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드론 규제 샌드박스 실증 경험 바탕으로 제주도 내 문제해결

수소 드론과 태양광 드론
수소 드론

 

지난 4월 제주도는 약국이나 우체국 같은 공적 마스크 판매처가 없는 가파도, 비양도, 마라도 등 부속섬 주민들을 위해 드론으로 마스크를 배송했다.

몇 년 전부터 드론 배송이 널리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대부분 투자 및 시범 운영 단계이고 실제 장거리 배송이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던 만큼 마스크를 싣고 바닷길을 건너는 드론의 모습은 큰 화제를 모았다.

드론을 이용한 공적 마스크 배송은 발달된 국내 드론 기술과 관계부처의 적극 지원이 맞물리면 어른들 장난감 같았던 드론이 주민의 일상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일찍이 여러 산업에 드론을 접목해 청정 스마트시티의 기틀을 다지고 있던 제주도는 일부 섬 주민들이 공적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자 국토교통부 및 민간기업과 신속하게 협의해 문제를 해결했다. 

제주도에서 대한민국 최남단에 위치한 섬 마라도까지 드론으로 마스크를 배송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기존 배터리 드론은 비행시간이 10~30분에 불과해 왕복 20km 가까이 비행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또한 비가시권 비행을 제한하는 정부 규제를 풀어야 했다. 제주도는 먼저 수소전지드론을 제작하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에 협조를 구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0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두산의 드론 수소전지 개발 프로젝트를 참관한 후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이 인연이 됐다. 

수소전지를 장착한 드론은 최대 40km, 2시간 정도 비행할 수 있다. 수소전지드론 활용이 가능해지자 제주도는 국토교통부에 드론 특별비행 승인을 요청해 10일 만에 승인을 받아냈다. 

제주도가 주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드론을 활용하려고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인 이유는 드론사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발굴・육성 중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이미 2015년 낚시어선 사고 때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활용한 바 있으며, 지난해 전국 최초로 ‘드론 규제 샌드박스 실증도시’로 선정돼 해양 환경 모니터링, 영어교육도시‧올레길 안심서비스, 월동작물 및 재선충 모니터링 같은 사업을 구체화했다. 

드론 규제 샌드박스는 야간·비가시권·고고도 비행 등 드론 관련 기존 규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라 제주도는 150m 이상 고고도 비행과 비가시권 야간비행 드론 실증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수소 드론과 태양광 드론
태양광 드론

 

드론 운용을 위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다양한 실증경험을 바탕으로 드론 활용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는 제주도는 ‘배송 서비스’ ‘안심 서비스’ ‘모니터링 서비스’ 3가지를 드론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각 사업에 맞는 드론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배송에 적합한 ‘회전익(콥터형) 드론’, 넓은 지역을 안정적으로 비행하며 매핑 및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는 ‘고정익 드론’, 이 두 가지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드론 상용화를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드론 배송 서비스를 통해 부속섬 공적 마스크 배달 뿐만 아니라 제주소방본부와 협업하여 한라산에 응급구호물품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드론 배송서비스 상용화를 목적으로 6월에 제주시내 초등학교와 펜션에 GS칼텍스 주유소에서 편의점 도시락을 배송하는 시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주도는 향후 도서·산간 지역 드론 물류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드론 안심 서비스는 제주자치경찰단과 긴밀하게 협력해 CCTV 사각지대 등 기존 방범 체계만으로 미흡했던 주민 안전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2019년도에 영어교육도시와 올레길에서 범죄를 예방하고 길을 안내해주는 안심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실증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호출하면 드론이 GPS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출동하는 방식이다. 

출동한 드론이 촬영한 광학·열화상 영상을 통해 신고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LTE 스피커로 안내 방송을 송출한다. 올해 제주도는 도심지를 드론으로 순찰하는 ‘스마트 도시 안심 서비스’도 시험해 볼 예정이다. 제주 최대 번화가인 연동 누웨마루(바오젠) 거리에서 드론으로 안전한 귀갓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치경찰단과 함께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 환경 및 월동작물,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 천연 가스 배관 등을 드론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기대를 모은다. 해양 쓰레기나 괭생이모자반처럼 어업활동을 방해하는 해양생물의 흐름, 농작물 재배 현황 등에 대한 드론 모니터링은 데이터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연간 80억원이 소요되는 천연 가스 배관 모니터링도 드론을 이용하면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상용화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연속 32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한 태양광 드론을 기반으로 제주 해안선 258㎞를 따라 전체 해안을 관찰하는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제주도는 긴급구호품 배송, 순찰, 모니터링 등 여러 영역에서의 드론 실증 경험을 토대로 제주도의 최대 경쟁력인 관광산업에 드론을 결합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최근 드론 활용 다각화를 위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여, 드론 택시 실증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한라산 백록담과 최남단 섬 마라도를 드론 택시를 타고 관광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박찬혁 제주도 디지털융합과 스마트시티·드론팀장은 “드론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빠르게 적용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정말로 필요한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노력한 것이 제주도가 드론 실증도시로 앞서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곳까지 투입이 가능하고 빅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할 수 있는 드론으로 행정서비스를 효율화하며, 주민의 일상과 방문 관광객까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어 청정 스마트시티 조성에 한 발 더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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