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물테마파크 인근서 야생동물-보호종 잇단 발견..."환경영향평가 의도적 누락" 지적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지 인근 곶자왈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팔색조. 사진=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가 자체 실시한 조사에서 환경영향평가서에 보고되지 않은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으로 지정된 야생동물들이 사업부지 내에서 다수 발견됐다.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예정지 인근 곶자왈에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사진)가 17회, 긴꼬리딱새도 62회나 관찰된 것. 이밖에도 비바리뱀, 두견이, 흰눈썹황금새 등 다수의 보호종도 발견돼 종전 환경영향평가서에 의도적으로 누락시켜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사진=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제공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이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예정지인 선흘 마을 인근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보호종이 대거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업지와 불과 200m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누락돼 있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쉽게 목격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제 멸종위기종 조류 등 멸종위기의 야생동물들이 다수 발견되면서 제주동물테마파크의 환경영향평가서 부실 지적은 물론 고의 누락 논란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위)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제주동물테마파크 인근 곶자왈 멸종위기 야생동물 및 보호종 조사보고서'를 5일 발표했다. 조사는 두 차례로 나뉘어져 진행됐다. 1차 조사는 지난 3월 8일부터 5월 8일까지, 2차 조사는 5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실시됐고, 조사인원은 성인 1명과 중학생 1명, 초등학생 1명이었다. 

조사 결과 사업지 인근 곶자왈에서는 팔색조, 긴꼬리딱새, 두견이, 비바리뱀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발견됐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서에 기술되지 않았던 동물이 대거 발견됐다는 것이 반대위 측의 주장이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지 인근 곶자왈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긴꼬리딱새. 사진=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제공<br>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지 인근 곶자왈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긴꼬리딱새. 사진=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제공

팔색조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조류로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204호,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국가적색목록 지역멸절(RE), IUCN 적색목록 등급 등으로 보호받고 있다. 2005년에 실시된 제주동물테마파크 환경영향평가서 조사에서는 팔색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기록됐지만, 이번 조사에서 팔색조는 총 17회 관찰됐고, 둥지까지 발견됐다.

긴꼬리딱새 역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조류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은 물론, 국가적색목록 취약(VU), IUCN 적색목록 등급 준위협 등으로 보호받고 있는 종이다. 역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긴꼬리딱새의 발견 사항이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총 62회나 관찰됐다.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447호인 두견이,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비바리뱀도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개체다. 반대위는 표본이 적지만 말똥가리, 흰눈썹황금새, 오소리, 참개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 등의 보호종 야생동물도 다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제주 조천읍 선흘곶자왈 일대에 사업추진 중인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조천읍 선흘곶자왈 인근에 사업추진 중인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반대위는 2005년 실시됐던 제주동물테마파크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 등 국가보호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 여름 철새들이 대거 도래하는 시기를 제외한 1월, 5월초, 9월에 조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반대위는 당시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철새 도래 시기를 모를 리가 없는 점으로 미뤄 의도적으로 조사기간을 회피해 보호종을 누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대위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2016년 대명이 인수한 후 사업 내용이 완전히 달려졌음에도 새로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무려 15년 전에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제주도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진행될 사업 변경승인을 멈추고, 주변곶자왈과 오름에 대한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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