 절대보전지역과 공유수면을 빼면 섭지코지 전부가 보광의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섭지코지
▲ 섭지코지를 전국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게 한 드라마 ‘올인’의 교회 세트장. 지금은 갈등 속에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보광은 초기에 호텔 및 콘도, 웰컴 상가, 해양레포츠센터, 해중전망대, 전시관, 해수스파랜드 등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 애초 중요한 목표였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해양시설 건설은 없고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한 수익시설만 들어섰을 뿐 다른 시설들은 감감무소식이다. 자금난이라고 변명하지만 휘황찬란한 계획만 세우고 사업승인을 받은 이후 ‘돈 되는’ 사업만 하는 것이다.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더욱 분노하게 하는 사실은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어 각종 혜택을 받았으면서도 지구 내 미개발토지를 중국계 자본에 되팔기도 한 것이다. 원래 매입가보다 2배 이상으로 되팔아 땅장사로 톡톡히 한몫을 본 셈이다. 보광이 되판 땅 중에는 제주도가 매각한 도유지 2만9228㎡도 포함돼 있다. 행정당국도 일개 사기업에 농락당하였다고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다. 

원래 보광은 2007년 섭지코지 해안의 마을 상가와 주차장 등 도유지와 사유지를 모두 매입해 개발하려 했다. 주민들이 마을 상가와 주차장에서 철수하면 새로운 상가를 지어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섭지코지 해안은 주민의 생존 터전이자 관광객도 함께 이용하는 공공재산’이라며 반대했다. 진입로를 보광에 팔아줬던 제주도는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재매입했다.

보광은 애초 섭지코지로 들어가는 입구를 하나만 만들고 나머지 길은 모두 폐쇄한 후 ‘프라이빗 비치’를 만드는 구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섭지코지의 완벽한 사유화를 노렸던 것이다. 

보광은 숙박시설이 완공되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자 주민들과의 약속보다 돈을 택했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편의점 등 유사한 영업시설을 하면서 마을의 수익을 잠식했다. 

또한, 계획 당시 초기, 주민의 일자리 창출 약속과는 달리 청소나 경비 등 비정규직으로 대부분 채웠다. 보광의 장밋빛 약속을 믿었던 주민도 제주도 당국도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수익창출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기업의 생리상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쉽게 땅을 팔고 각종 특혜를 줄 것이 아니었다. 

# 성산포(섭지지구) 해양관광 단지의 투자진흥지구 해제해야!

2006년 시행된 제주특별자치도 법에 따라 투자진흥지구 제도가 시행되면서 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사업의 경우 취·등록세와 재산세 등 지방세를 면제해주고, 소득·법인세 등 국세도 감면(3년간 면제, 2년간 50% 감면)해 준다. 

이뿐이 아니다. 초기 3년 동안 수입자본재에 대한 관세도 25% 감면된다. 지방세는 면제된다. 취득세는 아예 없으며, 재산세도 10년간 면제된다. 공유수면 점용료와 개발부담금도 면제다. 농지보전부담금, 대체초지조성비, 대체산림자원조성비,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은 50% 감면이다. 특혜 중에 특혜이다.

보광도 2008년 섭지코지 관광단지를 제주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았다. 보광은 인센티브로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 모두 74억 원을 감면받았다. 보광은 관광단지 사업승인을 받으면서 2014년까지 3870억 원을 투입해 호텔 250실과 콘도 1115실, 해중전망대, 전시관, 해양주제공원, 해양레포츠센터 등을 조성하겠다고 제시했다.

섭지코지
▲ 섭지코지 해안사구를 파괴한 자리에 들어선 휘닉스아일랜드의 숙박시설. 애초 계획했던 해양체험 시설은 온데간데없고 돈이 되는 숙박시설만 완공했다. 약속 위반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행한 사업은 콘도, 빌라, 전시관 등에 불과하다. 돈 되는 숙박시설에만 치중한 것이다. 해양관광 단지가 아닌 전망 좋은 대규모 숙박 단지에 불과한 것이다. 아름다운 해안사구와 해안 경관을 잠식하고 한 기업에 의해 돈놀이 장사로 전락해 버렸다.

이러다 보니 처음에 호의적이었던 주민들도 돌아서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에 성산읍 신양리 마을회는 제주도에 성산포 해양관광 단지를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신양리 마을회는 제주도에 성산포 해양관광 단지 개발사업자인 휘닉스 중앙제주(옛 보광제주)의 부동산 투기놀음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투자진흥지구지정을 즉각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섭지코지를 성산포 해양관광 단지 사업지로 지정하면서 섭지코지 일대는 난개발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며 그동안의 개발사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특히 사업시행사인 휘닉스중앙제주에 대해 "3차 사업까지 한다고 해 놓고 1차 사업인 콘도 시설·분양을 끝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한 뒤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주민 고용도 명분일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보광은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몇 년 전, 중앙일보 계열의 중앙미디어네트워크에 인수되었다. 막강한 언론 권력을 등에 업은 것이다. 이 때문일까? 제주도 당국도 사업 진행이 더디고 계획을 지키지 않는 등 사업자에 문제가 많은 걸 알면서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연장 승인을 해주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 국공유지 매입도 쉽게 할 수 있다. 현재 제주도내 투자진흥지구에서 매각된 국공유지는 10개 지구 이상 된다. 여의도 면적 이상의 국공유지가 투자유치 명목으로 매각된 것이다.

게다가 이곳 중 여러 곳이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 정확한 표현은 사업승인을 받기 위해 제시했던 ‘형식적인 계획’은 완료하지 않고 숙박시설 등 수익사업시설만 완료한 것이다. 더욱이 보광처럼 도유지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길 경우도 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 개발은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느냐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제주도 당국은 왜 투자진흥지구 등 막대한 특혜를 일개 사기업에 주면서 얻으려 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아름다운 해안사구와 해안 경관을 지닌 섭지코지를 사기업에 주고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제주도 당국의 그동안의 대규모 개발정책 기조를 다시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도 제주도 당국은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를 포기하는 대신 투자진흥지구 등 또 다른 특혜 정책을 펴고 있다.

섭지코지
▲ 섭지코지 해안사구. 성산일출봉과 짝을 이루었던 이 아름다운 곳은 제주도 개발행정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다. 기업에 막대한 특혜를 주면서 자연환경을 파괴했고 제주도의 공공자산을 사유화시켜버렸다.

2016년 3월, 대법원은 일부 주민이 낸 소송에서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유원지는 주로 주민들의 오락과 휴양을 위한 시설”이라며 “예래 단지는 고소득층을 유치해 관광수익을 올리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유원지와는 다르다”라고 밝혔다. 인근 주민의 이용 가능성이 커야 하는 유원지와 달리 제한된 특정 고객을 위한 시설만 설치하기 때문에 국토계획법상 유원지가 아니라는 취지다.

성산포 관광단지도 유원지로 지정된 곳이다. 애초 목적인 주민들을 위한 휴양시설이기에 유원지로 지정되면 여러 가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유원지로 지정되고서도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처럼 본래 목적이 아닌 사업자의 수익만을 위해 진행되는 곳은 도내에서 부지기수다. 현재의 성산포 관광단지도 그렇다. 유원지의 목적을 위반하고 있기에 약속 위반이다. 이곳도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그동안 성산포(섭지코지) 관광단지는 유원지, 투자진흥지구 지정 등 제주도 당국의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사업자의 배만 불려주었다. 아름다운 해안사구와 해안 경관을 파괴하고 도민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주민들의 일터를 빼앗고 주민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그래서 다시 제주도 당국에 묻고 싶다. 

“이 개발은 누구를 위한 개발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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