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수립 시기 겹쳐서 또 공모, 차기 관장 임명까지 두달 업무공백 우려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이 2년 임기를 마치고 재임용되지 못하면서 신임 관장 공모 절차가 시작됐다. 그러나 차기 관장 임명까지는 최소 2개월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미술관 최고 책임자의 공백이 불가피해 논란이다. 

제주도는 10월 6일부터 13일까지 개방형직위 도립미술관장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해당 공고문은 도청 홈페이지에 9월 21일 등록됐다. 이번 공모는 최정주 관장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진행하는 절차다. 

최 전 관장의 임기는 10월 7일까지다. 이후 관장 자리가 비게 되면서 미술관은 적어도 11월 초까지 공백 상태가 됐다. 뿐만 아니라 큰 고민은 내년 미술관 운영이다. 관장은 새로 뽑는데 정작 내년 사업계획과 그에 따른 예산은 신임 관장의 의중이 전혀 담기지 않은 채 정해지기 때문이다. 

임기 2년의 차기 미술관장은 임기 절반을 본인 구상과는 다른 계획으로 수행하게 된다. 제주도가 공모 절차를 본예산 수립 시기와 맞물려서 진행했는데, 문제는 똑같은 상황이 최정주 전 관장 임명때도 반복됐다는 사실이다.

현재 제주도는 각 부서의 내년 본예산을 정한 뒤, 예산 조정 부서에서 1차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삭감, 증액 등이 뒤따르겠지만 큰 틀에서 내년 살림살이 가닥은 정해진 셈이다. 미술관 역시 마찬가지인데, 11월에 부임할 새 미술관장 입장에서는 오자마자 자신의 운영 철학이나 사업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계획서를 받아들게 된다.

미술관장와 예산 간의 불균형은 이번 만의 경우가 아니다. 최 전 관장은 지난 2018년 10월 8일 임명됐는데, 동일한 문제 때문에 미술관 운영에 있어 상당한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기자간담회 같은 자리를 통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어쩔 수 없이 추가경정예산에 목을 매는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이 나타나는데, 새로 올 인물 역시 비슷한 경험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 관계자 A씨는 “이렇게 아귀가 안 맞는 문제가 벌어지면,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조직 내 일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차라리 미술관장 자리를 예산 편성과 관련이 없는 시기에 공모하든지, 공모 시기를 조금 앞당기든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찾을 수 있다. 이런 고충을 도청 인사 부서는 아는지 모르겠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 전 관장이 연임 결과를 통보 받은 시기는 8월 27일이다. 공개모집 공고가 발표된 9월 21일까지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비어있다. 결국 새 미술관장과 운영 예산은 또다시 어긋났고, 연말 최고책임자 공백까지 초래했다.

제주도는 인사 작업이 늦어진 이유로 "새 인물 공모에 앞서 미술관 측과 공모 요건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시간이 소요됐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나 미술관 관계자 B씨는 “산하기관에서 공모하는 경우에는 앞서서 늘 본청과 의견을 주고받는다. 새로운 절차가 아니기에 요건을 논의하는 과정 때문에 늦어졌다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고 반박했다.

때문에 지역 예술계에서는 “2년 혹은 그 이후 찾아올 미술관장 공모는 반드시 예산 문제와 얽히지 않는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 아주 기초적이지만 미술관 운영에 있어 중요한 문제”라면서 "예술 관련 다른 산하기관장도 비슷한 경우는 없는지 검토해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제주도는 이번 미술관장 공모에서는 주요 업무 조건에 있어 ‘지역 자원, 미술인과 소통·협업을 통한 중추적 역할 및 도내 미술가 성장 지원 등 제주 대표 미술관의 위성 정립’과 같은 상세한 조건을 추가시켰다. 더불어 ‘5급 경력경쟁임용 자격증 소지’ 자격 요건을 삭제하면서 보다 전문성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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